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리의 긴긴밤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

빛나는 바다를 넘어

by Surf the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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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불꽃놀이 - 하현상을 들으면서 작성했습니다.


하지만 너에게는 궁금한 것들이 있잖아. 네 눈을 보면 알아. 지금 가지 않으면 영영 못 가. 직접 가서 그 답을 찾아내지 않으면 영영 모를 거야. 더 넓은 세상으로 가. 네가 떠나는 건 슬픈 일이지만, 우리는 괜찮을 거야. 우리가 너를 만나서 다행이었던 것처럼. 바깥세상에 있을 또 다른 누군가도 너를 만나서 다행이라고 여기게 될 거야.

나는 유학을 고민 중이다. 이 유학이란 건, 내 삶의 태도, 생각, 방식 모든 것을 바꾸고 있다. 순간 보다 항상 미래를 보고 행동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별은 있었지만, 유학은 여태까지 이별이라고 생각했던 모든 순간들 조차와도 진짜 이별을 하게 된다.


내게 있어 연애는 항상 그랬다. 항상 떠나는 건 나였고, 떠나야 하는 시점을 놓치지 않고 떠났다. 떠나는 건 항상 슬펐다. 빛나던 기억들이 있어서.

그 사람들에게 나는 만나서 다행인 사람이었을까?

그들은 내게 있어 소중한 기억들이다. 사실 그중 가장 소중한 사람은 아직 완전히 떠나지 못했다. 마음만이라도 조금만 더 곁에 머물러 있다 오고 싶다.

"울어버리고 웃어버리다가 아직 까지 남은 건 어디를 보게 될까?"(불꽃놀이 - 하현상 중에서.)



언제나 그랬다. 노든은 옛날 기억에 사로잡힐 때마다 앞으로 걷고 또 걸었다. 노든이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밖에 없었다.

난 늘 그랬다. 누군가는 내가 진취적이고 나아가는 사람이라고 말해줬지만, 사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었다.



바다에 도착하면, 나는 더는 같이 갈 수가 없어. 너 혼자 가야 돼.
걱정 마세요. 혼자서도 잘 갈 수 있어요.
나는 그때, 헤어짐이 무엇인지도 몰랐고, 단지 바다에 도착하는 상상으로 들떠 있었다.


난 헤어짐이 무엇인지 잘 모르기에 늘 선택을 쉽게 내렸다. 첫 사람과의 헤어짐을 통해 난 애틋함이라는 감정을 알게되었고, 마지막 사람과의 헤어짐은 내게 배려와 따뜻함을 이해하게 했다. 빛나던 순간이란 감정이 넘치고 순간순간이 꽉꽉 차있는 애틋함인 줄 알았는데, 여백도, 침묵도, 때로는 약간 지루함도 다 빛난 순간이란 걸 알게 되었다.


그치만 나에게는 노든밖에 없단 말이에요.
나도 그래
눈을 떨구고 있던 노든이 대답했다.
그때 노든이 대답이 얼마나 기적적인 것이었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다른 우리가 서로밖에 없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그때는 몰랐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모든 것이 기적이었다.


기적이었다. 나의 무력함에 도망친 곳에서 만났던 당신이, 혼자서 새로운 시작을 하는 순간이었다는 것이. 둘이 밤바다를 걷고, 서로가 힘들 때 지지해 주고, 기쁜 일이 있을 때 축하해 줬다는 것이. 모든 순간을 둘이 함께 하며 서로만으로 충분했고, 서로 밖에 없었다.



우리는 호숫가 모래밭에 누웠다. 하늘이 예쁜 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저거는 무슨 색이라고 불러요?
저렇게 예쁜 하늘 색깔에 이름이 있을 리가 있겠어?
음, 저건 잘 익은 망고 열매 색 같아요. 기억나요? 우리가 그때 먹었던 망고 열매요.
기억나고말고. 운이 좋았지. 그렇게 잘 익은 망고 열매를 발견하다니. 듣고 보니 정말 잘 익은 망고 열매 색이구나.



내게 망고 열매 색 하늘은, 검푸른 바다이다. 우리만 아는 전망대에서 바다를 보며 그 순간 세상에 둘만이 존재하던 것 같은 그 감정을 기억한다. 정말 운이 좋았다. 그렇게 멋진 사람을 발견했었다니.



어느 날 밤, 나는 노든의 이야기를 들으며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다가 문득, 오늘이 노든과의 마지막 밤이 되리라는 것을 알았다. 이제 나의 바다를 찾아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노든의 눈을 쳐다보며, 눈으로 그것을 노든에게 말했다. 노든도 그것을 알았다. 우리는 오래도록 서로의 눈을 마주 보았다.


내게도 이 날은 갑작스럽게 다가왔다. 긴 고민을 했지만, 결정의 순간은 갑작스러웠다. 정말 문득,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고, 다시 앞으로 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으니까. 말 그대로 정말 그것밖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대로 더 머무르고 싶었지만, 미룰수록 서로의 바다를 찾기 어려워질 것 같았다. 아쉬운 건, 난 눈을 오래도록 마주 보지 못했다. 좀 더 오래 마주 보며, 이별을 길게 가졌다면 어땠을까... 해보지 않았기에 알 수 없는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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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책이야. 앞만 보고 달리는 내가 돌아볼 수 있는 책.

내가 느낀 순간의 감정을 글로 적을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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