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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통한 부의 세습 14.

도제, 실습

by Staff J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같은 경제학을 공부하면서도 금융 쪽을 기반으로 공부하는 사람과 노동 쪽을 기반으로 공부하는 사람이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당시에는 내 관점 자체가 차이점을 찾는 것에 매몰되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원재료나 소재를 구매하면 파레트 단위로 입고가 된다. 파레트 단위라 함은 지게차로 한 번에 뜰 수 있는 정도라고 할까. 정확히 세어 본 적은 없지만, 어림 잡아 우리 회사에서 상차와 하차에 사용되는 파레트가 하루에 400 에서 500개 정도 되는 것 같다. 지게차 2대로 이 모든 파레트들을 옮기다 보니 정말 쉴 새 없이 지게차들은 계속해서 움직인다.


상차는 우리가 올려주는 거고, 하차는 우리가 내리는 건데, 상차는 우리 제품 등을 출하 하거나 외주를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물건의 성질을 잘 알아서 큰 문제가 없는데, 하차 시에는 실어 주는 쪽과 의사 소통이 잘 안되면 조금 재미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일단 이 지게차는 두 팔로 안아서 들어서 내려놓는 개념인데, 살짝 뒤로 기울여서 들다 보니 위로 갈수록 무게 중심이 지게차 쪽으로 움직이게 된다. 반대로 말하면 물건을 내려놓으려고 할수록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리게 되는 거다. 이 때 무게 중심이 잘 안 맞으면 뒷바퀴가 들리게 되고 심하면 지게차가 앞으로 뒤집히게 된다. 그래서 하차를 할 때는 무게가 제법 되겠다 싶으면 한 번에 확 들지 않고 살짝 수평으로 위로 띄웠다가 괜찮다 싶으면 들어서 가만히 서서 차를 빼라고 하고 그 자리에 그대로 내려놓는 경우도 많다. 이 것도 여의치 않으면 지게차 뒤에 몇 사람이 매달린다. 그렇게 해서 사람이 무게추 역할을 하면서 하차한다. 이 걸로도 해결되지 않는 것이 있다면, 큰 지게차를 하차 혹은 상차 시에만 빌려서 해결한다.


도제를 맺은 고등학교에서 회사를 방문하는 경우가 있다.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앞으로 2년 동안, 어쩌면 졸업 이후에 취업할 회사를 정하기 전에 회사들을 미리 방문해 보는 과정이다. 대부분의 경우 뭘 질문해야 될지도 몰라서 선생님이 대신 질문해 주시거나 나만 떠들거나...


얼마 전에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실습이 있었다. 2 명이 왔는데, 학부모 들과 같이 왔다. 이 두 명 중에 한 명은 실습 기간 마치고 학교로 돌아갔고, 다른 한 명은 여기에 남아서 근로 계약을 맺었다. 나와 예전에 관계를 맺었던 친구들이 학생이라고 표현하면 대부분 학부생, 혹은 연구를 하는 대학원생을 의미하지만, 이 곳에서의 학생은 고등학생이다. 아니면 회사를 다니면서 학습을 병행하는 대학생들.


내가 먹물만 먹었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세계, 경험하지 못했다면 그저 자본이 어떻네, 노동력이 어떻네, 인적 자본이 어떻네 하고 떠들었겠지만, 한 발을 살짝 담그고 나서 보니 그냥 숫자로서 매몰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많이 느끼고 있다.


교육을 통한 부의 세습.


출발점이 다른 아이들을 보며, 이걸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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