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사망 원인 1위도 바뀌었다!

저마다의 이유로 고립되는 사회

by Light Life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한국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무려 1만 4천여 명,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예요.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40대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로 바뀌었다는 사실이에요. 암 등 질병 외 원인이 40대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한 건 통계 집계 이래 이번이 처음이거든요.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정신과 전문의로서 책임감을 다시 한번 무겁게 느끼게 되는데요. 자세한 통계 수치를 들여다보고, 모든 세대가 정신적으로 내몰리는 이유를 조심스럽게 짚어봅니다.



| 더 이상 ‘경제적 문제’로만 바라볼 수 없어요 |


2024년 10대부터 40대까지 사망 원인 1위는 모두 자살이에요. 전체 사망 원인 중 자살이 차지하는 비율은 10대는 48.2%, 20대는 54%, 30대는 44.4%이고, 40대는 1.5% 차이로 2위 암(악성신생물)을 앞섰어요. 2023년과 비교하면 전체 자살률은 6.6% 증가했고, 남성이 여성보다 2.5배 높습니다.


tempImagetXhz3b.heic 2024년 OECD 38개국의 자살률 비교 차트 (출처: 통계청 보도자료, 2025)


한국 GDP는 세계 13위 수준인데, 자살률은 OECD 38개국 중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어요. 국가 간 비교 기준인 연령표준화 자살률로 보면 우리나라는 10만 명당 26.2명으로, OECD 평균인 10.8명의 2배 이상입니다. 경제적 불황이 정신적, 신체적 상황에 영향을 미쳤을 거란 분석이 등장했지만, 그 안에 담긴 심리를 외면하면 문제에 근본적으로 접근하긴 어려워요. 경제적 불황은 많은 국가가 직면하는 문제인데, 유독 한국 자살률이 높다는 건 또 다른 요인이 있다는 걸 시사하기 때문이에요.



| 압박과 고립에 노출된 한국 사회 |


10대는 입시와 학교폭력, 20대는 취업난으로 인한 생활고와 고립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어요. 40대는 실직, 정년, 이혼 등 압박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보고요. 나이대별로 상황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어요. 모든 세대가 경험하는 사회적 압박과 정신적 고립이에요.

우린 태어난 순간부터 또래 압박과 무한 경쟁 속에서 자랐어요. ‘지금 가장 유망한 학과, 회사, 분야를 통해 이룰 수 있다’라는 유일한 성공 모델을 쫓아서요. 성공으로 향하는 정석 루트는 더 빨리 발전하는 기술과 사회에 따라 계속 변화하는데, 성공 여부는 오로지 경제적 규모로만 판단해요. ‘인간 관계도 경제적 상황에 따라 바뀐다’는 믿음이 어린 시절부터 주입되고요.

다시 일어나는 회복탄력성이나 다른 길을 모색할 사고 유연성을 키울 시간과 기회는 충분하지 않아서요. 많은 사람이 ‘경쟁에서 한번 밀려난다면 끝’이라는 극단적 결론에 다다라요. 시험 한번 망치면, 승진에 실패하면, 관계가 어긋나면 영원히 패배자가 되는 것 같은 압박 속에서 하루하루 생존하는 거예요.



| 무조건 의지로 극복하라고? |


교육받은 이상과 개인의 현실 사이 괴리를 겪고, 과도한 스트레스와 무력감이 지속되다 보면, 불안 장애, 우울증 등 정신과적 문제로 발전하기도 하는데요. 이런 압박과 고립을 각자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문제를 더 키워요.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요구하는 ‘강한 남성상’이 여성보다 확연히 높은 남성의 자살률, 자살 성공률과 연결되어 있을 것 같고요.

하지만, 이런 문제는 개개인이 이겨내야 할 나약함이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의학적 상태예요. 이가 시큰거리면 치과를 찾고, 뼈가 부러지면 정형외과에서 깁스하듯이요. 한국 사회에선 누구나 인생의 한 시점 극심한 압박에 시달리는 게 너무 자연스러운데요. 정신과 문턱을 넘는 사람을 ‘나’와 다르게 바라보고 구분 짓는 시선이 힘든 시기가 찾아왔을 때 스스로를 더욱 외롭게 만들어요.



| 살길이 하나는 아니에요 |


높은 자살률은 한국 사회의 오랜 숙제예요. 밖에서 바라보면 극적인 경제 발전과 거대한 문화적 영향력이 인상적이지만, 그 안은 ‘생존 게임’이 계속되고 있어요. 한번 미끄러지면 심리적 낭떠러지로 내몰리는 규칙은 여전하고요. 이젠 누구나 도움 받을 수 있는 정신 건강 시스템 강화, 정신과에 대한 인식 개선 노력과 더불어 사회 전반적인 구조와 인식이 변화해야 해요. 사람이 사는 이유와 목적이 경제적 성공이나 직업적 성취와 동의어는 아니니까요.

tempImager2TOzh.heic 직업적 성취, 경제적 여유 외 다양한 삶의 이유를 탐험해 보세요! (이미지: 영화 <츠레가 우울증에 걸려서>)


이미 다양한 삶의 형태가 있다는 걸 알려주는 채널과 콘텐츠도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시대예요. 다만, 이는 이미 성공한 수많은 사람과 현실의 나를 1차원적으로 비교하도록 만들기도 해요. 이때 심리적 박탈감과 고립의 굴레로 빠져드는 개개인에게 책임을 다 넘기고 비난할 게 아니라,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응원과 도움을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삶의 형태를 레퍼런스로 진짜 내 삶의 이유와 목적을 찾아갈 수 있도록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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