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le on the hill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

by Surf the world

에드시런의 Castle on the hill을 들으며 떠오르는 지극히 개인적인 기억을 적은 글입니다.



학교와 연결된 샛길에는 작은 언덕이있다. 올라가면 학교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그런 언덕이다.

나는 그 언덕을 참 좋아했다. 추억이 참 많은 언덕이다.



콜드 플레이 내한을 기다리고 있던 시기였다.

이별에서 오는 감정의 변화를 한참 누리고 있던 나에게 콜드 플레이 음원 리스트는 참 듣기 좋았다.

밤 산책중 Fix you 를 듣다가 갑자기 언덕을 올라가고 싶었다.

언덕까지 가는 길은 밤에 많이 어둡지만, 언덕에 오르면 달빛과 학교에서 비치는 간접 불빛으로 밝아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올라갈 수 있었다.

언덕에 오르면 보는 눈이 없기에 행동이 자유롭다. Fix you의 고조되는 부분에서, 나는 언덕 위에서 혼자 뛰고 노래를 불렀다.



We found weekend jobs, when we got paid
We'd buy cheap spirits and drink them straight
Me and my friends have not thrown up in so long,
oh, how we've grown But I can't wait to go home


계절 학기 어느날이었다. 모르는 사람에게 유독 더 용감하던 나는 기숙사에서 처음 만난 형들에게 돗자리를 들고 산책을 가자고 제안했다.

한밤 중이었기에 내가 하는 말이 이상하게 들릴 법 했지만, 나의 확신과 계절학기라는 여유가 형들의 발을 움직였다.

나는 형들과 함께 언덕을 올랐다.

가는길이 너무 어두워 꺼려하던 형들도 언덕에 오를 수록 주변이 밝아지자 놀라워했다.

나는 한술 더 떠 돗자리를 깔고 눕자고 했다.

우리는 돗자리에 누워 별을 보고, 앉아서 학교를 보고, 노래를 들었다.

우리는 계절학기 동안 언덕을 몇번 더 올라갔다.



가끔 그런 사람이 있다. 스쳐지나갔지만, 함께한 순간만큼은 정말 가까웠던 관계.

내게도 그런 친구가 있었다. 나이도 다르고, 성별도 달랐지만 서로의 가장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심지어는 사람들에게 상처 받은 기억과 상처를 준 기억들 까지도 이야기했다.

어떻게 처음 알게되었고, 친해졌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우리는 새벽에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어느날 나는 친구에게 용기를 내서 언덕을 소개했다.

기타 치는 걸 좋아하던 우리는 언덕에 돗자리를 깔고 밤새 기타를 치며 이야기를 나눴다.



One friend left to sell clothes, one works down by the coast
One had two kids but lives alone, one's brother overdosed
One's already on his second wife, one's just barely getting by
But these people raised me and I can't wait to go home


그 이후 바빠진 나는 더 이상 누군가를 언덕으로 데려가지 않았다.

마음에 여유가 없어져서 였을까, 아니면 사람에게 지쳐서 였을까.

언덕은 회복이 필요할 때 혼자가서 앉아있는 장소가 되었다.



And I've not seen the roaring fields in so long, I know I've grown But I can't wait to go home

그마저도 더 바빠진 나는 한동안 언덕을 찾지 못했다.

어느날, 신축 건물을 짓기 위해 학교가 확장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알고보니 샛길과 언덕이 개발 된다는 것이었다.

언덕은 깎여 내려갔고, 더 이상 언덕은 내가 쉬던 장소가 아니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 아무도 오지 않던 샛길은 이제 모두의 밤 산책 장소가 되었지만, 내 추억의 장소는 없어졌다.



I'm on my way Driving at 90 down those country lanes
Singing to "Tiny Dancer"
And I miss the way you make me feel, and it's real
And we watched the sunset, over the castle on the hill


솔직히 아쉬웠다. 아쉬웠는데, 언덕은 이제 나만의 추억으로 남은 것 같아서 그건 그거대로 좋은것 같아.

가끔은 이런 순간이 필요하다.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 바깥 공기를 마시며 조용히 숨쉴 수 있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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