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을 공생으로 바꾸는 시선

<흑백요리사2> 우승자 ‘최강록 어록’에 열광하는 사람들

by Light Life


경쟁의 연속인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일상에서 느끼기 어려운 긴장감을 선사해요. 하지만 이미 많이 소진된 포맷이 주는 진부함과 피로감 역시 동반하죠. 편집을 통해 자극적인 경쟁 구도를 만들고, 승자가 독식하는 보상이 기본값이니까요.

tempImageIi8niL.heic 뜨거운 관심 속에 막을 내린 <흑백요리사2> (사진 출처: 넷플릭스 <흑백요리사2>)


그런데,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흑백요리사2>의 최종회는 조금 다른 결말을 그렸어요. 우승자 최강록의 시선과 말을 빌려서요. ‘재도전하길 잘했다’가 아닌 ‘재도전해서 좋았다’는 말에 담긴 마음은 어떤 걸까요?
어떻게 최강록 셰프는 무한 경쟁 생존 게임을 공생 커뮤니티로 바라볼 수 있었을까요?



참가 목표: 완전연소와 자기만족



최강록 셰프는 <흑백요리사1> 3라운드에서 탈락했어요. ‘어려운 외식업계에 이슈를 만드는 데 동참하기 위해 참가했던 서바이벌이지만, 다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과 처음 경험한 서바이벌 탈락은 당연히 마음을 쓰리게 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엔 완전연소를 해보지 않겠냐’라며 제안한 시즌2 출연을 받아들이게 된 거죠.


tempImagen0hxPV.heic 시즌 1에서 못다 한 연소를 하기 위해 시즌2에 재도전한 최강록 셰프 (사진 출처: 넷플릭스 <흑백요리사2>)


'나야, 재도전’을 외치며 시작한 시즌2도 쉽지만은 않았어요. 사실상 흑수저 선별 전인 1라운드부터 ‘히든 백수저’로 참가해야 했고, 두 심사위원의 만장일치 평가를 받고서야 다른 백수저와 같은 출발선에 설 수 있었거든요. 내향적 성향에도 불구하고 ‘말할 수 있을 때 말해야 한다’며 팀전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고, 팀전의 핵심을 ‘친구야. 싸우지 말자. 욕하지 말자’라는 말로 명쾌히 정리하기도 했어요.


마지막 결승에서 그는 ‘오직 나를 위한 단 하나의 요리’라는 주제를 받고, 수고로운 깨두부 만들기에 돌입했는데요. 조림으로 올라온 결승 자리에서 조림을 버린 선택은 아주 과감해 보였어요. 그는 ‘조림 인간, 연쇄 조림마, 조림핑 등으로 불리며 조림을 잘하는 척해왔다’는 고백과 함께 자신을 위한 요리에서만큼은 조림을 하고 싶지 않았다고 해요.



‘우승한 나’가 아닌 ‘주방에 있는 요리사 중 한 명’



우승의 순간 나눈 최강록 셰프의 소감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속성을 완전히 뒤집었어요. 우승자임에도 ‘저는 전국의 주방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요리사들과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며 스포트라이트를 동종 업계 동료들과 나눴거든요.


이건 단순히 우승자의 겸손이 아니라, 직업인으로서 쌓아온 노력과 책임감이 담긴 말이에요. 타인과 경쟁하기보다 나의 최선을 점검하는 태도, 그리고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고백과 어우러져서요. 이는 초반부터 우승을 노린다는 선언을 하고 성장에 대한 열망을 내비친 ‘요리괴물’ 이하성과 더욱 대비되었죠.

물론 ‘요리괴물’이 속한 파인다이닝 업계에서 완벽주의 성향은 중요한 자질이 되곤 해요. 다만, 최강록 셰프가 남긴 ‘수고했다, 조림인간’ 한 마디가 효율과 성과 중심으로 돌아가는 한국 사회의 목마른 지점을 잘 채워준 게 아닐까 싶어요.



척하지 않는 순간이 있나요?


간이 흐른다고 모든 사람이 ‘백수저’가 되는 건 아니에요. 그리고 모든 ‘백수저’가 최강록 셰프처럼 화제가 되지도 않아요. 보는 사람들이 무해한 최강록 캐릭터에 안심하고 열광하는 건 그가 흑수저 시절부터 쌓아온 기준과 철학이 말과 행동에 녹아있기 때문이에요. 매출을 올리고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만큼 나만의 직업의 목적과 자기만족을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 엿보였기 때문이고요.

최강록 셰프는 요리가 자신의 인생의 51~53%를 차지한다고 말했어요. 그 외엔 예전에 언급했던 가족, 친구, 혹은 화장실에서 홀로 시간이 있겠죠. 저는 이 나머지 부분이 ‘인생에서 척하지 않는 순간’으로 읽혔어요.


tempImageGRGihv.heic 흑백 요리사 로고도 흑과 백, 음과 양, 시선의 전환이란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아요! (사진 출처: 넷플릭스 <흑백요리사2>)


척하고 있는 이유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기 때문이고, 그동안은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기 쉽지 않아요. 내가 진짜 나로 있을 때야 말로 나약한 고민을 마주하고, 나만의 의미를 찾는 사고 실험을 할 수 있죠. 그리고 이 순간은 역설적으로 직업인으로서 소모되지 않고 나답게 일을 지속하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 됩니다.


당신의 척하지 않는 시간은 언제인가요? 척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작가의 이전글두쫀쿠의 본질은 기호식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