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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규원 Sep 15. 2021

친밀한 대화

진정한 행복을 발견하기 위해



<풀밭 위의 독서>, 명규원作


우리 모두는 예술가이고 작가이기도 하다. 우리가 지각하고 체험하는 것들과 관계들에 대한

반응들을 어느 정도까지는 표현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것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나타낸다. 옷을 골라 입고 집을 꾸미고 살며 우리가 본 풍경과 어떤 사건이나 신에 대해서도

똑같은 방법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그런데 세상이 인정하는 작가는 여러 사상이나 삶의 경험과 지혜를 녹여서 우리의 정신을 형성하고 내면세계를 풍요롭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우리는 분주한 일상과 고된 노동을 감내하면서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산다는 것이 

변하는 환경에 적응해가는 일이다 보니 대부분 행복이 뭔지 모르고 지나간다. 나중에야 '그때가 좋았지!'라고 알아차린다. 주어진 상황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행복을 발견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책이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절대로 진정한 행복을 발견할 수 없다."라고 문정희 시인도 말한 적이 있다.


그런데 책을 지적 허영의 도구로 삼거나 도락쯤으로 여긴다면 문제가 다르다. 보르헤스는 

독서를 통해 무엇인가를 얻어내려는 '박식한 경솔함'에 경종을 울린다.

"몽테뉴 시대에 책 읽기라는 것은 형제애적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하나의 친밀한 대화였다. 반면에 오늘날 그것은 무슨 소리가 들려 나오는 보이지 않는 곳과 고문실로부터 

무엇인가를 얻어내는 박식한 경솔함이다. 그리고 드러난 혹은 폭로된 사소한 신비를 위해 얼마나 많은 위대한 메시지를 잃어버리는지!"


그는 또한 문학 작품이 작가뿐 아니라 독자의 관계를 통해 형성되는 세계가 있다고 했다. 개개인을 초월하는 무엇인가가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모두가 지닌 집단적인 그 힘은 진실을 찾고 말하며, 보편적 목적에 봉사하도록 하는 정신적인 힘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문학과 예술, 신앙의 역할이 있다고 본다.


“작품은 태어날 때부터 (아마도 그 이전부터) 대중의 소유이며 무한한 독서 공간 속에서

다른 작품들과 무수한 관계를 통해 존재한다. 어떤 작품도 독자적이지 않다. 왜냐하면

인간의 상상력으로 가능한 이야기와 메타포의 수는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보르헤스의 말대로 책을 펼쳐서 읽을 때 독자의 마음과 만나는 작가나 주인공들과의

친밀한 대화가 살아난다. 우리의 상상력에 호소하여 깊은 생각과 정서들을 불러일으키고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발견하게 해 준다. 그렇게 책 읽기를 통해 사람과 책은 진정으로 

생명을 얻고 살아가게 된다.

# 브런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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