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성과 그 대상의 변화들
전통적으로 한국 영화계는 폭력의 성지다. 신기하게도 범죄장르물이 고착화되어 그 잔인한 폭력성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인 흥행을 성공시킨 사례들이 많았다. 근본적인 이유를 찾자면 끝도 없는 자료조사에 허우적 될 것 같으니 인과관계는 일단 애써 무시하고 그 결과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자 한다.
(어쨌든 영화에 관한 개소리니까)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있으니 관람후 읽을 것을 추천드립니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시작은 청불관람 등급에서 볼 수 있듯 폭력에 대한 수위가 상당했다. 이 폭력성은 비주얼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상당한 수위를 자랑한다. 하지만 시리즈가 이어가며 시장성에 대한 확신이 들었던 제작사는 등급을 낮추기 위해 그 수위를 낮추고자 했다. 하지만 정서적인 폭력의 수위가 낮아진 것은 아니다.
이러한 폭력성을 비판하고자 장문의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시리즈 각자의 영화가 어떤 폭력성을 띄고 있는지, 누구를 대상으로 그 폭력을 가하는지 살펴보고 어떤 변화가 있어왔으며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살펴보고자 한다.
그동안 한국의 범죄물의 포커스는 개인보단 거대 조직에 맞춰져 있었다. 공권력과 조직 폭력 등등.
역사적으로 공권력은 불신할 수밖에 없는 대상으로 그려질 수밖에 없었고 이는 정치깡패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소시민의 시선으로 보는 이러한 거대 조직의 폭력적인 행태가 곧 영화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경우가 아니라면 개인의 한, 복수와 같은 감정적인 이유가 나머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악마를 보았다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인데, 이해하기 힘든 어떠한 악마 같은 존재에 대항하여 복수를 행하는 그 과정의 폭력성이 씨네마로 그려진 예이다. 그 대상의 악랄함의 정도에 따라 그 폭력성의 정도가 결정되는 것이다. 나홍진의 추적자도 비슷한 사례다.
하지만 범죄도시는 점차 다른 뉘앙스를 풍긴다.
우선 1편은 기존의 한국영화의 폭력성과 성격이 가장 비슷하다. 조선족 조폭들이 장악한 가리봉동 차이나타운을 배경으로 이에 대항하는 한국 형사 마석도의 장첸 무리 토벌기라고 요약할 수 있는 것이 1편의 골자다. 영화의 메인 빌런 장첸은 중국에서 넘어온 흑룡파 보스로 사이코 같은 무자비함을 보인다. 장첸 캐릭터에서 우리가 엿볼 수 있는 점은 앞서 언급한 거대 조직과 악마 같은 존재의 합성과도 같은 면모이다. 이들은 기존 조직을 무자비하고 잔인하게 밀어내고 기득권이 됨과 동시에 소시민을 상대로 돈을 갈취한다. 특히나 소시민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이들의 무자비함은 마석도의 주먹으로 복수되며 영화가 마무리된다.
이어서 2편을 살펴보자. 스케일은 더욱 확장되어 동남아부터 시작되는 영화의 배경은 1편과 다른 톤 앤 매너를 만들어낸다. 여전히 마석도 캐릭터와 주변 형사들의 유머러스함은 유지되지만 오프닝에서 볼 수 있듯 강해상이라는 캐릭터의 그 잔혹함은 장첸과는 사뭇 다르다. 강해상은 장첸에 비해 독립적이고 오히려 더욱 사이코스러움이 강조되는 모습을 보이는데 앞서 이야기한 거대 조직의 빌런이 아닌 그저 악마 같은 존재 그 자체로 보인다. 하지만 2편이 기존 한국 범죄영화와 다른 점은 피해자가 시민이 아닌 같은 악인이라는 것이다. 강해상에게 납치되는 최춘백은 거대 블랙기업의 수장으로 사실상 앞서 계속해서 언급되는 거대 조직의 수장과도 같은 인물이다. 메인 빌런의 악마 같은 모습은 기존 범죄영화와 다를 바 없지만 피해자도 같은 악인일 뿐이며 마석도는 그저 범죄를 저지른 자들을 잡을 뿐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3편을 살펴보자. 3편은 모든 클리셰를 부쉈다고 해도 무방하다. 메인 빌런 주성철은 경찰이다. 그동안 부패경찰들을 내세운 영화들은 많았지만, 주성철은 그 영화들과 달리 경찰로서의 아이덴티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애초에 경찰이란 직업적 면모를 강조한 씬들도 적지만 애초에 부패한 경찰이란 딜레마에 빠져있는 모습도 그려내지 않는다. 그리곤 야쿠자가 등장한다. 야쿠자들의 배신과 칼을 통한 응징은 마치 아웃레이지 시리즈를 보는 듯 느껴지고 (쿠니무라 준이 등장하며 그 기시감은 확고해진다) 이를 응징하는 것은 역시나 마석도의 주먹이다. 영화초반 시민 피해자가 나타나지만 스쳐지나가듯 흘러가고 오히려 야쿠자라는 존재가 더욱 강조되며 마석도가 종국엔 이들을 검거하는 모습은 마치 일본 야쿠자 영화를 한국의 범죄영화로 제압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과도한 해석일 수 있겠지만 정치적인 해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이 들기도 한다.
이러한 범죄도시 시리즈 속 폭력의 성향과 그 대상의 변화는 주목해야 할 대상일 수도 있다. 시민으로서의 시선은 점차 희미해지고 그 대상이 점차 외부로 확장되어 가는 이유를 살펴봐야 할 것이다. 시민에서 악인으로 악인에서 타 국가로. 과연 4편, 5편, 6편에선 어떠한 빌런이 누구를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를지 한번 지켜봐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