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같은 상사에게 자아를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서
최근에 가장 고민이고, 스트레스인 일이 있다면 바로 나의 상사이다.
그는 말 그대로 '꼰대'이고, 점잖은 척을 하지만 사실은 도덕적이지 않은 사람이다.
실무자를 갈아넣지만, 본인의 성과를 우선시하고,
노력한 실무자들을 뒤로 하고 자기의 공적을 상부에 비밀리에 보고하는 사람.
젠더감수성이 떨어지는 발언은 물론, 사무실에서 비속어도 섞어 쓰는 그런 사람.
공격적인 말투로 남을 공격하고 뒤에 가서는 그런 뜻이 아니었다며 하는 사람.
술과 회식을 좋아하는 나머지 그런 식의 소통이 제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그래서 진정한 리더십에 대해서 고민해보게 되었다.
도대체 좋은 리더란 무엇일까? 어떤 게 좋은 리더일까?
머리로는 알고 있다. "이 사람"의 문제임을 말이다. 사실 회사는 잘못이 없다.
그러나 "이 사람"에 대한 분노는 곧 회사에 대한 분노로 이어지고,
이어진 분노는 내가 그만두지 뭐, 로 이어진다.
어차피 직급 낮은 나의 불만은 어디에서도 좋아보이지 않고,
그냥 꾹 참고 일하며 앞에서는 하하호호 하는 게 사회생활이라고.
이번에 이런 최악의 상사와 출장을 수행하면서 정말 여러가지로 곤란한 상황이 많았다.
그리고 취지에 공감되지 않는 업무에 투입된다는건 너무너무 괴로운 일임도 알았다.
나를 망가뜨렸고, 불평불만만 늘어놓게 됐다.
이런 내 모습이 너무너무 싫고, 저주스러웠다.
어쩌다가 나는 이렇게 불만투성이인 인간이 되어 버렸을까?
누굴 만나도 회사나 상사에 대한 힘듦을 토로하기만 하는. 일에서는 별로 보람을 못 느끼는.
그렇게 처음 이 일을 하게 되어서 기뻐하던 4년 전 나의 모습은 이미 온데간데 없었다.
내가 점점 괴물이 되어 가고 있는듯했다.
출장을 진행하며 느낀 점이 있다.
그래서 나도 마음 정리를 할 겸, 일기를 써내려가본다.
어차피 지나가는 사람이다.
인생에는 여러명의 중요한 사람이 있다. 그 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것은 나의 가족,
그리고 나의 친구, 동료들. 나와 이야기가 잘 통하고, 서로를 위해주는 자들.
나를 스스로 평가절하하게 만들고, 회사생활이 저주스럽다 느끼게 하는 저 사람은
어차피 지나가는 사람이다. 내 인생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없다.
독수리는 파리를 사냥하지 않는다. 인생은 길고, 중요한 사람은 한정되어 있다.
적당히 웃어주는 것도 필요하다.
남편의 말 중에 도움이 되었던 것이 있다.
객관적으로 나의 기준이 맞는 상황이라면, 주변도 모두 그렇게 느낄 것이며,
그 상황에서 일부러 그 자에게 반박하려 하지 말라.
또한 너가 너 자신이 틀리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그걸 인정받으려고, 또 누군가가 알아주길 바라는 건 과욕이다.
그 사람이 틀렸다는 것을 네가 굳이 증명할 필요가 없다. 그건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이다.
마치 썩은 물에 정화제를 쏟아붓는다고 해서 그것이 완전한 정수가 되지 않는 것처럼.
왜냐? 어차피 네가 더 잘났으니까.
어차피 그의 시체는 기다리다 보면 떠내려 올 것이다.
그러니 그냥 적당히 웃어주자. 뭐하러 힘 빼서 남의 인생을 교정하려 하는가?
그럴 필요 없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나를 내려놓지 말자.
또한, 내가 배울 것이 있는 사람들에겐 좀 더 적극적으로 나를 어필할 필요도 있다.
눈치를 너무 보지 말자. 그럴 이유도 없다.
내가 알아서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나는 자유로워질 것이고,
그것은 결국 나의 일에 대한 다시 동기부여로 이어질 것이다.
내 기준을 가지고, 그것을 너무 진지하지 않게 잘 풀어나가는 연습을 하는 거다.
아, 그건 아닌데요. 보다는,
하하. 저는 그것도 맞다고 생각하긴 하는데요, 이렇게 하는 건 어때요? 가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