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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Feb 08. 2023

지금 애를 망치고 계십니다, 어머니.

이 글은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에게 해당되는 내용이 아니다. 슬픈 건, 공부를 잘하는 애들이라고 분류(?)되는 비율이 누적석차로 상위 11%이니 대부분 학생들에게 해당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루에도 많게는 여섯 분, 적어도 한 두 분의 학부모와 매일 상담을 해왔으니 대충 몇 천 건은 넘는 정리안 된 데이터가 머릿속에 넘쳐나는 것 같다.


한 학생에 관해 짧게는 10분, 길게는 40분 이상도 진행되는 상담 과정에서 사람들의 가치관, 교육관, 인생관 등에 대해 참으로 느끼는 바도 많고 그 속에서 배우고 버리는 작업들도 끊임없이 해야 한다.


나도 부모인 입장에서 혹여 솔깃한 정보나 가치관 등을 접했을 때 그것이 과연 우리 딸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고 이제껏 키우고 유지해 온 나의 신념을 흔들리도록 놔둘까 봐 신경이 꽤나 쓰이기도 한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인간이 가진 공통점에 관한 것이랄까. 어찌 보면 당연하게 생각될 수 있는 것들이지만 경험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 마치 점쟁이처럼 예상한 대답이나 반응이 나올 때마다 역시 그러면 그렇지라는 결론을 얻으며 때론 기쁘고 때론 슬퍼진다.


"안녕하세요~ OOO학원에서 지현이(가명) 담당하고 있는 강사입니다. 잠시 통화 가능하실까요?"


이렇게 시작한 통화는 보통은 아이의 요즘 수업태도, 최근 테스트나 각종 시험 성적과 관련된 이야기 들로 시작되다가 대부분은 어머니들의 다음과 같은 이야기들로 방향이 전환된다.



"우리 애가 요즘 제 말은 안 들어서 선생님이 이런저런 조언을 좀 해주세요. 그래도 선생님 말은 잘 듣더라고요."


"어머, 우리 아들을 이렇게 잘 파악하고 계시다니 너무 놀랍네요. 집에서는 통 공부를 안 하려고 하는데 어쩌면 좋을까요?"


"하려고는 하는 것 같은데 영 성적은 안 나오네요. 말도 잘 안 하고 괜히 건드리면 화낼까 봐 조심스러운 상태예요."



대표적으로 '안 좋은 케이스'들을 제시한 것이긴 한데 눈치 빠른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실질적인 그 과목에 대한 관심이라기보다는 아이의 태도, 심리상태에 더 많은 관심이 쏠려있다.


그도 당연한 것이, 왕년에 공부 좀 해본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마음이 동(動)해야' 스스로 책상머리에 앉아 머리를 쓰기 시작한다는 것을.

강사로서 항상 염두에 두는 것 중에 하나가 그래서 '어떻게 하면 동기를 부여할 것인가'이고, 수많은 방법들 중에 그나마 '칭찬'과 '보상'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게 된 지금은 예전처럼 (아주 예전이다) 책상을 집어던지거나, 으름장을 놓고 무서운 말투와 강압적 태도로 아이들을 벌벌 떨게 만들면서 수업을 하지 않는다.


이런 사실을 요즘은 대부분의 학부모님들도 알고는 계실 거라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실천은 어려우신가 보다.

연약한 아이들의 마음은 쉽게 상처받고 나약하며 무기력해지는 것도 한순간이다.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수업을 17년씩이나 하다 보면 아이들의 눈빛과 표정만봐도 대략 이 아이가 어떤 상태이구나를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숙제를 안 한 표정, 오늘은 학원에 오기 싫었다는 표정,수업은 필요해서 듣는데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다는 표정 등등 다채로운 감정의 발산들을 수없이 경험하면서 그중 가장 만성적이며 슬픈 표정은 '아빠 엄마에게 항상 인정받지 못하고 의심받는 아이가 가진 그것'이다.


아이가 어떤 학년에 속해있든지, 처음 학원문을 열고 들어와 새롭게 만나는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대하는 태도와 첫 표정을 보면 거의 향후 6개월간의 학습태도와 성향, 그리고 성적이 거의 정해진다고 봐도 무방하다.


소위 '썩은 표정'을 하고 다니는 아이들은 대부분 스스로를 낮게 생각하고 부모로부터 학습에 관한 자아는 무시를 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친구도 그다지 많이 없는 편이다.  말이 많지 않고 가르치는 과정에서 중요한 'interaction'이 원활하지 않으니 내용이 잘 전달되고 있는지 확인할 길도 없다.


