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취준 #2
사실 직업에 대한 대단한 고찰을 써야지 싶었는데 당장 며칠전에 보고 온 면접에서 제가 그 유명한 병풍을 경험하고 와서 주제를 바꿨어요. 예. 맞아요. 그 개별 질문 하나 못받는 병풍 그게 바로 접니다.
제가 거짓말 안하고 그 면접을 2주간 준비했어요. 은행원으로서 약 30년 넘게 근무하신 퇴직한 저희 아빠랑. 제가 매일 새벽 세시까지 은행업에 대해서 공부를 했다고요. 진짜 나는 지금도 **은행 강점을 말하라면 준비가 되었고 약점도 준비가 되어있어. 퇴직연금은 내게 앞에가서 PT 면접을 시켜도 10분은 혼자 떠들 수가 있다고요. 거짓말같지? 진짜에요.
정말 게으름 끝판왕에 인생 될대로 되거라 마인드 최고인 내가. 이정도 노력하며 정말 열심히 한건데. 진짜 개별 질문 하나도 못받고 나온게 너무 속상한거죠.
내가 얼마나 준비했는지는 나만 아는데 고작 내게 질문 들어온건 '유통 경험 말고 금융권 경험 쌓은 것은 없나요?' 그게 전부였어요. 나는 적어도 왜 유통업을 그만뒀는지에 대한 질문은 나올 줄 알았다고. 퇴직연금 그렇게까지 적어뒀으면 내가 제대로 아는지 확인은 해줘야지. 정말 약 30분 안되는 시간 속 나는 딱 두개의 질문을 받았어요. 앞서 말한 저거와 '1분 자기소개'.
단순하게 내가 1분 자기소개를 너무 못했나보다 자신감이 없어보였나 내가 은행원이 될 상은 아니었나 그래 내가 부족했나봐 라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어요.
들어간 모든 사람은 대단한 경력직들이었고 외국계 은행에서 1년간 계약직으로 일하신 분도, 병원에서 3년동안 일하신 분도. 여기가 경력직 면접인가 과연 내가 낄 자리인가 하는 생각이 수백번 들었던 것 같아요. 그 30분이 나는 너무 고통스러워서. 그저 할 수 있는 거라곤 옆에 있는 사람 이야기들으면서 진심으로 오 저렇게 생각도 하는구나 하고 놀랠뿐.
내가 부족했다면 내가 경력이 부족했다면. 그거대로 속상했겠지만 더 모르겠는건 내가 생각한 은행원과 그들이 생각한 은행원 직무가 다른 것 같아서 였어요.
제가 참 짧지만 굵게 (안 굵을 수도 있지만) 준비하면서 가장 첫번째로 고민했던 것은 과연 은행원은 뭘 하는 직무인가. 였어요. 뭘 하는지는 알아야 최종 목표가 생기고 의견을 전달하죠.
약 30년간 점포에서 근무하신 우리 아빠랑 한 이야기는. 은행원은 결국 고객의 자금 운영 도와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결론적으로는 내가 속한 은행의 금융 상품을 판매하는 업무가 주라는 것. 결국 그게 기업금융으로 넘어가면 기업을 대상으로 금융 상품 판매한다는 것.
전문지식만 갖춰도 되는거라면 그냥 교수님 랩실에서 연구소에서 일을 하는게 맞지. 그 대단하고 어려운 지식을 고객 눈높이에서 설명하고 더 나은 상품을 구매하게 혹은 적합한 제품을 구매하게 도와주는게 업무가 아닌가 싶었다고요. 나는.
근데 그 면접에서 세일즈 역량을 내세운건 나 혼자더라고요. 아 내가 뭘 한참 잘못했구나. 내가 직무 분석을 해도 한참 잘못했다. 아빠는 30년간 근무한 사람은 맞지만 현재의 은행원 역량과는 맞지 않았구나. 그럼 지금 은행원은 전문 역량이 더 중요한 거구나.
그게 또 그렇게 단순하진 않았던 게. 그럼 대체 은행원이 가져야하는 역량이 도대체 뭐지. 분석력? 요즘 컴퓨터가 다 분석해서 나한테 주면 내가 그거 고객님한테 판매하는거 아니야? 그 분석된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님께 설명을 하는 것 아니냐고. 분석력이라는 장점도. 사실 내가 그 기계를 다뤄서 진짜 정보를 분석하는 사람이 될 것이 아니라면. 분석력이 아니라 분석된 정보를 읽고 반영하는 역량이 중요한 것 아닌가요 ..?
나는 이 모든 지원자가 다들 일반 점포에 가서 개인 금융을 배우고 기업 금융을 하기도 혹은 개인 금융을 하기도 한다고 알고 있는데. 이 모든 지원자들은 대단한 부서로 가겠다는 말을 하는데. 지금 내가 이상한거야? 우리 다 창구가잖아. 적어도 입사 후 2-3년은 우리 전부 창구 업무로 스타트하는 것 아니냐고. 내가 내가 진짜 이상한가? 내가 정말 뭘 한참 잘못 준비한건가.
이런말 하면 웃긴데. 정말 내 2주간의 시간이 뿌리채 잘못했다는 생각으로 가득한거에요. 솔직히 지금도 모르겠어요. 뭐가 어디부터 뭘 잘못한 건지. 내 커리어가 직무 분석이 도대체 어디부터 잘못된건지.
그 다음날은 또 다른 회사의 인적성이었는데. 사실 떨어졌다 내가 병풍이었다를 넘어서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직무 분석 자체가 잘못되어 있는데 이걸 내가 통과한다고 해서 그 다음은 어쩌지. 이게 뭘 하는거지. 나는 대체 무슨 역량을 더 길러야 하는거지. 당장 금융 자격증 따러 가야하는건가. 그게 첫번째였나. 나 그래도 학과 공부는 열심히 했는데? 내가 금융전공하면서 공부한게 도대체 몇갠데.
아 그냥 답없는 마음에 힘들었던 주말이었어요. 내일은 내일의 내가 또 자소서를 쓰겠지만. 은행 지원하기가 겁나는게 내가 제대로 방향을 못잡은 것 같아서. 그냥 그랬어요~! 아 알수 없는 삶이다. 그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