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명원 면접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

건명원스럽다?

by Surf the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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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의 미국 정부효율부(DOGE)를 본 사람들은 대게 두 가지 반응으로 나뉘는 것 같다.

1. 권력에 취한 일론 머스크의 만용

2. 기술 창업으로 인류의 실존적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전 정권에서 국가 즉 정치의 리스크를 체감하고 국가를 먼저 살리려고 하는 애국자

두 번째 반응은 일론 머스크의 그간 행적을 추적하지 않으면 쉽게 이해가 되지 않기에, 여기에서 따로 설명하지는 않겠다.


우리는 표면적으로 나타난 일시적인 결과로 사람을 판단하곤 한다. 그 행동의 내면적 동기, 목표 등은 잘 고려하지 않는다. 사실 잘 고려하지 않는다보다는, 잘 모른다가 맞겠다.


잘 모르니까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판단을 한다.



한 학년이 30명인 고등학교에 다녔다. 그중에는 영화를 사랑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 앞에서 설국열차를 보고 재미없다고 했다가 손절을 당할 뻔했다. 당시 나는 그 친구의 세계를 잘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친구가 제작하는 단편 영화들은 뭔가 울림이 있었지만, 어떤 의미를 전달하려는지 잘 몰랐다. 그럼에도 그 친구가 가지고 있던 뭔가는 많은 친구들을 매료했다. 벌써 업계에서 유명해진 친구다.


그 학교에는 음악을 사랑하던 친구도 한 명 있었다. 반대로, 그 친구는 사람들에게 음악성을 쉽게 인정받지는 못했는데, 난 그 친구가 영화를 사랑하는 친구와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그 친구는 결국 버클리 음대에 가서 자기만의 음악을 만들고 있다.


그들에게서 뭔가를 느꼈기에, 나도 대학교에서 나만의 것을 찾아보고자 나름 노력했다. 그 연장선으로 대학원에도 진학했다.



석사 과정을 시작했을 때, 나는 연구자의 태도가 무엇인지 몰랐다. 태도가 바로잡히지 않으니, 연구하지 않았고 실적만 좇았다. 당시 난 실적이 연구를 증명한다고 생각했다.


그 와중, 갑작스러운 지도 교수님의 이직으로 인해 홀로 서게 되었다. 하지만, 스스로는 연구를 수행할 능력이 없음을 깨달았고, 내가 연구자가 아님을 알았다. 그제야 연구가 무엇인지, 연구자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었다.

꽤 오랜 기간, 많은 연구를 보고, 많은 유명 연구자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연구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해하니 자연스럽게 태도가 따라온다. 그러고 나서야 연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고등학교 친구들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최근에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여 인류의 실존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창업자들에게 관심이 있다. 오랜 기간 관심을 갖고 지켜본 결과, 그들이 하고자 하는 것들을 편린으로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그런 도전이 많은 사람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과, 해결이 필요한 어려운 문제에 도전할 동기를 부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을 지켜보며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방향성이 드디어 잡혔다.



고등학교 친구들이 좀 더 이해된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대화한다면 그들의 세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고 그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나는 아직 생각의 뿌리가 약해 쉽게 흔들린다. 한국의 많은 창업자들은 기업이 성장하면 빠르게 엑싯을 한다. 누구는 목적이 돈이었기 때문이라 하지만, 그중 일부는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대한 의식이 있었을 것이다. 다만,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근원적 고민이 없어 큰돈 앞에서 흔들린 건 아닐까라고 생각해 본다.


나는 내가 최근 하는 생각들이 어디서 온 건지 궁금하다. 지금의 나는 뿌리가 약하기에, 날 더 잘 이해하여 뭐든 기초를 단단하게 하고 싶다. 또 남의 생각을 더 이해하고, 세상을 더 잘 이해하고 싶다.


몇 번 깨져보고, 여기까지 고민이 닿아서야 인문학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오늘 건명원 면접을 봤다.


떨어질 수도 있고..짧은 면접이 아쉬워, 면접 들어가기 전 잠시 인사했던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같이 점심을 먹었다. 오가는 대화 속에서 상대가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며 살아왔고, 건명원에서 나와 비슷한 것을 얻어가고자 한다는 것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한 박사과정생은 나와 비슷한 사람은 딱 봐도 한눈에 알아본다고 말했었는데, 그 순간을 경험했다.




2/23 추가내용

건명원에 떨어졌다. 아쉽긴 하지만, 그런대로 괜찮다. 사실 작년 말 부터 올해 초까지 최근 연속적으로 3번의 실패를 겪어 내성이 생긴 듯 하다. 하지만 셋 다 큰 일이기도 했어서, 조만간 시간이 나면 관련 글을 적고 싶다.


3/3 추가 내용

실패의 내성에 대한 글

https://brunch.co.kr/@3498dce147624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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