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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서경 Apr 03. 2022

50살 매니저님한테 폭언+욕설 들은 내 인생이라니.

뷰티매장 미국 인턴십 썰 #5



당시 나는 인턴치고는 조금 높은 직급 취급(?)을 받았다. 보통 점포는 한국인이 2명이기에 한명이 매니저, 한명이 부매니저 정도의 직급이었지만. 한국인이 3-4명인 큰 점포에서는 가장 높은 총괄 매니저님이 계셨고 그 밑에 부매니저, 나머지 매니저님은 거의 비슷한 위치였다.


당시 나는 한국인이 4명인 점포에서 부매니저로 점포 관리를 총괄했었다. 그 업무에는 POS 및 시재 확인, 재고 및 발주 진행, 직원 스케쥴 관리 및 업무 분담 등 모든 일이 다 속해있었다. 쉽게 말해 점포 내 발생하는 모든 일의 담당자 라고 보면 된다. 그쯤 나는 메릴랜드 지역의 할인 프로모션과 SNS도 함께 운영하고 있었기에 점포 관리 업무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당연히 나의 업무 능력치도 낮았었고. 이에 함께 일했던 여성 매니저님이 점포 관리 업무를 대신하기로 결정했고 그 사이에서 문제가 생겼다.



나는 화장품과 잡화류를 주로 담당했는데. 그 관련 벤더들이 오시면 관련해서 발주도 진행하고 신제품도 확인하는 모든 일을 했다. 보통 이 업무들은 개인의 권한이었기에 총괄 매니저님께 따로 보고만 드리면 되는 형태였다. 그 사건 당시에도 속눈썹 신제품을 발주 넣었고 이를 총괄 매니저님께 보고했다.


문제는 총괄 매니저님의 오프날 발생했는데. 제품은 그날 오후쯤 도착했다. 나는 그 제품을 점심 식사를 하고 정리하면 되겠다 싶어 저 이거 점심끝나고 할께요 라고 말하고 밥먹으러 들어갔다. 그리고 쉬는 시간이 끝난 내게 그 여성 매니저님은 욕을 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써도 되나 싶은 욕설들을 내게 뱉으며 니가 매니저냐 어디서 니가 이래라 저래라 일을 시키냐, 발주를 넣었으면 나한테 보고를 왜 안하냐, 너 내가 우습니 라며 소리를 지르셨다. 솔직히 이거 어디 드라마에서 본 것 같죠? 놉. 나는 이걸 실제로 경험함. 물론 24살에.


참고로 이 여성분이 나는 참 어리석다고 생각했는데. 이 큰소리가 나자마자 이사님이 무슨 일인가 싶어서 뛰어나오셨다. 그럼에도 이 분은 내게 폭언을 끝내지 않았고. 마지막에는 ** 이라는 욕을 하셨다. 그 욕을 하면서 동시에는 점포 전화기를 내게 던졌다. 본인을 고용한 사람 앞에서 동료에게 폭언+물건 던지는 모습을 보여주다니 .. 어리석음의 끝이 아닐까.




당시 나는 그래도 그 분과 친하다 생각했고 이틀 전에도 나는 그 분 집에 놀러갔다 왔기에. 그렇게 화를 내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고. 나로써는 대체 뭐가 화난거지 싶을 정도. 그래서 나는 이렇게 대꾸했다.


"화가 나셨다면 너무 죄송하고 저의 잘못이 맞다. 근데 우리 보통 제품 발주는 각 섹션에서 알아서 하는 일이고. 속눈썹 경우에는 총괄 매니저님께 말씀드렸기 때문에 따로 이야기를 안드렸다. 하지만 혹시나 기분이 나쁘셨다면 다음부터는 모든 업무 사항에 대해 보고를 드리겠다."


그렇게 말하니까 ** 이렇게 욕하고 나가시더라.


참고로 이 여성분 50대였다. 나는 24살이었다. 우리엄마보다 2살 어리셨다. 



참 어이없고 재미있게도 나는 이 사건 이후 칭찬을 들었고 감사하게도 인정을 받았다.


이 사건을 바로 옆에서 봤던 고객 중 한명은 korean old lady가 young lady에게 화를 내는 장면을 봤다며 점포에서 그렇게까지 화를 내면 안되지 않냐는 후기를 올렸고.

함께 일했던 매니저님들은 추후에 이사님한테 서경씨 꼭 잡으라고 어린애 답지 않게 상황대처 능력이 너무 좋다고 칭찬하셨다 하고. 이사님은 죄송하다는 생각 하지말고 집가서 동료들한테 전화해서 한번 울고 그냥 잊어. 너가 잘못한 일 아니야 라고 하셨다.


하지만 기분은 그리 좋지 못했다. 나는 누군가에게 폭언을 듣는 일이 처음이었다. 아무리 업무로 잘못을 해도 저런 욕은 단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과연 그 사건으로 내 평가가 좋아진 것에는 괜히 다행인 마음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 사건이 작게 느껴지진 않았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괜찮다 라고 얘기해주셨지만 나는 24살이었다. 대학교 4학년 24살.




그날 퇴근 후 나와 그 여자분은 저녁을 같이 먹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는데 나는 그냥 퇴근 직후 나와서 바로 집으로 갔다. 그러니까 다음 날 내게 서경씨 어제 왜 그냥 갔냐고 자기랑 왜 저녁을 안먹었냐고 이야기 하더라. 나에게 폭언+욕설한 사람이랑 퇴근 이후에 밥을 먹는다는게 말이 되나.


추가적으로 덧붙이면 이 사건은 결국 회사 부사장님께도 올라갔는데. 해고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다가 내가 먼저 계약 해지로 한국을 들어왔다. 작년 11월쯤 들은 소식에 의하면 아마 해고가 된 상태였던 것 같다고 하더라. 참고로 이 사건은 꽤나 달콤한 제안으로 마무리되었는데 너가 돌아왔을때는 너 직급 인턴으로 안데려올꺼야 그런 취급 안당하는 직급으로 데려올거니까 걱정말라고 하셨었다. 24살 내게 직장 생활은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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