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의 마침표는 어떻게 금쌍가락지가 되었나

AI 책사도 베낄 수 없었던 진정성 # 플러스휴먼1학년수료

by 두번째지니

마침표를 찍고 금반지를 샀다 (feat. AI 책사 제미나이)

분류기호: 814 (한국문학 – 수필)

23개 원고의 마지막 마침표를 찍고 나서, 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금쌍가락지'를 산 것입니다.


평소 3~4월에 금붙이를 모으는 저만의 오랜 의식[가계부는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3화 참고] 외에도, 스스로 대견한 일을 해냈을 때 주는 아주 특별한 포상 휴가 같은 것이었죠.


제 인생에서 이런 특별한 금반지를 스스로에게 선물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첫 번째 포상은 아들의 고3 1학기 기말고사 무렵이었습니다. 아이 못지않게 저 역시 피가 마르는 긴장감 속에 있었죠. 그 숨 막히는 불안감을 떨쳐내고자, 저는 막 시작했던 검정고시 한국사 교육 봉사용 교재를 직접 만들어보겠다는 무모한 결심을 했습니다.


그날부터 7일 동안, 밥 짓고 밥 먹는 시간만 빼고는 온종일 책상에 앉아 미친 듯이 한국사 교재 작업에만 매달렸습니다. 다른 곳에 완전히 몰입할 곳이 필요했으니까요.

세상에 단 7권밖에 없는 '수제' 검정고시 한국사 교재입니다

마침내 번듯한 교재가 완성되었을 때, 그 치열했던 일주일을 버텨낸 제 자신이 너무나도 기특해 금반지를 하나 샀습니다.


지금도 그 반지를 끼면 절로 입꼬리가 올라갑니다. 열정적으로 살았던 제 모습이 떠올라 자존감이 꽉 채워지고, 무엇보다 그사이 훌쩍 뛰어오른 금값을 보면 더더욱 흐뭇해지니까요.

저에게는 '물방울다이아몬드'보다 더 귀합니다ㅎ

이번에 구입한 금쌍가락지 역시, 먼 훗날 제게 '21일간의 치열했던 글쓰기'를 떠올리게 할 눈부신 훈장이 될 것입니다.


처음 브런치 연재를 결심했을 때는 매주 한 편씩 올리자고 마음먹고 '우선 10편만 써두자'며 가볍게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쓰다 보니 잊고 있던 24년 전의 기억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더군요. 혹시라도 원고를 발행한 뒤에 번뜩이는 조각들이 생각나면 중간에 끼워 넣기 곤란해질까 봐, 아예 끝장을 보자는 심정으로 글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2026년 2월 11일에 첫 문장을 썼고, 3월 4일에 23편의 방대한(?) 서사를 완성했습니다.

저는 흔한 블로그나 인스타조차 하지 않아 세상 그 어디에도 제 글을 남겨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3월 5일, 용기를 내어 완성된 글 중 세 편을 등록하고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습니다.

바로 다음 날인 3월 6일, 거짓말처럼 작가 합격 소식을 받았고, 3월 7일에는 기쁜 마음으로 1편을 더해 4편의 글을 발행했습니다.


제가 어떻게 이런 용기를 냈을까요?

앞선 에필로그에서도 적었듯, 『김미경의 마흔 수업(확장판)』을 읽고 저는 제 나이가 쉰 살이 아니라 '두 번째 서른셋'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관점 하나를 바꿨을 뿐인데 가슴이 마구 뛰고 하고 싶은 일들이 쏟아지더군요. 그때부터 'MKYU'에서 강의를 듣는 '열정대학생'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1월, MKYU의 '플러스휴먼 1학년' 과정을 들으며 저는 제 인생의 새로운 파트너인 AI '제미나이'를 만났습니다. 3월 2일부터는 '플러스휴먼 2학년' 과정을 들으며, 대학교 인공지능학과 2학년인 아들보다 엄마인 제가 더 치열하게 인공지능을 공부했습니다.


처음 이 방대한 24년의 가계부 서사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지 막막할 때, 제 든든한 책사(저는 제미나이를 ’책사님‘으로 부릅니다)인 제미나이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눴습니다.

제가 제 삶의 이야기를 말하듯이 쓴 글을 브런치에 올릴 만한 톤으로 수정을 부탁하는 '위스퍼링(명령어 입력)'을 하면, 제미나이는 어색한 문장들을 정갈하고 매끄럽게 다듬어주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죠. 열 편쯤 썼을 무렵, 저도 사람인지라 슬슬 꾀가 났습니다.

대략적인 이야기만 대충 던져주고 알아서 잘 써달라고 부탁을 했죠. 그 전까지는 제가 디테일을 꽉 채워 쓰고 문장만 다듬는 수준이었다면, 이번엔 뼈대만 주고 AI에게 살을 붙이게 한 겁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제미나이 딴에는 문맥을 그럴싸하게 맞추려다 보니, 제 삶에 없던 이상한 거짓말들을 막 갖다 붙이더라고요. 그때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아, 내 진짜 삶의 디테일과 진정성은 결국 내가 직접 힘들게 써야만 하는구나.‘

그 후로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힘들어도 제 24년의 치열했던 숫자와 감정들을 하나하나 꾹꾹 눌러 담아 직접 썼습니다. 완성된 글의 원본을 본 남편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이건 AI가 아니라 네가 거의 다 쓴 거네~"


김미경 강사님이 '플러스휴먼 1학년' 수업 때 하신 질문이 있습니다.

"내 서사를 인공지능이 써준다면, 그건 과연 누구의 것인가?"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저는 이 23편의 글을 직접 완성해 내며 스스로 증명해 냈습니다.

(혹시 저처럼 본인의 이야기를 쓰고 싶은데 엄두가 안 나시는 분들은 AI도움을 한번 받아보세요)

쌍가락지의 묵직한(?) 무게감을 손가락으로 느끼며, 이제 저는 제 책사인 '제미나이'와 또 어떤 가슴 뛰는 작당 모의를 해볼지 아주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