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한스푼 담아 보내는 편지
이제 겨우 하루 지났는데
어제 입영식 행사를 마치고 훈련소 안에 있는 예배당에서 손편지를 썼어.
11월 답지 않은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다가 하필 네가 훈련소 가는 날 갑자기 추워져서 5주간의 훈련이 더 힘들지는 않을 지 걱정되더라.
엄마 손도 얼었는지 글씨가 제대로 써지지 않더라구. 정말 예쁘게 쓰고 싶었는데 말이지.
너를 훈련소에 남겨두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펑펑 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담담한 엄마 모습에 네 아빠가 더 당황하더라.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였나봐
고등학교때부터 떨어져 지낸 탓에 이런 상황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인가 생각했어.
그런데 오늘 아침, 네가 너무 보고싶은거야. 블랙체리향, 그게 널 생각나게 했거든.
네 방에 놓아둔 블랙체리향이 코끝을 스치는 순간, 네가 떠올랐던 거지.
엄마는 달콤한 향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널 생각하게 만드는 그 향이 이제는 좋아질 거 같어.
브런치에 너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면서 니가 좋아하는 디즈니 OST 모음곡을 듣고 있어.
노래를 들으면서 니가 얼마나 순수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아들인지 새삼 느끼고 있다.
지난 번 엄마랑 대화한 내용을 글로 쓸 때, 니가 한 말이 생각나더라.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곡은 라따뚜이 메인테마곡인데 그 곡을 들으면서 파리 센강 주변을 유람하고 싶다고.
참 낭만적이야.
아침부터 엄마의 일상은 분주했어. 게으르지 않으려는 불굴의 의지라고 해야할까? 그런데 이상한 건, 엄마의 일상을 사는데, 왜 네 모습이 자꾸 아른거리는 걸까? 빨래를 개면서도 분리수거를 하면서도 청소기를 돌리면서도 말이지. 하지말라고 해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라면서 멋쩍게 웃으며 엄마를 돕는 아들, 그런 아들을 주신 하나님께 엄마는 늘 감사해. 엄마에게 과분한 아들이라는 생각이 들거든.
넌 잘할 수 있을거야. 엄마는 그렇게 믿는다. 수료식때 아들의 모습이 어떻게 달라져있을 지 궁금하네.
너를 위해 주변의 많은 분들이 기도하고 있으니 염려말고.
사랑한다.
2024년 11월 19일 철부지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