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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한테 미안하지만, 당신이 싫어요.

by Dreamy Psychologist

가난한 옷을 입고 카페 가서 커피 한 잔 마시는 걸 꺼리던 엄마. 뭐하러 돈 아깝게 커피는 그 돈 주고 사 먹냐며 손사래 치던 엄마. 그 모습을 보는 어린 나는, 내가 어떻게 느껴야 할지 몰랐다.


오랜 심리 공부 끝에야, 나는 내가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엄마는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면서도 자식을 공부시킨 부모들 이야기를 자주 했다. 그리고 사실, 그녀의 어머니도 가난한 시골 동네에서 자식 공부시킨다고 손가락질 받았다.


엄마에게 내가 미국 유학을 가고, 박사가 되고, 학자 집안과 결혼한 건 어쩌면 자랑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엄마와 거의 대화를 하지 않는다. 사실 거의 일방적으로 피한다.


나에게 그녀는, 자신의 작은 머릿속에서 ‘멋진 어머니 역할’을 다 했다고 믿는 존재일 뿐, 나의 ‘엄마’는 아니었다.


어린 시절, 그녀는 남편과 떨어져 다른 지역에서 일을 해야 했다. 갓 태어난 나는 할머니 손에 맡겨졌다.

어쩌면 그게 시작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왜 내가 할머니 손에 크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스스로를 엄마라고 부르는 젊은 여자의 손길은 낯설었다. 나중에는 할머니 집과 그녀의 집을 몇 달씩 오가며 지내는 게 너무 버거웠다.


불이 꺼진 어린이집에서, 그녀가 퇴근하길 기다리며 놀이방에 앉아 있었을 때, 미처 설명할 수 없는 찝찝한 슬픔과 외로움이 날 괴롭혔다.


그녀와 남편이 한 바닷가의 작은 도시에 정착하고 나서야 나는 ‘정상가족’의 형태로 살 수 있었다.다만, 내가 다섯 살이었고, 그녀는 다른 여자아이를 낳았다.


그 아이는 그녀와 남편이 처음부터 직접 키운 첫 아이였고, 나는 그들을 낯설어하는 다섯 살짜리였다.


그녀는 그 후로 그녀만의 방식으로 나를 키웠고,

나는 생존했고, 성장했다.

하지만 나에게 ‘엄마’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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