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근처 한옥을 잘 보존해 놓은 관광지에 갈색과 노란색에 가까운 빛의 머리, 흰 피부를 가진 한 사람이 기와 위에 휴대폰을 이리저리 놓아두며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나는 지나가는 틈에 그 상황을 언뜻 보니 그가 한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구나 생각했다.
그는 혼자였고 여행을 하는 관광객이었으며 한국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었겠지 생각했다. 힘없는 휴대폰은 기와 위에선 가만히 있질 못하고 나는 힐끗 보며 앞으로 계속 나아가고 있었다. 결국 포기한 그는 사진을 찍을 수 없었고 휴대폰을 다시 손에 쥐는 것을 보니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나도 모르게 들었다.
그 마음이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튀어나와 익숙한 문장인 “Can I help you?”를 내뱉었고 그는 당황하더니 휴대폰을 나에게 맡겼다. 출중하지 못한 사진 실력이지만 즐거운 추억을 가지고 갔으면 하는 바람에 멋들어진 한옥과 그가 잘 보이도록 셔터를 눌렀다.
지금 생각해 보니 혼자 가면 내가 담긴 사진을 남기기가 어려웠던 경험이 공감되어 그랬던 것 같다. (삼각대를 가지고 다니지 않는 이상) 누군가에게 먼저 선뜻 말을 건네는 편이 아닌 나도 그런 경험이 더러 있기에 불쑥 도와주겠다는 말이 나왔다. 내가 타지를 여행하며 받은 누군가의 악의 없는 순수한 도움들이 선순환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