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잘 살 줄 알았는데...(쓰레기는 쓰레기통에)
참고 또 참았다. 애초에 만난 지 얼마 안 돼 한 결혼이니 한집에 사는 게 지나가던 행인보고 ‘둘이 같이 살지 그래?’하고 한 공간에 집어넣어 사는 꼴과 비슷했다. 코 고는 소리도 너무 힘들었고 매일 하루 4잔씩 마시는 커피도 한심해 보였다. 자기밖에 몰라 입덧하는 아내를 두고 퇴근 시 커피 두 잔만 사와 홀짝홀짝 마시며 넷플릭스를 보며 침대에 잠드는 모습이 남보다 못한 놈이란 생각도 들어 배신감과 후회가 밀려왔다.
주말마다 밖에 나가 홍대거리를 걸어야 했던, 집에 있는 게 너무 싫었던 그를 맞춰주기 위해 출산 하루 전까지도 신촌에서 저녁을 먹었다. 그것도 그 길거리 한복판에서 무슨 메뉴로 먹을지 못 정했다는 이유로 나를 울리기도 하였는데 임신기간 내내 나 좋아하는 음식은 두 번 이상 먹으면 싫증 난다며 화를 내었고 입덧(토덧)이 심해 토를 반복하는 나를 등한 번 두들겨 준 적 없는 매정한 놈이었다.
또한 맨몸으로 장가를 올정도로 뻔뻔함은 세상 1등인 놈인데 운전면허도 없이 34년을 살았으니 자신의 자식을 벤 여자를 조금이라도 위한다면 그쉬운 면허를 따는 게 누구나 당연하다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임신과 출산 이후 바람이 날 때까지 면허를 딸 이유를 모르겠다는 이유로 만삭의 임신부 옆자리에 앉아 운전에 소질이 없다, 내가 운전하면 너보다 잘한 자신이 있다며 인간 같지도 않은 행동과 말로 나를 가스라이팅하였다. 울며불며 운전 좀 해달라 하여도 ‘싫어’하며 아주 단호하게 거절하였다.
가장 끝판왕의 모습으로는 유튜브 강의를 보고 소감문을 쓰게 하였는데 그 영상 내용 대부분이 부인이 남편에게 사랑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근데 정말 웃긴 건 자신이 보는 유튜브 영상은 대부분 메이드복을 입은 여성이 나와서 ‘이렇게 하면 여자가 미치고 날뛰어요’하는 변태적인 영상만 보고 있는 것이었다. 그때는 충격이었고 모든 걸 다시 되돌리고 싶었지만 뱃속 아기를 위해 참았고 아기를 낳으면 부성애가 생겨서 달라질 거라는 자기 위안을 하며 참고 또 참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제는 대놓고 영상을 보는 그에게 화가나 울분을 토했다. 너무 억울하다 못해 내 자존감이 바닥을 뚫고 땅속으로 꺼지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무심하고 이기적인 그놈의 입에서는 ‘나는 원래 남녀관계에 관심이 많아, 날 구속하지 마 그냥 이게 원래 나야 너 진짜 답답하게 군다.’하며 오히려 내가 짜증 섞인 말로 화를 내는 것이었다.
다들 이 글을 본다면 이 멍청한 여자야 하겠지만, 정말인지 결혼을 감정에 휩싸여 쉽게 선택한 나의 패배를 인정하기 싫어 무너지는 내자신을 붙잡으며 쓸데없이 노력했다. 물론 결과는 이혼이고 그는 절대로 달라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