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의 기록>

2026년 3번째 연극

by 종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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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둥 덕에 새로운 극장 가본다 33333

타 극 리뷰엔 안 써서 몰랐을텐데 이해랑, 우란에 이어 예당 소극장까지 벌써 세번째다. 행동반경이 넓지 않은 나에게 나아가라고 마음짓하는 배우가 난 참 좋다.


<뼈의 기록>. '로봇 장의사' 가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이건 내 깔이다'라는 기대가 단번에 들었다. 히히 그런데 생각보다 더더 내 깔이었을 때의 마음을 서술하시오! 초반부터 줄줄 우니 막판 가서도 줄줄 우는 구나~

줄줄 우는 나: 무대 위 강기둥은 아니...로비스 역 배우들은 어떻게 안 우는 거지?

뒤돌아서 대사칠 때 눈물 가다듬고 감정을 갈무리하는 걸까� (라고 소리 안 나게 눈물 흘리려고 고생한 사람이 말합니다)

나 이제 운선 배우 눈만 보면 눈물날 것 같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왜 웃고 있는데 눈물이 나니...모미가 어떻게 생긴지도 모미의 눈이 어떤지도 모르지만 꼭 운선 배우를 닮았을 것 같으다. 슬픔을 내지르기도, 꼭꼭 씹기도 한 무대 위의 운선 배우를 내내 기억해야지. <렁스> 꼭 보러 갈게요 아 정말 좋다..�� 잘해요 둘 다....


강기둥은 로비스, 정운선은 모미 외 다른 모든 역할들을 맡았다. 이야기가 펼쳐지는 때는 2085년, 인류의 대부분이 지구를 떠나 다른 행성으로 이주 중이다. 조만간 텅 빌, 이미 텅 비어버린 영안실에서 로비스는 자신에게 남은 기록들을 되돌아본다. 자신의 안드로이드와 같은 문신을 새겼던 박도해, 발가락과 발목 뼈가 뒤틀려있던 레나, 교통사고로 세상을 일찍 등진 서채호, 마지막으로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인 모미까지. 모미는 이곳의 청소부였다. 로비스가 염을 하고 돌아오면 항상 그와 대화를 나누었다. 나비, 행복, 아름다운 것...로비스에게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살아생전 우주에 가보고 싶다던 모미를 우주에 보내주는 것. (더불어, 모미는 뜨거운 것을 싫어했다. 때문에 화장을 절대 할 수 없었다.) 로비스는 골똘히 생각하다 우주비행사이자 레나의 언니인 첼을 찾아간다.


박도해씨 나비 문신 이야기할 때부터 눈물이 났다. 이야기가 그들만의 입, 다시 말해 손(수어)으로 전해지는 것이 그게 그렇게나 따수울 수 없다. 레나 들어왔을 때 좀 겁났다. 원작 안 읽은 상태에서 멍이 많고 뼈가 뒤틀려있다길래 설마 폭행...? 이랬는데 발레리나라 그랬던 거였다. 그래, 여기까진 괜찮았어. 그런데 나는 또 로비스 말 듣고 청승맞아진 것이다. 로비스는 "재밌는 얘기 해달라"는 첼을 살피며 이렇게 이야기한다. "레나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누군가를 떠나보냈을 때의 생각이 났다. 나도 그랬어, 로비스! 그러면서 레나의 '뼈' 이야기를 해준다. 우는 와중에 흥미진진하게 들음 히힣

채호 이야기 듣고 눈물 안 흘리는 로비스 그거 어떻게 하나요 난 이미 사연 듣고 눈물 줄줄인데 옆에서 채호 어머니 오열 중인데 !!! 로봇을 무척이나 좋아했다던 채호는 로봇이 되고 싶어했다. 로봇은 강하니까. 그 이야기를 들은 로비스는 또 이렇게 말한다. "서채호 님의 몸은 1초에 100만 개의 적혈구를 만듭니다." 로봇은 할 수 없는 일은 채호는 해내는 강인한 '사람' 이었다고.

억 첼 찾아간 로비스 얘기를 해야 했는데 ..! 모미가 누워있는 스테인리스 침대를 통째로 끌고 첼을 찾아간 로비스. 로비스는 모미를 우주로 보내고 싶다고 도와달라며 부탁한다. 요전 일이 고마웠던 첼은 기꺼이 로비스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한다. 우주선 문 밖으로 끌어낸 스테인리스 침대는 춤을 춘다. 유영을 한다. 가볍다.

우주에 다녀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로비스도 죽음을 맞이한다. 폐기를 앞둔 로비스는 '죽음'을 '누구에게나 있지만 다르며 볼 수 없는 것', 모미와 얘기했던 '아름다운 것'으로 인식한다.


로봇이 인간보다 낫다...�

울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위로를 받을 거라곤 예상을 못했어서 좋았네. 로비스가 자기는 죽음을 잘 모르기 때문에 위로할 수 있는 거라고 했는데 아니야...너 정말 잘 알고 네가 해준, 조금은 뜬금 없을 수도 있는 이야기들이 내게 기쁨이 되었어. 요즘들어, 생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는 걸 자주 잊는다. 그럴 때마다 널 떠올릴게.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