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about film

‘무엇’을 어떻게 만드는 가에 대한 문제

by BullshxtaboutCinema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맘먹고 깝치게 된 것도 어느덧 10년이 다돼 간다. 2014년 나는 고등학교를 영상과로 진학하였고 3분짜리 영화를 만들었다. 반 모두가 1인 1 작품을 만들었던 초단편. 학기 말 학과 시사회에 뽑힐 작품에도 뽑히지 못한 조악하기 짝이 없는 내 영화였지만 이는 내 내면에 담긴 생각들을 보존하는 자료가 되었다.


영화를 뜻하는 영단어가 ‘Film’ 임에도 불구하고 난 첫 영화를 6mm dvcam으로 촬영했다. 심지어 내 전공이었던 영상연출과는 우리 스스로를 tvnfilm이라고 불렀지만 학교에는 필름카메라가 없었다. 우리가 찾을 수 있는 필름의 흔적은 편집실 뒤편에 웅장하게 자리 잡고 있던 필름 편집기였다. 윈도우 98이 첫 os였던 나에게, 첫 편집을 소니 베가스로 하였던 나에게 필름이라는 단어는 영화감독을 꿈꿈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낯선 존재였던 것이다.


그러나 분명 경험한 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노스탤지어를 선사하는 것들이 있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그럴 것이고 타란티노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가 그럴 것이다. 최근 개봉한 데미언 셔젤의 ‘바빌론’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이러한 작품들은 마치 우리가 그런 경험을 했던 적 있나 착각하게 만든다. 때로는 제4공화국의 데모 학생이 되기도, 40년대 할리우드의 관계자로도 만드는 확각을 선사해 준다. 나에겐 필름도 그런 맥락이다.



‘Side by side’(2012)


2014년.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개봉한 해이다. 또한 필름 영화로 촬영된 마지막 한국 영화 설국열차가 개봉한 해이다. 영화 현상소는 모두 문을 닫기 시작했고 한국에서 필름으로 영화를 찍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할리우드에서는 필름촬영을 고집하는 작가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아날로그의 질감과 그 접근방식을 예찬하며 디지털 촬영에 대한 회의적인 자세를 고수한다.


다큐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이들, 10년이 지난 현재 크리스토퍼 놀란은 여전히 필름으로 촬영을 하고 있고 제임스 카메론은 아바타2를 개봉시켰다. 데이빗 린치는 넷플릭스에서 원숭이와 본인이 출연한 단편영화를 공개하였고, 데이빗 핀쳐는 넷플릭스에서 맹크와 시리즈물을 제작하였고 장편 영화 한 편을 더 공개할 예정이다. 그레타 거윅은 배우에서 감독이 되었고 월리 피스터 또한 본인의 영화를 공개하였다. 조지 루카스는 루카스 필름과 ILM을 디즈니에 팔고 야인이 되었다.

한편 다큐에는 등장하지 않는 한국의 마지막 필름영화를 만든 봉준호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에서 4관왕을 차지한다.

(마틴 스콜세지는 여전히 위대하다)



‘모두가 연필을 가지고 글을 쓰지만 위대한 작가가 그중 몇 명이나 됩니까?’ -데이빗 린치-


필름이냐 디지털이냐 이는 무의미한 논쟁일 것이다. 선택의 문제를, 호불호의 문제를 산업을 정의하는 단어의 근본을 따지는 수준의 논쟁으로 가져가는 것은 더 이상은 무리일 것이다. 내 인생의 첫 씨네마틱 경험이 비록 단관극장에서의 필름영사로 진행된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일지라도, 2023년 3월 20일 현재 내 인생의 마지막 영화는 왓챠로 본 크리스 케닐리의 ‘사이드 바이 사이드‘이다.


다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순간의 기억들이다. 스파이더맨 속 그린 고블린이 잔인하게 죽어가는 장면을 공포스럽게 연출한 샘 레이미의 영화를 보며 무서워하던 5살의 전인서의 기억과 현재 사이드 바이 사이드를 보며 필름과 디지털촬영에 대한, 그리고 영화 산업의 전반적인 변화를 지켜보며 미래를 고민하는 전인서의 기억 모두 씨네마틱한 경험이다.


영화란 그런 것이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만드는 가에 대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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