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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란, 기억을 다시 쓰는 일일까?

by Dreamy Psychologist

가끔 나는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내 기억을 믿을 수 있을까?”


심리치료를 받다 보면, 과거의 경험을 돌아보고, 이해하고, 다시 말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마치 내 기억이 새롭게 ‘편집’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치료가 나를 더 건강하고 사랑스러운 존재로 만들어주는 건 분명 고마운 일이지만, 동시에 이런 질문이 스친다.


“내가 진짜 나를 만나고 있는 걸까, 아니면 만들어진 이야기 속 나를 만나고 있는 걸까?”


이런 고민은 내가 심리학자로서 사람들을 도우며 느껴온 딜레마이기도 하다.

기억은 완벽하지 않다. 감정에 따라, 시간에 따라, 주변 사람의 말 한마디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진실’에 다가갈 수 있을까?


나는 이렇게 믿는다.

좋은 치료란, 우리가 만든 이야기를 진심으로 살아볼 수 있게 해주는 것.

지금 여기를 살 수 있게 도와주는 것.

진실은 단 하나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아픔, 내 안에서 올라오는 외침은 언제나 ‘진짜’다.

그 진짜를 외면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고 바라보는 일이 바로 치유의 시작이 아닐까.


나는 여전히 조심스럽다.

이 이야기를 세상에 꺼내놓는 게 두렵기도 하다.

내가 너무 민감한 사람처럼 보일까 봐, 혹은 내가 전하려는 진심이 잘못 전달될까 봐.


하지만 동시에 안다.

누군가는 지금 이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치료와 진실, 기억과 자기를 둘러싼 복잡한 감정들 속에서, 자기만의 길을 찾아가고자 애쓰는 누군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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