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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규원 Jul 22. 2024

진실하고 고결한 정신

조지 엘리엇


마리나 반 주일렌은 프랑스 태생인데 미국 대학에서 비교문학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젊은 학생들과

만나며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한 고백적 내용을 책에 썼다. <평범하여 찬란한 삶을 향한 찬사>의 서두를 읽다가 예전의 나도 더 깊이 들여다보고 인내하려는

자세가 부족했었다는 점이 와닿았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고 평범함보다 완벽하거나 탁월한 것을  

추구했다. 그렇듯 사람들을 무분별하게 만들고 종종 잘못된 길로 이끄는 완벽에의 열망과 숨겨진

자질이나 결점을 관대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함부로 판단하지 않게 해주는 평범함의 미덕을 이 책이 깨닫게 한다.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자기 방식대로 옳은 것을 찾아가려는 모습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철학자들보다

소설의 인물들을 통해 이야기하니까 더 설득력 있다.  

그중 조지 엘리엇의 대표작 <미들 마치>에서 인간의 약점과 평범성을 다루지만 경멸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일상의 아주 사소한 배려의 행위가 지닌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거창한 이념이나 영웅적인 희생이

필요하지 않다. 주변 사람들을 위한 사소한 배려의 행위가 악에 맞서는 신성한 싸움의 일부일 뿐 아니라

세상을 보호하고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일조한다는 것이다. 보잘것없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빛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다니…!

특별함을 떠받쳐 주는 평범함이 얼마나 아름답고 인생에서 중요한지 모른다.

보통 성공적인 삶의 모습과 달리 이야기의 저변에 소소한 열망에 대한 예찬이 흐르고 있는데, 주인공은

아니지만 허황된 야망보다 자신의 잠재력과 자신만의 본성을 따르는 주변 인물이 엘리엇의 주제를

대변한다. 소소한 열망과 야망을 가진 모든 사람 중 프레드만이 ‘가치 있는 한 가지를 열망’ 하기 때문이다.

엘리엇은 야망이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뭔가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 즉 자기 자신에게

가장 충실하려는 노력이라고 역설했다.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너무 높거니 멀리 있는 목표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일상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삶의 자세인 것이다. 결국 고귀한 목표에 이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목표의 성취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진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 우리의 노력이 우리를 만든다.'


20 세기 영국의 대표적 비평가 리비스는 서구 문명에 대한 비판적 대응에서 문학적 사유와 문학 전통이

갖는 중요성을 성찰하고 규명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도서관에서 조지 엘리엇의 책을 찾다가 없어서 대신 <영국 소설의 위대한 전통>을 빌렸다. 조지 엘리엇의

소설을 인용한 부분이라도 읽을 수 있어서 좋었다. 리비스를 통해 탁월하고 고결한 정신의 소유자인 조지

엘리엇을 조금이나마 더 알게 되었다. 놀라운 사실은 그녀의 작품들을 읽고 영향을 받은 헨리 제임스가

지적 탁월성을 지닌 엘리엇의 소설을 높이 평가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자신의 단편소설 <대니얼 디론다:

한 회화>에서 이렇게 말한다.


… 엘리엇의 글을 읽을 때 저는 항상 작가의 지성을 즐깁니다. 그 지성에는 멋진 풍경처럼 여유 있는

 공간과 신선한 공기가 들어 있거든요.”

“… 엘리엇의 자연스러운 역할은 인생을 관찰하고 느끼는 데, 놀랍도록 깊이 느끼는 데 있거든요. 성찰과

 공감, 믿음 이런 것이 엘리엇의 천품이었다고 해야겠지요. 만일 오래된 신조들의 열렬히 찬동하는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지금보다 더 완벽하고 더 일관되며 순조로운 발전을 이룩하는 일도 가능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리비스는 특히 밝은 지성의 기록으로 다가오는 조지 엘리엇의 소설은 전통적인 도덕적 감수성을 드러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개인이 지닌 기질과 본성을 따르는 것이 주변 상황에 좌우되지 않으면서 확실하고

적극적인 삶을 살 수 있게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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