물론, 성실성도 떨어지고 매사 의욕이 없는 무기력한 상태인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 정말 답이 없다고 느껴지고 벽을 마주한 듯 하니 성적향상이 최고의 선(善)인 학원입장에서는 돌파구 마련에 온갖 힘을 쓰게 된다.


성적이 낮은데도 표정이 밝은 아이들은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고 인기도 꽤 있으며 자신의 성적을 인정하면서 노력도 하려고 조금씩 애쓰는 과정에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긍정적인 아이의 부모님들은 또한 낙천적이시며 걱정은 하시면서도 아이를 믿고 그저 조금 더 노력해 주길 바라시는 것이 전부이다.


자, 이쯤에서 한 번 생각해 보자.


우리 아이가 공부를 안 한다. 현재 성적도 안 좋다. 어떻게 해야 할까?


앉혀놓고 잔소리를 하고 혼을 내기 전에
 '지금 배우고 있는 내용이 얼마나 어려운지' 차분히 물어봐야 한다.


 

공부를 안 하고 싫어하는 이유 중의 90% 이상은 경험상 "어려워서"이다. 수준에 맞지 않는 내용을 계속 강요하면 (뇌과학자들도 피력하듯이) 아이 입장에서는 괴롭고 졸리고 이내 그 과목이 싫어지게 되는 것이다.


"attend'라는 기본 단어를 모르는 아이에게  "ambiguous, analogous" 같은 뜻까지 어려운 단어도 함께 외워오라고 하면 아무래도 버거워지지 않겠는가?


명사, 형용사도 정확히 설명할 수 없는 학생에게 to부정사의 용법이나 관계대명사 what이 명사적 역할을 한다고 백날 설명해 봐야 모두가 괴로울 뿐이다.


아이의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차근차근 쌓아나가지 않으면 계속해서 벽에 부딪히게 될 것임은 너무도 자명하다.


다만, 그 내용을 알아야 하는 학년임에도 모르고 있다면
기초적인 내용과 현재 학년 수준에 맞는 내용을 둘 다 병행해야만 하며
이것에 대한 설득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어떤 아이도 하위권에 머무르길 원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논외지만 꿈과 인생에 대해서 자주 이야기해주고 동기부여를 통한 목표의식을 가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무척이나 중요하다.


명확한 꿈과 목표가 형성되면 그에 걸맞은 사람이 되라고 권유할 수 있다.


여러 가지 부수적 조건이 필요하지만,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성취감'을 맛보아야만 하고 그래서 쉬운 내용을 완벽하게 해내는 것으로 성취감을 맛보게 해 주면서 서서히 공부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것이 경험상 가장 빠르게 아이의 태도를 전환시키는 실질적인 방법이다.


목표를 정하고 학습과정을 수행하는 것은 매우 좋은 방법이지만, 그 목표를 함께 정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며 너무 과도하거나 너무 쉬운 과정이 되지 않도록 수시로 점검하면서 학습해야만 한다.


지금 현재 고2정도의 고학년이 아니라면, 다른 아이들이 수학 진도를 이만큼 나가고 있고, 옆집 중2 우식이는 벌써 고3 모의고사를 푼다는 이야기들에 전혀 휘둘릴 필요가 없다.


자신의 자아가 상처받지 않음으로 언제든 나는 상위권으로 올라갈 수 있고 공부든, 운동이든 여러 가지 면에서 뛰어나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미덕이며 이것은 바로 부모님들을 비롯한 주변인들의 "인정"과 "믿음"에서 나온다.


유치원에 다닐 때, 어설픈 그림 하나만 잘 그려도 마구마구 칭찬세례를 퍼부을 때 뿌듯해하던 아이의 표정을 기억한다면 이제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내가 널 믿고 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하면서 조금 더 노력해 보자"라는 무한의 긍정적 메시지를 보내주는 것일 테다.


요즘 아이들은 점점 무기력해지고 있다.   특별한 재능이 있는 아이들이 더욱 빛나보이는 요즘이기도 하다.


좋은 대학에 가면 졸업 후 취직이 어느 정도 보장되고, 꿈꾸는 여러 가지 일들에 도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주어지던 시대가 가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더 스스로의 꿈에 대해, 적성과 가능성에 대해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탐구해봐야만 한다.


어찌 보면 공부 따위만 하고 있을 때는 아닌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엉덩이에 땀띠가 날 정도로 인내하며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시간을 가져보지 않은 한 인간이 어떤 분야에서 성공을 할 확률은 극히 낮다.


그러한 인내심, 지구력 그리고 끈기와 그에 따른 보상으로 얻게 되는 성취감과 자부심이 우리 아이들을 미래에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 이루어가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해줄 것임을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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