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무기를 찾아서.
봐왔던 사람들에 대해 두서없이
종이를 펼치고 적어 내려보자.
인상 깊었던 사람들이
있었던 기억이 난다.
아무리 생각해도 상처 입을만한 말을
들어도 아무렇지 않아 했던 사람.
그 사람은 가족이 있었다.
정말 사랑하는 가족 말이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아이가 있고,
언제나 점심시간엔 아이를 낳은 여인과
통화를 했던 기억.
멋진 남자를 정하라면
그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먼저 나서는 사람.
그 사람은 꿈이 있었다.
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하던 사람.
기억이 난다.
모진 말과 무시에도 꿋꿋이 일을 해
나가며 항상 제일 먼저 선두에 섰다.
어울리지 않는다며 질책하는 상사의 말에도
멋쩍게 미소를 짓고 자신의 품 안에 있는 그림책에
자신의 색채와 그림체로 멋진 추억을
형상화해 품 안에 넣는다.
그의 미소는 언제나 피사의 사탑처럼
기울어짐에도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또 한 사람은 언제나 당당했다.
다른 사람들의 놀림에 더 얹어 말하며,
노래와 춤을 시키면
주체할 필요 없이 바로 튀어 나가
온몸을 흔들고 불협화음 소리를 내질렀다.
인간들은 그 사람을 보며
비웃고 떠들어 댔지만
그 사람만큼은 유쾌하고 위트 있었다.
날아오는 화살들이
별일 아니라는 듯이 툭툭 쳐내고
끼를 부리는 것이
도리어 당돌해 보였다.
한 가정의 남편,
꿈을 가진 남자,
유쾌한 사내.
그런 위대한 선지자 들은
이미 기억 속에 존재하고 있었다.
멋쩍어진 난 연필의
끝으로 머리를 긁어냈다.
지금까지 난 무얼 한 것일까.
자책이 아니다.
그런 멋진 사람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이 이제야 눈에 들어온다.
지금껏 보고 느꼈던 모든 것들이 편파적이었다.
내가 보고 싶었던 것만 본 것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화살의 비
아래에 있었다.
피하고 막아내는 방식이 달랐던 것이다.
나의 선배들은 기억 속에서
종이로 흐릿하게나마 기록되었다.
나는 그들처럼 될 수 있을까?
아니면 그들처럼...
아니다. 그들처럼 되어선 안된다.
나는 나만의 무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나만의 방책을 만들어야만 한다.
그들의 무기는 그들의 것이다.
자신이 다루기에
가장 편한 물건일 것이다.
내가 그들의 무기를 다룬다면
내손에선 반드시 불편해지겠지.
그렇다면 나만의 무기는 뭘까?
곰곰이 생각에 빠지는 동안에도
시계추는 흔들린다.
똑딱, 똑딱하고 조금씩이나마
시간은 흐른다.
바람을 불어내는 환풍기 소리와
타들어가는 담뱃잎.
일렁이는 커피의
수면 위에 비친 내 모습.
수면 위의 내가 미소 짓는다.
“찾았다.”
종이에 끄적거리며
나의 무기를 적어 내린다.
내가 생각한 나의 무기는...
“침묵”
이라는 글자를 적고
잠깐 미간을 찌푸린다.
지금껏 침묵하며 지내 온 건 사실이다.
다만,
결국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렀다.
그렇다면 답이 아니라는 것.
침묵이라는 글자에 줄을 두 개 죽죽 그어 넣는다.
이건 아니다.
좋은 선지자들의 발자취를 따라 반대로 걸어가 보자.
그들의 모습은 남들이 보기엔
안 좋은 방향으로 흘렀을 것이다.
가족을 가진 남편의 모습은 가족을 위해
돈을 벌어다 줘야 하는 남자로 흘렀을 것이고.
꿈을 가진 남자의 모습은
아직도 철없는 모습처럼 보였을지 모른다.
유쾌한 남자는 인간들이 보기엔 비위나 맞추는
바보처럼 보였겠지.
인간들의 눈에 비친
그들을 재 해석 하고
사람의 눈빛으로 토해내자.
그들이 하지 못 한 아니할 수 없는 사람만이
가능한 정제 과정을 걸쳐 생각해 보자.
멋진 사람들을 보며
난 무엇을 해석할 수 있었을까.
그들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기억하고 있는 인간들이 있을까.
그들은 언제나 기회처럼
내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답을 찾았다 오답을 다시 적어 내자.
“경청”
나만의 무기는 경청으로 정해졌다.
이번엔 정답이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