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
조교님들이 채점을 끝냈다. 시험 성적이 생각보다 잘 나왔다. 그리고 과제는 뭐 거의 100점이다. 내가 너무 쉽게 냈나 보다. 아니면 이제 족보가 돌고 있는 걸 거고. 그것도 아니면 챗 gpt가 내 문제를 잘 풀어준 것일 수도 있고.
학기 말이 되면 i 성향인 나에게도 친한 애들이 좀 생긴다. 그리고 성적을 줄 때가 되면 미안한 감이 없잖아 생긴다. 이 아이는 참 열심히 했는데 어쩔 수 없다 넌 B. 넌 열심히 하더니 거의 완벽하구나 A+. 첫 시간부터 왜 슬라이드가 영어에요 라고 따지듯이 질문하더니 너는 내가 문제 내는 데 걸린 시간보다 더 적은 시간을 써서 답안지를 작성했구나. C. 넌 면접 준비하느라 고생 많이 하더니 조기 취업 성공했구나. 연차 내서 기말 시험 보느라 수고했다. 근데 객관식 몇 개 되지도 않는 걸 다 3번으로 하면 어떻게 하니. 그래도 생사 확인은 되었으니 D.
이렇게 저마다 사연 있는 성적을 주고 나면 내가 학기 초에 학생들에게 했던 말을 떠올린다.
저는 여러분들의 기록에 남는 사람이 아닌 여러분들의 기억에 남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에게 어른이 되어 주고 싶습니다.
난 내 말에 책임을 질 수 있는 학기를 보냈을까? 뭔가 좀 아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