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질적연구의 패러다임
요즘 학교에서 듣는 강의 중에 '질적연구방법론'이라는 강의가 있다. 그리고 이 강의는 석사 때부터 '양적연구'에만 뇌가 절여진(?)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 되고 있다.
양적연구에서는 기존에 밝혀진 이론으로, 최대한 RCT에 가까운 준실험설계에서, 무작위 샘플을 가지고 최대한 robustness한 결론을 도출해내서 가치 중립적임을 지향하는 연구자가 객관적 사실을 적시하는 목표를 가지고 하는 일종의 사실을 밝히기 위한 연구이다.
나는 이것이 바로 연구자들이 연구를 하기 위한 목적이자, 지향점인 줄 알고 몇 년을 살아왔다.
하지만 '질적연구'에서의 '연구'란 내가 흔히 알던 양적연구에서의 그 연구와는 조금 다른 결이었다.
질적연구는 그 '연구대상자' 자체에 좀 더 주목한다. 우리는 이론에 근거한 사실, 어딜 갖다대도 같은 결과가 나오는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인식론적 관점에서 다중 진실(multiple reality)이 있다고 가정하고, 질적연구를 하기 위해 선정한 그 대상자의 상황과 사례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 연구대상자들 간의 공통점을 찾아내고, 연구대상자 '간에서의' '일반화(generalization)'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질문한것은,
솔직히 이 세상에 '객관적인 진실'은 있고, 연구자는 그 객관적 진실을 지향하고 실재하는 진실을 찾기 위한 사람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냐고 물었는데 1~2명 빼고는 손을 들지 않았다.
나머지 40여명의 사람들은 거의 다중 진실을 인정하고, 어떠한 '사실'이라고 믿는 것들은 사실 사실이 아닐 수 있으며 권력자의 아젠다세팅이나 연구자의 주관이 들어가서 왜곡될 수 있는 여지가 크기 때문에 객관적인 진실은 있을수가 없다고 했으며, 진실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고 했다.
그런데 솔직히 나는 손을 들지는 않았지만 이 세상 어딘가에 객관적인 진실은 있다고 믿는 사람인 것 같았다(질적 수업이라 질적이 대세(?)인 것 같아서 손은 못 듦. 창피하니까!). 그래서 연구자의 소명은 그 진실을 위해 달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도 연구를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흥미로웠다.
그 상황에 집중하고 대상자들 간의 공통적인 점을 찾아내서 그 상황에서의 '일반화'를 하는 게 연구로써 인정받는다니.
교수님은 그러면서, 많은 연구자들이 질적연구는 '일반화' 및 어떤 상황에서든 연구의 '재생산성'이 떨어지는 양적연구의 특성을 지니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객관적이지 않고 연구로서 기능할 수 없다고 은연 중에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질적연구를 완전히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며 양적연구가 주류가 된 현재의 연구 패러다임에서 경계해야할 태도라고 했고, 질적연구자들은 연구대상자를 '샘플'이라고 부르는것조차 경계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사실 나도 양적연구에 뇌가 담궈져(?) 있어서 질적은 그냥 인터뷰하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만 했고, 연구 결과가 다른 상황에서도 적용되기 어렵기 때문에 인정받지 못하는게 아닐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했는데 반성을 하게되는 계기였다.
언젠가는 해보고싶긴 하지만...
학위과정생들이나 연구원들은 시간적, 물리적 제약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못한다고 하는 질적연구.
우리분야에서는 정말 필요한 스킬일텐데 제대로 경험이라도 해 볼 수 있는 날이 올까?
아무튼 최근에 가장 흥미로운 수업 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