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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금성 Jul 10. 2024

AI 시대에서 인간의 가치는?

0과 1사이, 우리의 자리

현대 사회는 점점 더 이성, 질서, 형식 중심의 세계관으로 기울고 있다. 빅데이터와 AI 알고리즘은 극도로 계산적이고 체계적인 이 세계관이 낳은 우량아이다. 이 세계관은 모든 것을 수치화하고, 최적화하며, 효율성을 추구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학교에서는 시험 점수가, 직장에서는 실적이, SNS에서는 '좋아요' 숫자가 개인의 가치를 대변한다. 이제는 AI가 만들어내는 이미지와 정보를 실재로 착각할 위험에 처해 있다. 플라톤의 동굴에서 벽에 비친 그림자를 실제라고 믿는 죄수들처럼.


이처럼 기술이 잠식하는 세계관에서는 자칫 인간 고유의 비이성적, 창조적 능력을 잃을 수도 있다. AI가 체스, 바둑은 물론 의료 진단, 법률 자문, 심지어 예술 창작의 분야까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시대에, 우리는 불편한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AI가 모든 면에서 인간을 능가한다면, 과연 인간의 가치는 무엇인가?


위 질문 자체가 편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당신 생각이 맞다. 인간의 가치는 이성만으로 설명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진정한 가치는 이성과 본능, 논리와 직관, 체계와 창의의 균형에서 나온다. 역사적으로 많은 위대한 발견들이 이를 증명한다. 케쿨레는 꿈에서 본 뱀이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모습에서 벤젠 분자 구조를 발견했고, 아인슈타인은 사고 실험을 통해 상대성 이론을 발견했다. 즉, 인간의 최대 지적 능력으로 쌓인 과학의 역사는 '논리적 추론' 위에 '창의적 직관'이 더해질 때, 혁신적으로 발전했다.




인간의 가치는 단순히 사고 능력이나 자연적 본성에 근거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의 자기 해석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AI가 아무리 뛰어난 계산 능력과 패턴 인식 능력을 보여준다 해도, 의미를 창조하고 가치를 부여하는 인간 고유의 능력을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는 AI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감성적, 직관적 요소'를 찾아야 한다. 이는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첨단 기술과 인간의 본능적 창조성이 만나는 지점에서의 혁신을 의미한다. AI가 생성한 예술 작품에서 영감을 얻거나, VR을 통해 새로운 현실을 경험하고,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로 직접 생각을 구현하는 것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즉, AI가 만든 '논리적 추론'의 결과물에 인간의 '창의적 직관'이 더해지는 것이다.


브뤼노 라투르의 행위자-네트워크 이론(ANT)은 이런 관점을 잘 보여준다. 이론에 따르면, 사회적·기술적 요소가 상호작용하며 형성하는 네트워크 속에서는 인간과 기술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인간뿐만 아니라 기술도 '행위자'로 간주된다. AI 시대에는 AI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의사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행위자'로 등장한다는 의미이다.




AI시대에서 우리는 점점 더 많은 결정을 기술에 위임하고 있다. 그럴수록 우리는 이에 비례해, 인간으로서 스스로 해야 할 생각과 고민의 영역을 잘 확보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글을 읽고, 대화하고, 토론하며, 정리된 생각을 다시 글로 풀어내는 이 고귀한 훈련은 AI가 대신할 수 없다. 오직 나만이 깊게 고민해봐야 할 생각과 가치들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AI 시대에서 인간은 디오니소스적 존재가 되어야 한다. 기술의 이성적 틀을 받아들이되, 그 안에서 자유롭게 춤추고 노래하는 법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성과 광기, 질서와 혼돈, 기술과 인간성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이 디오니소스적 춤을 출 때, 비로소 AI라는 행위자를 다루는 호모 사피엔스가 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AI 시대에서 추구해야 할 인간가치이자, 우리가 있어야 할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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