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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통한 부의 세습 11.

교육열과 경제 성장

by Staff J

1. 취업설명회를 학교가 아니라 회사에서 한다고?


어쩌다보니 학위를 마치기 전까지는 계속 학계에 있게 되었지만, 학부 7학기 때까지는 무조건 취업한다 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개강 후 토익을 한창 준비하고 있었을 때였는데, 중앙 도서관 게시판에 모기업의 취업설명회를 해당 사옥에서 연다는 공고가 있었다. 그 때 당시만 해도 성과가 날 것 같지 않은 일을 시도하지 않았던 터라 학교에서 하는 취업설명회 아니면 거들떠 보지도 않았는데, 사옥에서 하는 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신청해 보았는데 덜커덕 합격 통지서가 날라왔다.


사실 저 때만 해도 벌써 경제 혹은 금융으로 마음을 굳힌 터라 컴퓨터 쪽은 별로 생각 안하고 있었는데, 덜컥 통지가 와 버려서 고민 좀 하다가 한 번 가보자 하는 생각으로 갔다. 도착했더니 방문증 주고 이름표 나눠주고, 학교 별로 자리를 배정해 주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딱 4곳의 학교에만 공고를 붙인 거였고, 학교별로 20명 정도만 초청해서 한 설명회였다. 이미 너무 오래 전 일이라 자세한 건 잘 기억이 안 나고, 모든 행사가 끝난 뒤에 근처 식당을 통째로 빌려서 하는 저녁 식사 자리에서 학생 2명, 해당 학교 선배 2명, 그리고 관련 부서 2명, 이렇게 총 6명이 둘러 앉아서 어떻게 준비했고 어떻게 합격했고 회사의 복지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설명을 들었던 기억만 난다. 물론 그 뒤에 누군가의 표현에 따르면 "물 흐르듯이 이렇게 저렇게 해서" 석사에 계획에도 없던 유학까지 해서 가방끈만 길게 늘이게 되었지만 말이다.



2. 채용시장에서의 정보 비대칭성 (신호 보내기 효과)


채용시장에서는 뽑는 회사나 지원하는 사람이나 잘 모르고 시작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최대한 잘 선별하려고 하고, 지원하는 사람은 최대한 신호를 잘 보내려고 한다. 모든 정보가 알려져 있는 상태라면 실력이 부족한 지원자 입장에서는 지원할 수 있는 기회 조차 잃어버리게 되는 거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보자면 적절한 곳에 적절한 인원을 잘 뽑아서 배치할 수 있기 때문에 상상도 못할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거다.


그런데 그렇게 정보가 모두 알려지는 건 이상적인 상황에서나 가능한 일이고, 현실은 그것과 매우 동떨어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기업에서는 최대한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 잘 선별하려는 유인을 가지게 된다. 이 중에 하나가 바로 교육 수준이다.


경제학적으로 교육 수준을 선별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로 사용하는 것을 설명하려는 시도들이 있는데, 한 가지 시도는 교육의 비용과 편익이 사람마다 다를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즉, 습득력이 빠르거나 생산력이 높은 사람의 경우에는 교육을 받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보다 교육을 받은 뒤에 달성할 수 있는 인적 자본 수준으로 얻을 수 있는 미래 경제적 효익이 커서 기꺼이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는 선택을 할 거라고 가정한다. 반면에 습득력이 느리거나 생산력이 낮은 사람의 경우에는 그 반대의 상황이 펼쳐질 것이기 때문에 교육을 받지 않는 걸 선택할 것이라고 가정한다.


이런 상황 하에서는 생산성이 높은 사람을 원하는 기업은 더 많은 돈을 지불하고 서라도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과 계약할 유인이 있고, 생산성이 낮은 사람을 원하는 기업은 더 적은 돈을 지불하고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과 계약할 유인이 있는 것이다.



3. 개인의 인적자본과 사회적 인적 자본


부모들이 자녀에게 희망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국가도 교육에 미래에 대한 희망을 걸고 있다. 교육을 잘 시키면 개인적으로 잘 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라도 더 잘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효과에 한정시켜 본다면 직접적으로는 인적 자본의 증대를 가져오고, 간접적으로는 기술개발 등을 통해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 물론 범죄율을 낮추거나 보육의 질을 높이는 등의 경제 외적인 효과를 가져온다는 연구도 있다.


최근들어 경제 성장에 교육이 미치는 역할에 대한 연구가 좀 더 활발해 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본다면 과거 노동투입 증가에 기반한 경제 성장에서 기술 개발 등의 혁신주도형 경제성장으로 바뀌어 가는 과정에서 사람에 대한 투자가 더 중요해 졌고, 이 투자의 한 가운데 교육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연구자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사회과학의 발전 과정이 개론과 각론, 원칙과 예외, 반론과 재반론의 과정을 거치듯이 교육이 경제성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결과도 있다. 다르게 표현하면 교육의 직접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간접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는 연구자들이 많은데, 크게 보면 선후관계 (교육 때문에 경제가 성장을 한 것이 아니라 경제가 성장을 했기 때문에 교육을 많이 시켰을 수도 있다는 점)와 다른 요소가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 (물적자본, 기술, 사회제도 등) 때문에 교육과 같은 무형 자산이 경제 성장에 미치는 효과를 측정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교육의 본질은 차치하고 경제학적으로만 고민해 본다면 교육의 기능은 개인의 인적 자본 형성, 사회적 자본 형성, 그리고 신호 보내기 기능으로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개인의 인적 자본 형성은 비록 교육이 무형자산이긴 하지만, 해당 무형 자산이 개인의 생산성을 높여 개인의 생애 전체에 걸쳐 얻는 소득과 양의 관계에 있다는 연구들은 대체적으로 공감을 얻고 있는 편이다.


사회적 자본 형성 기능은 두 가지 경로로 생각해 볼 수 있는데, 개인의 인적 자본의 합이 사회적 자본으로 보는 견해에서는 개인의 인적 자본의 증가는 곧 사회적 자본의 증가로 연결되는 것이고, 사회적 자본을 사회규범이나 사회적 네트워크로 본다면 의사소통능력배양과 공동체를 위한 시민의식 등을 기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 두가지 자본 형성 기능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유익한 기능이라고 볼 수 있으나 앞서 살펴본 신호 보내기 기능은 그 자체로만 본다면 사회적 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좀 심하게 표현하면 이런 유익한 기능들을 좀먹을 수도 있다. 선발된 사람은 이익을 보지만, 선발되지 못한 사람은 손해를 보게 되고, 인적 자본을 쌓는데 치중하기 보다 신호 보내는 기능에 집중하게 되면 사회적 자본 형성에 해를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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