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우리는 왜 무당을 찾을까

데이터보다 의미가 필요한 시대

by 파인

최근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예능 ‘운명전쟁 49’를 흥미롭게 시청했다. ‘무속 서바이벌’이라는 도파민 넘치는컨셉에, 매력 넘치는 출연자들과 나름 짜임새 있는 구성까지 더해져 매주 공개일을 기다릴 만큼 몰입도가 높았다. 특히 가족을 먼저 보내고 남겨진 사람들이 의뢰인으로 나온 마지막 회에서는 무당들이 건네는 과장되고 요란한 위로에 생경한 감정을 느끼면서도, 내가 당사자가 된 것처럼 눈물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앞서 무당 연애 리얼리티인 ‘신들린 연애’ 역시 인상 깊게 본 터라 혹시 내가 유독 이런 컨텐츠에 끌리는 건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다행히 개인적인 취향에만 머무는 현상은 아니었던 듯하다. ‘운명전쟁 49’는 공개 직후 아시아권 시청 순위 1위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고 디즈니플러스의 신규 가입자 증가세까지 견인하고 있다. ‘무빙’ 이후 큰 화제작 없이 고전하던 디즈니플러스에게 한국 무당들이 구원투수로 떠오른 셈인데, 주요 출연자들의 상담 예약은 27년까지 마감되었다고 하며 심지어 해외 팬미팅이 예정된 무당도 있다. 케데헌에서 시작된 한국 무속에 대한 관심이 또 하나의 K-문화 코드로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image.png 진짜 MC 박나래 앞날 본 사람 없는 건지 제발 비하인드 풀어주세요...


종교는 없어도 샤머니즘은 신봉하는 전형적인 한국인답게 나 또한 사주나 신점 등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결과를 맹신한다기보다는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에 가까운 것 같다. 현대의학에서는 신내림을 일종의 조현병이나 인격장애등으로 보기도 한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인간의 감각과 직관이 극대화된 상태, 그리고 카운슬링이 결합된 독특한 문화적 현상으로 이해하는 편이다.

신당을 찾는 이들은 대개 심리적으로 약해져 있거나 답을 찾지 못한 불안에 갇혀있는 상태가 많다. 그런 상황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감정과 사연을 예리하게 짚어주고 명확한 언어로 정리해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강한 위로가 될 수 있다. (물론 사기가 아니라는 전제하에서) 감정의 미묘한 신호를 읽는 능력이 남다르게 발달된 사람이라면 표정, 말투, 맥락 속 단서들을 빠르게 종합해 상대의 상태를 포착해 낼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더해 비슷한 고민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을 매일같이 상대하며 축적된 경험치는 일종의 데이터베이스처럼 작동할 것이다. 반복적으로 관찰한 사례와 패턴은 직관의 정확도를 높일 것이고, 내담자가 스스로를 이해하고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설득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샤머니즘은 초자연적 능력에 대한 믿음과 인간 심리를 읽어내는 고도의 커뮤니케이션의 조합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AI무새답게 해볼 만한 질문이 있다.

'AI시대에서도 무당의 역할은 유효할 것인가'

생년월일만 넣으면 인생 상담부터 중장기 투자 계획까지 가이드해 주는 인공지능이 있는 시대에, 사짜 비율이 반이 넘을 것 같은 무당 직업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무조건 YES일 것이다. 실제로 무속인 업계에서 예측하는 국내 무당의 수는 30만-80만인데, SNS와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무속인의 활동이 대중화되면서 점점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기술 수준이 급변하며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는 현대 사회에서 '불안'을 기반으로 하는 무속 산업은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연약하고 불안한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확률 계산이 아닌 위로와 명분이며, 무당은 그 지점에서 더욱더 막대한 팬덤을 거느리게 될지도 모른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은 더 합리적인 존재가 될 것 같지만, 동시에 더 불안하고 더 외로운 존재가 된다.

데이터가 답을 제시하는 세상에서, 여전히 사람들은 나에게만 유효한 ‘의미’를 찾아 헤맬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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