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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금성 Jul 28. 2024

센 강 대신 한강에서 올림픽 개막식을 한다면?

파리올림픽 개막식을 보면서 든 생각

파리 올림픽 개막식, 출처: 연합뉴스

파리의 밤하늘을 수놓은 불꽃과 함께 올림픽이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100년 만에 파리에서 열린 이번 올림픽은 개막식부터 모두의 예상을 뒤엎은 파격적인 연출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번 개막식의 가장 큰 특징은 경기장을 벗어나 센 강과 파리 시내 전체를 무대로 삼았다는 점이다. 6km에 달하는 센 강변을 따라 펼쳐진 행사는 약 30만 명의 관중이 직접 목격했으며, 전 세계 수억 명의 시청자들에게 파리 곳곳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뜻깊은 행사였다.


특히 에펠탑, 루브르 박물관, 노트르담 대성당 등 파리의 랜드마크들은 물론, 명화의 인물들이 화면 밖으로 나오고 프랑스혁명의 감동을 재현하는 공연은 오직 프랑스만이 생각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획이었다.

셀린 디온의 감동적인 공연, 출처: AP연합뉴스

개막식의 대미를 장식한 셀린 디온의 공연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희귀병으로 공연 활동을 중단했던 그녀의 복귀 무대는 올림픽이 지향하는 극복과 화합의 정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또한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펼친 '친환경 올림픽'을 기치도 인상적이었다. 경기장의 95%는 기존 시설을 활용하거나 임시 구조물로 대체했으며, 선수촌은 목재와 저탄소 시멘트를 사용해 건설했다. 또한, 재사용 가능한 컵과 유리병을 사용하고,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50% 줄이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다만 개막식을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한 부분도 없지 않다. '친환경 올림픽'을 지향한다면서 보트를 이용해 선수단을 입장시키거나, 폭죽을 사용하는 행위는 오히려 탄소를 더 많이 배출한다. 특히 LED로 대체된 성화는 그저 보여주기식 환경 보호라는 느낌을 받았다.

다양성과 평등의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 결혼 행진 장면은 남성과 여성, 성소수자를 모두 포함시켰다. 그러나 일부일처제를 원칙으로 하는 민주사회에서 다자 연애를 종용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성소수자 친구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는 나 조차도, 위 공연은 올림픽 개회식의 본질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표현하는 섹스 공연처럼 보였다. 전 연령층이 함께 즐기는 행사의 성격을 고려할 때, 위 공연은 부적절했다고 본다.


또한 아시아계 연기자의 부재는 진정한 의미의 다양성 표현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결국 개막식이 표방한 포용성과 다양성의 가치는 제한적이고 서구 중심적이었다.

충격적인 비주얼의 디오니소스, 출처: 연합뉴스

마리 앙투아네트의 참수된 머리를 형상화한 장면이나 술과 욕망의 신 디오니소스를 패러디한 장면도 올림픽 정신과 맞지 않다고 느꼈다. 디오니소스를 연기한 카트린느는 술에 취한 듯한 느낌으로 '벌거벗은'(Nu)을 불렀다. 인간의 과욕으로 인한 전쟁, 남과의 비교 등을 비판하는 내용이지만, 충격적인 비주얼과 최후의 만찬을 연상시키는 연출 덕분에 취지가 무색해졌다. 전 연령, 전 세계가 즐기는 축제에 굳이 선정적이고 신성모독의 소지가 있는 공연을 해야만 했을까.


마지막으로 조직위는 대한민국 선수단이 북한으로 잘못 소개되는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 프랑스어 아나운서가 대한민국의 국호인 'Republique de Coree' 대신 북한의 국호인 'Republique Populaire Democratique de Coree'로 호명했는데, 이는 외교적 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하기 어려운 실수인데, 은밀하게 이뤄진 그들만의 차별 방식이 아닐까 의심된다.




파리 올림픽 개막식을 지켜보며, "만약 서울에서 열렸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꿈틀거렸다. 센 강보다 아름다운 우리의 한강 역시 올림픽 개막식의 웅장한 무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강의 기적'을 테마로, 대한민국의 눈부신 경제 발전과 찬란한 문화적 성취를 세계에 알리는 무대를 잠시 그려보았다.

성화대가 될 남산타워

잠실 한강공원부터 여의도 한강공원까지 이어지는 장대한 구간, 그 위를 유람선을 타고 입장하는 각국 선수단들의 모습을 상상해 보자. 롯데월드타워와 63 빌딩 등 서울의 랜드마크들이 배경이 되어, 한국의 유구한 역사와 역동적인 현대 문화를 선보이는 무대가 펼쳐질 것이다.


광화문 광장에서 범 내려온다를 위시로 한 크로스오버 국악과 세계적인 트렌드가 된 K-pop의 향연이 펼쳐진다. 사대문에서는 한복을 입은 배우들과 해태 등 신화 속 동물들이 어우러져 춤을 추고, 한강 상공에서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감동을 선사했던 드론쇼가 이어진다.


잠수교에서는 단복을 컨셉으로 한 패션쇼가 열리고, 남산 서울타워를 거대한 성화대로 활용하면 어떨까. 우리나라의 고유한 문화와 첨단 기술이 공존하는 공연, 너무 아름답지 않은가! (물론, 공연기획이라고는 1도 모르는 나만의 망상이다.)

이러한 개막식은 단순히 선수들만의 축제가 아닌,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어우러지는 진정한 의미의 올림픽 정신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한강변을 따라 펼쳐진 개막식과 선수, 시민들이 함께 어울려 즐기는 모습, 그 자체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시민 의식의 성숙함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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