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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Jun 29. 2021

우린 모두 누군가에게 비였다,<비와 당신의 이야기>

2021년 52번째 영화

제목: 비와 당신의 이야기(waiting for rain)

감독: 조진모, 출연: 강하늘(영호), 천우희(소희), 강소라(소희의 언니)

줄거리: “이건 기다림에 관한 이야기다" 뚜렷한 꿈도 목표도 없이 지루한 삼수 생활을 이어가던 ‘영호'(강하늘), 오랫동안 간직해온 기억 속 친구를 떠올리고 무작정 편지를 보낸다. 자신의 꿈은 찾지 못한 채 엄마와 함께 오래된 책방을 운영하는 ‘소희'(천우희)는 언니 ‘소연’에게 도착한 ‘영호'의 편지를 받게 된다. “몇 가지 규칙만 지켜줬으면 좋겠어. 질문하지 않기, 만나자고 하기 없기 그리고 찾아오지 않기.” ‘소희'는 아픈 언니를 대신해 답장을 보내고 두 사람은 편지를 이어나간다. 우연히 시작된 편지는 무채색이던 두 사람의 일상을 설렘과 기다림으로 물들이기 시작하고, ‘영호'는 12월 31일 비가 오면 만나자는 가능성이 낮은 제안을 하게 되는데...


아악 크랭크인, 크랭크업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너무너무 기대하고 있던 영화다. 내가 최애로 꼽는 두 배우가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두 배우가 출연한다는 소식도 모자라 중요하게 쓰이는 소재가 '편지'란다. 나..편지 처돌쓰..평소에 편지 쓰는 걸 좋아해서 개봉하면 바로 보러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아, 그리고 영화의 개봉일이 내 생일이었다. 우아! 행운같은 우연이란 게 이런 것인가. 큰 선물을 받은 느낌이었다.

어제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를 봐서 첫사랑 뽕이 한껏 오른 상태인데, 요 영화까지 이래버려서 진짜 max!!! 상태로 차오를 듯하다. 마음을 최대한 가다듬고 써봐야지.


서울에 사는 삼수생 영호는 집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다. 스스로가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자책할 무렵, 초등학생 때의 기억을 떠올린다. 운동회에서 달리기를 하다 팔이 까졌는데, 한 여자 아이가 영호에게 손수건을 내민다. 그 아이의 이름은 '공소연'. 영호는 그 기억 하나로 소연을 찾아 나선다.

부산에서 아픈 언니 소연을 돌보며 엄마와 함께 헌책방을 운영하는 소희. 어려운 상황에서도 씩씩하게 살아가는 소희 앞에 소연의 앞으로 온 편지가 눈에 띈다. 언니의 말을 적어 영호에게 전해주려던 것도 잠시, 자신이 편지를 다시 써 영호에게 보낸다. 편지를 받은 영호는 기쁜 듯 방방거리고, 무료하던 소희의 일상에도 편지라는 햇살이 든다.

그렇게 편지를 주고받던 둘은 이제는 만나고 싶다. 영호가 먼저 만남을 제안하지만, 소희는 언니의 편지의 대신 답장을 하고 있었기에 영호를 만날 용기가 나지 않는다. 

8년 후, 영호는 삼수를 그만 두고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한국에서 우산 가게를 하고 있다. 소희는 언니를 먼저 보내고, 잡지 책방을 하고 있다. 소희는 자신의 생일을 언니와 함께 하고 싶어 소연의 납골당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자기가 놓은 적 없는 편지 꾸러미를 발견하게 되고, 편지를 놓고 간 이는 영호였다. 그 중 한 편지에 '12월 31일에 비가 오면, 우리 만나자'는 이야기를 써놓았고, 소희는 그걸 너무 늦게 봐버렸다. 

몇 년간의 날씨를 확인하니 여태까지의 12월 31일에는 비가 오지 않았다. 서로 다른 지역에 있지만, 둘은 마지막으로 비가 오길 기대해본다.


두 배우의 무해한 멍뭉미를 보면서 2시간 내내 행복했다. 편지로 마음 오가는 거 너무 마음에 든다. 

요즘 사람들은 메세지나 전화로 마음을 전해서 나 같은 편지 처돌이는 매우 희귀한데 이 영화 덕분에 편지의 소중함이 다시 몽글거리는 것 같아 행복하다.

이 영화에서 궁금한 점은 1. 북웜의 사연, 2. 북웜과 언니의 관계, 3. 영호와 수진(강소라)의 이야기

요 부분에 있어서는 설명해주지 않고 보여주기만 했다. 그래서 잘린 장면이 있나 궁금하다. 나중에 비하인드로 풀어 주세요~!

난 기적을 믿지 않았다. 기적'을' 바라도 좋다고 이야기하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진 말이다. 우리는 어쩌면 기적이 다가와도 익숙해 지나쳤을 수 있다. 내 옆에서 나를 웃게 해주는 사람, 나의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나보다. 나는 이들을 왜 기적이라 생각하지 못했을까.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 번 배운다. 문득 나는 다른 사람에게 기적일까 궁금해진다. 

기적은 너무 갑작스레 찾아와 나를 당황시키기도, 나를 기쁘게 하기도 한다. 합격자 발표가 거의 다 나고 기대도 바닥을 기었을 무렵, 내게 갑자기 걸려온 합격 통보 전화처럼 갑자기 서로에게 보내진 '편지'가 그랬을 것이다. 편지를 주고 받으며 둘의 일상엔 무지갯빛 비가 내렸기 때문이다.

말로 표현하고 싶은 것들이 매우 많은데 정리가 안된다. 으갸갸.....

아무튼 우린 우리에게 갑자기 찾아온 행복들을 우리의 것이라고 믿어야 한다. 아니라고 믿어버리는 순간, 정말 우리 것이 아닌 것이 되어 버릴지 모르니까.

오랜만에 잔잔하고 평온한 로맨스 영화를 봐서 내 마음에도 부슬비가 내리는 듯하다. 나도 무언가를 기다리다보면 내가 원하는 일들이 정말 일어날까? 의심(?)하며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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