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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금성 Jul 18. 2024

AI 시대에서 예술의 본질은?

인간 예술가에게 남겨진 몫

동굴 벽화부터 디지털 아트까지, 예술은 문명과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며 새로운 형태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예술의 본질과 창작 과정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 AI가 그린 그림이 미술 공모전에서 수상하고, AI가 작곡한 음악이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인기를 얻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는 단순히 기술의 발전을 넘어, 예술의 정의와 예술가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담론을 요구한다.


AI의 예술 창작 능력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OpenAI의 DALL-E는 텍스트 설명만으로 고품질의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으며, Google의 Magenta 프로젝트는 새로운 멜로디와 화성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AI의 능력은 '창작성'이 인간만의 고유한 특성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김형석 작곡가는 한 작곡 공모전의 심사 소회를 공유했는데, 그가 1위로 뽑은 곡은 인공지능(AI)이 작곡한 곡이다.


저작권법에서는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저작물로 정의한다. 이는 창작이 인간의 지적 활동에서 비롯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AI가 만들어내는 작품들이 이러한 창작의 기준에 부합한다면, 우리는 AI의 결과물을 '저작물'로 인정할 수 있을까? 이는 단순한 법적 해석의 문제를 넘어, 인간의 창작 활동과 기계의 생성 능력 사이의 경계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더 나아가, AI 예술은 법에서 창작을 판단하는 개념적 징표인 '독자성'과 '창작적 개성'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만든다. 이는 AI가 단순히 프로그래밍된 규칙을 따르는 것인지, 아니면 진정한 의미에서 '창작적 개성'을 표현하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AI가 인간과 같은 의식 없이도 독자적인 표현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창작에서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의 역할은 무엇일까?




최근 독일 법원의 판결은 AI 예술의 법적 지위에 대한 중요한 선례를 제시했다. 지난 10일, 독일 최고 민사 법원에서 AI인 DABUS가 제작한 도시락 디자인에 대해 저작권 보호를 인정했다. 물론 DABUS를 개발한 사람이 발명자로 명시되었지만, 판결에는 AI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이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다.


법원은 기존의 통념을 뒤엎고, AI가 스스로 창작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AI를 도구로 사용해 만든 작품이라고 판단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I 시스템은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입력한 프롬프트(지시)에 따라 작동한다"라고 밝혔는데, 이는 AI를 '도구'로 보는 시각을 반영한 것이다. 즉, AI를 이용한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함으로써, AI 예술의 경제적 가치 또한 인정했다. 또한 AI를 독립적인 창작자가 아닌 도구로 규정함으로써, 인간의 창의적 기여를 강조했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


그러나 이 판결은 새로운 질문들도 제기한다. AI가 학습한 데이터에 대한 저작권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AI가 더욱 발전하여 인간의 개입 없이 독자적으로 작품을 만들어낼 경우, 그 저작권은 누구에게 귀속되는가? 이러한 문제들은 아직 명확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이번 판결이 국제적 논란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도 있다. 예를 들어, AI가 생성한 코드의 저작권 문제는 여전히 불명확하다. GitHub Copilot이 개발자들의 코드를 무단으로 복사해 다른 프로그래머들에게 제공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미국 법원은 이를 대부분 기각했다.


특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독일에서는 AI가 개발한 AI 시스템에 대해 특허를 받을 수 있지만, 영국에서는 불가능하다. 미국도 AI 생성물에 대한 특허를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AI 개발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법 개정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AI의 발전은 예술의 본질에 대한 재고를 요구한다. 전통적으로 예술은 인간의 감정, 경험, 세계관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AI가 인간의 감정을 모방하고,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할 수 있게 되면서, 우리는 '진정한 예술'이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차이와 생성의 철학자인 질 들뢰즈는 예술을 "새로운 지각과 정서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AI 예술은 우리에게 새로운 지각과 정서를 제공하는가? 아니면 단순히 기존 데이터의 재조합에 불과한가? 이는 AI 시대에서 예술의 가치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AI는 예술 창작의 훌륭한 도구이자 협력자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예술의 본질과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예술가들은 AI를 단순히 경쟁자로 여기기보다는, 창의성을 확장하는 도구로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동시에 AI가 모방하기 어려운 인간 고유의 감성, 사회적 맥락에 대한 이해, 비판적 시각 등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사회적으로는 AI 예술에 대한 저작권법의 개정, 윤리적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 앞서 언급한 독일 법원의 판결은 이러한 노력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이는 AI와 인간 예술가가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필수적이다. IP 강국인 우리나라에서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선제적으로 제시한다면, AI 예술도 K-컬처를 이루는 정체성이 되어 새로운 한류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AI는 예술 창작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그러나 예술의 본질인 인간의 깊은 내면 표현,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 그리고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적 가치의 추구는 여전히 인간 예술가의 몫이다. AI 시대의 예술가들은 이러한 본질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기술을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기술과 인간성이 조화를 이루는 전례 없는 르네상스를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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