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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과커몰리 Jul 07. 2023

야스오는 왜 과학인가?

이슬람 천재 과학자의 길을 걷는 야스오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에 등장하는 캐릭터 '야스오'는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유명인입니다. 야스오가 우리 팀에 있을 경우에는 반드시 패배한다는 뜻으로, "야스오는 과학이다."라는 유행어가 있을 정도지요. 야필패는 정말 과학일까요?


 사실 야스오는 억울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야스오는 잘만 다루면 화려하고 멋진 플레이로 게임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캐릭터인데, 겉멋에 취해 게임을 제대로 못 하는 유저들만 플레이한다는 오해를 받고 있죠. 그래서 오늘은 이런 야스오의 억움함을 풀어주고자, 야스오가 과학인 이유를 다른 관점으로 설명해보려 합니다. 야스오가 이슬람의 천재 과학자 '이븐 알하이삼'의 삶과 닮아있다는 것을 발견했거든요. '그게 뭔데 10덕아'라는 생각이 드셨다면, 글을 끝까지 읽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이슬람 천재 과학자 이븐 알하이삼(좌), 소환사의 협곡의 과학자 야스오(우)  사진/ 위키미디어 커먼즈, 라이엇 코리아

 이븐 알하이삼은 10세기 이슬람 제국에서 활동했던 과학자로, 빛의 성질과 같은 물리적 광학과 안구의 구조 같은 생물학적 광학에 대해 연구한 학자입니다. 그의 연구를 담은 <광학의 서>는 번역되어 유럽의 수많은 과학자들에게 영향을 미쳤지요. 알하이삼은 빛은 앞으로 직진한다 는 사실을 최초로 검증하기도 했습니다. 공교롭게도 대부분의 야스오 유저 역시 빛처럼 직진밖에 모르는 우직한 친구들이 많죠? 상대가 누구든 질풍검을 휘날리며 앞으로 달려나가는 야스오의 동작은 마치 한 줄기의 빛과 같습니다. 


 자, 본격적으로 이븐 알하이삼과 야스오의 상관관계에 대해 알아보겠습다. 알하이삼은 사실 본인 스스로 똑똑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당시 칼리파(이슬람 최고 지도자)에게 찾아가, 나일강의 범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호언장담한 적이 있었는데요. 이론적으로는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나일강의 규모를 직접 눈으로 보고는 당시의 기술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보고하고 말았죠. 이런 알하이삼을 용서할 수 없었던 칼리파는 크게 분노해 그에게 형벌을 내리려 했습니다. 그게 야스오랑 무슨 상관이냐고요? 리그 오브 레전드 야스오 캐릭터 설명에는 이런 부제목이 있습니다. '용서받지 못한 자'. 이븐 알하이삼과 야스오 둘 다 용서받지 못한 자라는 것이 겹치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칼리파의 형벌이 두려웠던 알하이삼은 미친 척을 하기 시작합니다. 칼리파는 알하이삼이 미쳐버렸다는 얘기를 듣고는 형벌을 내리지는 않고 자택에 감금하라는 명령을 내리죠. 미친 척으로 목숨을 건진 셈입니다. 10년이나 미친 척을 했다니, 연기력이 정말 대단하죠? 하지만, 미친 척은 야스오도 일가견이 있습니다. 상대 팀에 킬을 헌납하는 야스오에게 핀잔을 주면, 제대로 미친 척을 하는 야스오를 볼 수 있죠. 자기는 원래 잘 하는데, 나에게 훈계를 하여 조커처럼 흑화해 미쳐버렸다는 메소드 연기를 보여 주며 게임을 던지기 시작하는데...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을 해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실 수 있을 겁니다. 


 글을 쓰다보니 야스오에 대한 오해를 푸는 것이 아니라, 편견이 더 생기는 것 같지만... 일단 이어가겠습니다. 자택에 감금된 알하이삼은 방구석이 틀어박혀 하고 싶었던 연구를 이어가게 됩니다. 빛의 성질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고, 연구 결과를 기록했죠. 그 유명한 <광학의 서>도 이때 작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빛의 성질을 연구할 때, 어두운 방에 장막을 치고, 아주 작은 구멍으로 빛을 들어오게 해 바깥의 풍경을 장막에 담아내는 '카메라 옵스큐라'를 최초로 활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대에 사용되는 카메라가 바로 이 기술을 응용한 것입니다. 카메라 옵스큐라에는 아주 크고 두꺼운 장막이 활용되었는데요, 이럴수가! 야스오의 주력 스킬의 이름이 바로 바람 '장막'입니다. 억지 아니냐고요? 아무렴 어때요.  

카메라 옵스큐라에 사용된 장막
야스오의 바람 장막

  마지막으로, 알하이삼은 이론과 가설을 세우고 연구를 진행함에 있어 반드시 실험과 경험을 통해 그 내용을 검증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었습니다. 끊임없는 검증을 통해 증명하려하는 연구 방법은 이후 과학자들의 연구법에도 큰 영향을 미쳤죠. 우리 야스오는 또 어떻습니까? 적진 한 가운데로 들어가면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알고 있음에도 몸소 들어가 죽음으로 이론을 검증하는 야스오야말로 실증주의의 대가가 아닐까요?  틈만 나면 혼자 들어가 '최후의 폭풍'을 시전하고 명예롭지 않은 죽음을 택하는 우리 팀 야스오를 볼 때마다 그의 연구 정신에 박수가 절로 나옵니다. 


 이상으로, 소환사의 협곡의 과학자 야스오와 이슬람 천재 과학자 이븐 알하이삼의 상관관계를 알아봤습니다. 그 상관관계는 아래와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1. 둘 다 빛의 직진 성질을 검증했다.

2. 용서받지 못한 자다.

3. 미친 척을 잘 한다.

4. 장막을 잘 활용한다.

5. 끊임없이 이론을 검증한다. 


 야스오가 과학인 이유를 아주 과학적으로(?) 알아본 오늘의 과학 배설! 가끔은 딱딱한 정보 글 말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잡설도 편하게 술술 써보려 해요. 글을 쓰고 보니 오늘은 간만에 롤 한 판 하고 자야겠습니다. 




* 과학배설에서는 흥미로운 과학 썰을 편하게 쭉쭉 배출해보려 합니다. 

* 제 모든 썸네일은 인공지능에게 맡기고 있습니다. 오늘의 썸네일은 '아숙업 Askup'이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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