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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심리학자가 일억 모으는게 얼마나 걸릴까 (3)

by Dreamy Psychologist

Day 77 (6/11/25)


현생 사느라 바빠서 글 올릴 생각을 못 했는데, 구독자분이 궁금하다고 댓글을 달아주셔서 힘내서 써보기로 했다.


이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미국은 한국보다 정신건강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건 확실하다. 예를 들어, 정신건강 문제로 병가를 쓰는 것도 더 자연스럽고, 정신치료를 받으러 가는 일 역시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 시스템 차원에서도 정신건강의 필요를 이해하기 때문에 보험으로 치료가 어느 정도 커버된다.


물론 한국과 다르게, 미국 보험은 대부분 사보험이기 때문에 보험의 퀄리티는 천차만별이다. 좋은 보험일수록 정신건강 치료를 더 많이 지원해준다.


하지만 여전히, 다른 healthcare 직종에 비해 정신치료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돈을 덜 번다. 보험사에서 지급하는 금액 자체가 낮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 2년의 석사 유학과 6년의 박사 과정을 거쳤다. 그런데 미국 내에서 나보다 훨씬 짧은 트레이닝을 받은 치과의사나 약사보다 수입이 적다. 한국에 계신 분들은 그게 당연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사실 당연하지 않다. 돈을 좇았다면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나는 인간과 내가 속한 사회 구성원들의 정신건강을 진심으로 중요하게 여겼기에 이 길을 택했다.


그런데 지금의 사회는, 내가 정신건강을 ‘필수’라고 믿는 만큼 그렇게 여기지 않는 것 같아, 내가 어리석은 착각을 한 건 아닌지 의심하게 만든다.


마음이 멍드는 일은, 몸이 멍드는 것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에 사람들은 그것이 삶에 얼마나 깊고 오래된 영향을 끼치는지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시스템은, 내가 눈물과 젊음을 바쳐 공부하고 헌신해온 시간에 걸맞은 보상을 주지 않은 채, 그 공백을 오롯이 헌신으로 채우길 요구한다.


이쯤에서 사족은 그만하고… 돈 모으기로 각오한 지 77일차, 내 통장 상황은 어떨까?


현재 은행 잔고: +$262.22
5월 수입: $5,364.01
6월 수입: $3,737.02
그래도 전보다는 점점 더 잘 벌기 시작한 듯하다.

카드 빚: -$7,615.23
총합: -$7,353.01


이번 달엔 Theory 원피스를 샀다. 작년에 입어보고 마음에 들었던 예쁜 드레스가 이월 상품으로 50% 세일 중이었다. 오래 고민했지만, 5월에 돈이 더 들어왔으니 나에게 주는 작은 선물을 장만했다. 기분이 참 좋았다.


지금까지는 내 파트너가 혼자 집 월세와 생활비, 장보기 비용까지 다 감당해왔다. 5월에 내가 좀 더 벌기 시작하면서 장보기에 들어가는 돈은 내가 더 지불했다. 그랬더니 파트너도 사고 싶어 하던 후드 집업을 유튜브로 보며 자신에게 잘 어울릴지 고민했다. 참 뿌듯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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