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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금성 Jul 23. 2024

해리스 대 트럼프? 어디서 본 장면 같은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포기 후 미국 대선 전망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

지난 21일 일요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결국 재선 포기 선언을 했다. 현직 대통령이 선거일을 약 100일을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미국 대선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이다. 결국 6월 27일 CNN 대선 토론회에서 보여준 최악의 퍼포먼스가 재선 포기를 불러온 것이다.


바이든의 결정은 지난 주말 측근들과의 회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주요 언론에 따르면 7월 20일 토요일, 바이든의 가장 가까운 두 보좌관인 마이크 도닐런과 스티브 리체티는 대통령에게 승리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는 정보를 보고했다고 한다. 이는 트럼프에 한참 뒤지는 여론조사 결과와 주요 민주당 인사들의 입장을 종합한 것이었다.


주말 간 팩폭을 맞은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재선에 도전하고 싶었지만, 민주당과 미국을 위해 물러나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데 전념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힌 뒤,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을 차기 민주당 대선 후보로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오바마의 속내는 무엇일까?

바이든의 지지 선언과 함께 많은 민주당 중진들이 해리스 지지를 선언하면서, 해리스의 후보 지명이 유력해 보인다. 민주당 하원의 원내총무인 캐서린 클라크, 일리노이 주 하원의원 라자 크리슈나무르티, 오하이오 주 상원의원 셰로드 브라운 등이 해리스 지지를 선언했다. 특히 켄터키 주지사인 앤디 베시어는 한 인터뷰에서 해리스를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러닝메이트로 나설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공개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텍사스 주 하원의원 로이드 도겟은 "트럼프의 어둡고 보복에 찬 계획을 거부하도록 경합주 유권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최고의 후보를 선출하기 위해 공정하고 개방적이며 민주적인 과정을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바이든의 결정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성명을 통해 "우리 당의 지도자들이 탁월한 후보를 선출할 수 있는 과정을 만들 수 있다는 데 대해 큰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하며 경선을 은근히 암시했다. 특히 이번 성명에서 해리스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는데, 민주당의 후보 선출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중립적인 태도를 취했다. 오바마와 달리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부부는 해리스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는 오는 8월 19일에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대선 후보를 발표할 예정이다. 약 4,700명의 대의원들이 이 결정에 참여할 예정이며, 8월 초 가상 투표나 전당대회 현장에서 투표를 통해 후보를 선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날 만약 해리스가 아닌 다른 후보가 선출된다면, 바이든 캠프에서 모금한 선거 자금의 운명도 복잡해진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바이든 캠프는 무려 9,600만 달러의 자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만약 해리스가 후보가 된다면 이 자금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지만, 다른 후보가 선출될 경우 자금 이전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고 한다.

트럼프와 해리스

해리스는 바이든의 지지 선언 직후 성명을 통해 "영광스럽다"며 후보 지명을 "얻고 승리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녀는 바이든과 함께 일한 경험을 강조하며 민주당을 하나로 단결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해리스가 바이든의 결정이 내려진 일요일에 10시간 이상을 전화기 앞에서 보냈다는 것이다. 언론에 따르면 해리스는 100명 이상의 당 중진, 주요 의원, 주지사, 시민단체 대표들과 연락을 취했다고 하는데, 당내 지지 기반을 빠르게 확보하고자 노력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CNN에서 발표한 최근 여론조사 평균(Poll of Polls)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8%,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이 4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해당 수치는 7월 16일부터 18일까지 실시한 여론 조사를 포함해 6개의 최근 전국 조사 결과를 분석해 나온 것이다. 이는 해리스가 바이든보다는 나은 성적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트럼프에게 근소하게 뒤처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해리스 캠프는 이미 트럼프와의 대결을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해리스의 검사 경력을 부각하며 '검사 대 범죄자'라는 구도를 만드는 중이다. 해리스는 "나는 전직 검사이니, 헛소리하지 말고 팩트만 얘기합시다"라는 식의 발언을 통해 자신의 법조인 경력을 강조할 수 있다. 이는 트럼프가 성추문 입막음 관련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고, 대선 방해 혐의로 두 건의 형사 사건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겨냥한 전략이다.


캠프에서는 이러한 접근 방식이 해리스의 강점을 부각하는 동시에 트럼프의 약점을 공략하는 효과적인 전략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매사추세츠 주 상원의원인 엘리자베스 워렌 또한 "전직 검사로서 해리스 부통령은 유죄 판결을 받은 중죄인들에게 책임을 묻는 데 많은 경험이 있다"라고 말했다. 전직 검사와 범죄 혐의를 받는 대선 유력 후보. 이 구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나.


그동안 여러 의미에서 역대급 토론을 보여준 두 분

일단 바이든은 차기 대통령 취임 때까지 임기를 마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일부 공화당 의원들, 특히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엘리스 스테파닉 하원 공화당 의원총회 의장, 스티브 데인스 상원 공화당 선거위원회 위원장 등은 바이든의 즉각적인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바이든이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할 능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바이든의 결정이 어떠한 의학적 문제와도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새 러닝메이트이자 '힐빌리의 노래'로 유명한 J.D. 밴스는 "지난 4년 동안 해리스가 바이든을 도와 이민 정책과 IRA 정책을 추진하는 바람에 집값과 식료품 가격이 크게 올랐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트럼프 캠프는 해리스의 캘리포니아 주 검사 및 법무장관 시절의 기록을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해리스가 검사시절 맡았던 주요 재판들을 확인한 뒤, 민주당의 정책 성향과 모순된다고 주장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MAGA Inc.라는 친트럼프 슈퍼팩(무제한 정치자금 기부단체)은 "해리스가 바이든의 명백한 인지능력 저하를 은폐했다"라고 주장하는 30초짜리 광고를 제작해 애리조나, 조지아, 네바다, 펜실베이니아 등의 경합주에서 방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말 극적인 대결이었다

올해 미국 대선은 마치 우리나라의 '윤석열 vs 이재명' 구도를 연상케 하는 극적인 대결로 전개될 전망이다. 검사 출신 카말라 해리스와 여러 범죄 혐의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의 대결은 한국 유권자들에게도 익숙한 '정의의 칼날' 대 '정치 보복' 프레임을 상기시킨다. 해리스의 검사 경력 부각 전략은 윤석열 대통령이 "공정과 상식"을 강조하며 검찰총장 경력을 내세웠던 것과 흡사하다. 반면 트럼프 진영의 '정치 보복' 주장은 이재명 후보가 검찰 수사를 '정치 탄압'으로 규정했던 논리와 맥을 같이 한다.


이러한 대결 구도의 끝에선 사법정의와 정치적 책임 사이의 균형, 권력 기관의 중립성 등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검찰 개혁을 둘러싼 논쟁이 치열했던 것처럼, 미국에서도 법 집행 기관의 역할과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지 않을까.


그러기에 향후 100여 일 동안 펼쳐질 대선 경쟁은 단순한 정치 이벤트를 넘어, 21세기 민주주의의 생존력과 적응력을 가늠하는 척도로 여겨질 것이다. 세계 최강대국이 만드는 어지러운 드라마의 결말이 부디 해피엔딩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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