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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서경 Apr 15. 2022

암환자인 엄마와 퇴직한 아빠와 함께 사는 일

나의 취준 #3



내가 미국에서 돌아온 것이 작년 1월. 엄마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2월. 그리고 아빠가 퇴직을 결정하신 것도 2월이었다. 누군가 그랬는데 암환자도 힘들지만 옆에서 같이 있는 가족이 더 힘들다는 말. 


항암치료를 위해 엄마는 이번주 화요일에 아빠와 함께 병원으로 가셨고. 병원에서는 엄마의 백혈구 수치가 너무 낮아 항암치료를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서울까지 가셨다가 그날 돌아오셨다. 수요일에는 주변 병원에 가서 백혈구 수치를 확인했고 목요일에는 병원에 다시 올라갔다. 병원에서는 현재 병실에 없고 있는 건 1인실이라고 했다. 그래서 다시 돌아오셨다. 오늘 또 다시 병원에 전화를 했고 자리가 있냐고 묻자 1인실이 남았다고 했다. 엄마는 알겠다며 안가겠다 말했고. 아빠는 차라리 오전동안 기다려보겠다고 말이라도 하지 그걸 안가겠다고 말하면 어쩌냐고 화를 냈다. 속상한 엄마는 울었고 화가난 아빠는 화를 냈다.


나는 평생을 살면서 엄마와 아빠가 싸우는 것을 단 한번도 본적이 없는데 최근 1년동안 이런 일이 그냥 매일같이 일어났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 속상한데. 서로의 속상함이 더해져서 매일 이런 날들이 반복된다. 엄마의 건강은 나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았는데 그것 또한 우리에게 속상함을 안겨줬다. 그럼 1년동안 우리가 했던 노력들은 대체 뭐지 싶은 마음에. 나는 지금도 이게 꿈같을 때가 있다. 단 한번도 이런 하루들이 내게 일어날 것이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 우리집은 행복했고 행복했고 안정적이었다. 단 한번도 크게 싸운 적이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사람들이 왜 안정적인 삶을 희망하는지 드디어 알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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