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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우 Feb 09. 2023

Make everything simple.

 딸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면서 오늘도 시작된 바쁜 오전 일과.

 

그래봐야 약 40분간의 야외 러닝, 운동복 세탁과 샤워 그리고 청소 및 집안 정리지만 오후에 출근하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부수적인 집안일도 꼼꼼하게 하다 보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화장실 청소, 베란다 정리, 이젠 필요 없는 딸아이의 장난감 몰래 버리기(알면 난리 난다) 등등 사실 세세하게 신경 쓰다 보면 어느새 운동화 9켤레를 빨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오늘은 문득 건조기에서 막 나온 따끈따끈한 양말을 개며 아내의 화장대를 정리해 주다가 어저께 개어놓은 이너웨어가 아직 그대로 덩그러니 놓여있는 것을 보았다.


나름 인정받는 영어강사이지만 글로벌 외국계 회사에서 큰 일하고 있는 아내에 비하면 가끔은 초라해지는 현실에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스쳐간다.


그러다 문득 나의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서가 아닌 외부의 시선에서 그녀를 생각해 보니 그다지 많지 않은 어찌 보면 어린 나이에 사회적 성공을 거머쥔 그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던가 하는 깨달음이 왔다.


작은 일보다는 큰 것에 집중하는 것


매번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자주 아내는 잠깐 움직이거나 신경 써서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고 놔둔다.


그리고 오롯이 정말 그 순간 가장 필요한 것에 온 신경을 쏟고 있는 모습이 불현듯 스쳐 지나가는 것이었다.


그저 옷을 들고 서랍 쪽으로 가서 열고 잘 집어넣으면 될 일을 왜 하지 않느냐는 불만은 가져본 적이 없지만 (이렇게 너그러운 남편이라니 훗;;) 사소한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우선 순위상 가장 시급(?)하고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어쩌면 정말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잠겨본다.


‘인생의 모든 것을 단순하게 하라'는 말은 복잡성을 줄이고 자신의 존재를 합리화하자는 생각을 담아낸 말일 것이다.


물리적 공간을 정리하고, 일정을 간소화하며, 불필요한 책임을 제거하는 것과 같은 많은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테고 결국 성공에 더 빠르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성공에 먼저 다다르면 사소한 것들에도 신경 쓸 여유가 더 생기지 않을까.


학생들이 공부할 때도, 쓸데없는 군더더기들에 신경 쓰기보다 핵심을 먼저 정리하고 살을 붙여나가라고 좀 더 자주 얘기해 줘야겠다.


정작 나는 (공부하는 직업이라) 책 한 페이지 더 읽고 더 좋은 나를 위한 점심식사를 차리고 좀 더 여유 있게 출근을 할 수 있는 그 시간들을 이런저런 잡다한 일들에 너무 많이 배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돌아보게 된다.


불필요한 복잡성의 방해와 요구로부터 자유로운 더 단순하고 더 만족스러운 삶을 만들어 내는 것, 이 철학을 받아들임으로써 어쩌면 더 빠르게 원하는 삶의 환경을 만들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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