2026년 2번째 연극
1월에 봤는데 이제 후기를 쓰네(^^) 좋은 극이라 후기를 제대로 쓰고 싶었는데 미루고 미루다 여기까지 왔네요 연극 좋아하는 동생이랑 즐겁게 보고 옴 이 날 쫌 추웠는데 연극 보고 나오니 국밥 두 그릇 정도 가슴에 쏟은 것 같았다(그만큼 가슴 뛰게 하는 극이었어요) 살수선 워낙 좋다는 이야기 많았고 동생이랑 보러 가자고 했기 때문에(이상한 집착이 있어 꼭 지키지 않아도 되는 걸 입으로 뱉는 순간 지켜야 직성이 풀림) 갔어요..!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저는 잘하는 사람이 1인극 하는 것도 사랑합니다. 이 날 서술자는 김지현 배우.
이 이야기는 새벽 5시 50분에 시작된다. 시몽 랭브르라는 청년이 서핑을 마치고 친구들과 함께 차를 타고 교통사고가 나면서 말이다. 셋 중 시몽만 안전벨트를 하지 않아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뇌사) 소식을 들은 시몽의 어머니 마리안은 병원으로 곧장 달려간다. 자식을 잃은 슬픔만으로 버거운데 병원에서 듣게 된 소식은 버겁다 못해 없는 셈 치고 싶다. 장기를 다른 이에게 이식해도 괜찮냐는 단단하고 담담한 말에, 마리안과 근무를 마치고 온 시몽의 아버지 션은 끝없는 늪에 빠진다.
나를 살게 하는 극을 나는 사랑할 수밖에 없다. 한 명이 채우는 공간, 한 명이 채우는 시간 안에 오롯이 나 혼자 서있는 것처럼, 어마어마했다. 극장 안과 밖을 채우는 파도가 극을 보고 나면 특별히 느껴진다. (시몽, 네가 왜 서핑을 좋아하는지 알겠어.)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몽의 심장은 클레르 메잔이라는 심근염 환자에게 이식된다. 시간이 오래지만 아직 기억한다. 심장 이식 수술을 집도할 때의 고요함. 배우를 포함한 모든 사람은 바랐다. 이 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마칠수 있게 해달라고. 많은 이의 바람대로 수술은 무사히 마무리되었고, 하나 둘 기지개를 켜며 나가는 시각 역시 5시 50분. 그렇다. 극은 24시간 동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대부분의 장면을 '아무렇지 않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오히려 감정이 넘쳤더라면 더 몰입해서 보는 바람에 마음이 더 힘들었을지도...젼술자가 적당히 서술해준 덕에 이런 일도 누군가에게 일상일 수 있겠구나 생각하며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막판엔 다큐3일 생각도 났다. 나 다큐3일 좋아해!)
좋은 장면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너.무 많다. 지금 생각나는 건 션이 시몽의 귀에 이어폰을 꽂아 파도 소리 들려주는 장면이랑 심장 이식 수술 장면. 파도...파도는 늘 살아 숨쉬었는데 늘 살아 숨쉬고 있어서 몰랐나보다. 파도가 몰려가고 몰려올 때마다 내 심장도 함께 출렁였다. 쿵쿵쿵. 동시에 션과 마리안을 생각한다. 시몽이 기적처럼 깨어나면 심장이식 이딴 것도 없던 일이 되니까 살아있다는 건 엄청난 일이니까. 파도 소리를 듣고 나오면 로비의 파도가 우릴 반긴다. 시몽. 쿵쿵쿵.
심장 이식 수술 장면은.....조명을 정말 잘 썼다. 집도하는 아르팡의 손을 핀 조명 하나로 잡아주는데 그렇게 신성할 수가 없다. 그의 손은 신의 손이다. 생명을 수선한다. '수선한다'는 말이 딱 맞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또다른 아르팡(얜 알리스 아르팡. 아르팡 집안 사람이예요)이 지켜본다. 처음에는 무서워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아르팡인데 어느새 다가와 새로운 숨이 붙은 생을 바라본다. 이런 장면은 용기있는 자만이 볼 수 있다. 새 주인을 찾아간 심장이 주춤하다 규칙적으로 뛰기 시작할 때의 안도란. 다행이란. 참고 있던 숨을 후-내뱉는다.
나를 살게 하는 극을 나는 사랑할 수밖에 없다. 마음이 좋다. 생이 다른 생을 살린다.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계속 생각했다. 이런 극이 더 자주 올라왔으면 좋겠다고.
(이런 경험은 처음인데...살수선은 자첫이 가장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은 건 아니고...정말 좋으면 한 번으로도 충만해서. 그래서 작품 자체로도 좋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