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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방 Dec 11. 2023

23살 남자가 이별할 때 드는 생각

#1 우린 같으면서 다르다

 시민회관 앞 벤치, 어색하게 자연스러운 남녀가 앉아있다. 그들의 뒷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닮아 있다. 어색함을 참지 못하고 침묵을 깬 것은 여자 쪽이었다. 여자는 원래 그랬다. 어색함을 절대 참지 않는다. 남자는 침묵이 깨지자마자 비로소 이별을 체감했다. 더 이상 그들에게 침묵은 쉼이 아니었다.


여자: 안쪽까지 들어와서 주차해야 된다니까. 사람 말을 안 들어.

남자: 여기에 대도 괜찮다니까. 저녁이라서 아무도 뭐라고 안 해.

여자: 계속 신경 쓰이잖아. (연기톤으로) 야! 너 차 견인하려나 봐!

남자: (아니란 것을 알면서도 고개를 돌린다) 내 차인데 왜 네가 신경 써. 신경 쓰지마.

여자: 그나저나 무슨 김치를 주러 여기까지 와.

남자: 나 편하려고 온 거야. 나 편하려고.

여자: 뭐임. 헤어진 마당에 다정한 척하고 있어. (장난을 치며) 당연히 수육도 해왔겠지?

남자: 수육 전자레인지 돌릴 때 물 넣고 해야 촉촉해.

여자: 미쳤나 봐. 너 또 거짓말 치는 거지. 진짜 해왔어?

남자: 내 마음 편하려고 하는 거라니까.


 둘은 이별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평소 귀소본능이 강하던 여자는 그녀답지 않게 학원이 끝난 후 남자를 불렀고 샤부샤부를 사줬다. 소화를 시킬 겸 옷 구경도 했고 소화가 되자마자 붕어빵을 먹었다. 붕어빵은 밖에서 먹어야 제 맛이라던 남자를 끌고 간 카페에서 여자는 이별을 통보했다. 남자는 놀랐지만 이내 덤덤하게 이유를 물어봤다. 여자에게는 고심하여 생각해 낸 특별한 이유일지 몰라도 남자는 아니었다. 지극히 평범해서 납득이 안될 정도였다. 문득 남자는 둘이 어떻게 연인이 되었는지를 복기했다. 여자를 좋아했던 남자는 짧고 굵은 고민 끝에 고백을 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상황에 알맞은 멘트를 찾지 못했다. 그 결과 ‘요즘은 좋아한다는 말을 어떻게 말해?’라는 최악을 선택했다. 최악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생각했던 남자는 술에 취해 친구들과 사랑 이야기를 할 때면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풀곤 했다. 로맨틱하지는 않지만 기억에 남는 고백이었으니 만족한다고. 여자의 생각은 달랐을 것이다. 고백을 받은 입장에서는 최악도 최고도 아니었다. 그저 하나의 마음이였을 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고백과 이별은 나에겐 특별하지만 남에겐 평범하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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