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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블리 Jun 26. 2023

이혼은 이럴 때 이렇게 하는 겁니다

엄마아빠처럼 살기 싫었어요(흔한 변명이지만 진짜라고요)

어릴 적 가정폭력에 시달렸던 나는 엄마의 폭행을 눈앞에서 많이 봤는데 칼을 들고 찔러 죽일 듯 달려오는 아빠의 모습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특히나 회사에서 안 좋은 일이 있으면 집에 와 엄마를 폭행했고 엄마는 자기 옷을 입으로 뜯고 소리를 지르며 고통스러워했다. 사실 그 고통은 나도 똑같이 받은것 같다.


아마 어릴 적 기억이 시작되는 6살 때부터인가 그 처음 기억이 부부싸움이라는 건 참으로도 슬픈 일이다. 엄마가 집안에서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모습, 주먹으로 맞아 눈이 시퍼렇게 부은 모습. 엄마 아빠 사이에서 울고불고 말려도 그림자처럼 밟히며 여기저기 치이던 나의 모습.


지금도 엄마는 ‘너희들 때문에 다 참고 산 거야’라고 자신만이 피해자라 말씀하신다. 전에는 그것이 참 미안하게 느껴졌지만 지금의 내가 그 고통을 잊을 수 없는 걸 보면 그 선택이 최선이었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내가 커가면서 엄마도 변했다. 엄마의 폭력성이 나타난 것이다. 어릴적 참으로 다정했던 그녀가  아빠에 대한 화를 참지 못해 분노가 폭발한 것인데 중학생 이후로 오빠와 나를 그렇게  많이 때리셨다. 화가 나는 대로 주먹이 오가고 먹던 음식도 던지고 옷을 찢어버리고 문밖으로 쫓아내는 등 자신의 감정을 조절히지 못해 자식에게 분노를 표출하며 심각한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고통받으셨다.


난 어릴적 등교를 하면 집에 가는 것이 두려웠다. 집안의 적막과 항상 누워서 의욕 없이 지내는 엄마의 모습이 나를 웅크리게 만들었다. 어디에도 의지할 곳 없는 어린 나는 항상 자신감이 없었고 학창시절내내 줄곧 왕따를 당하며 누구에게 맞아도 억울하다고 목소리 한번 크게 낸적 없는 소심쟁이 바보가 되었다.


‘주님의 은총이 함께하길’ 집 안방에 걸려있던 액자 속 성경말씀은 희망고문일뿐 아빠가 초인종을 누를때가 하루 중 가장 공포스러웠다. 주말이 제일 두려웠고 명절이 가장 끔찍했다.


결혼을 하고 임신기간 중 사건이 터졌다. 그놈은 어느 날 문득 자신이 이 결혼이 억울하다며 나 때문에 인생이 망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서로 말다툼이 오갔고 나를 밀치며 내 배를 발로 차버린 것이다. 정말 죽고 싶었다. 내가 엄마 아빠처럼 살게 될 줄이야. 우리 아기와 나는 한 몸인데 무슨 생각으로 나한테 이런 것일까. 배 속에 아기가 걱정되었다. 내 정신이 온전하지 못해서 아기한테 이상이 갈까 봐 너무 걱정이었다. 남들은 태교도 하고 좋은 것만 듣고 먹고 할 때 나는 매일 같이 엄마처럼 고통에 시달렸다. 늘 누워서 지냈고 눈물만 났다. ‘아기야 미안해’ 이말만 수없이 되내이며 애써 침착하고 잘해보려 노력했다.


도망가고 싶은데 모아둔 돈도 도망 칠 곳도 없었다.


 그래 내 선택이 잘못된 것이다. 나는 벌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원래 불행한 사람이었으니 이것도 참아야하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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