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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씅쭌모 Nov 19. 2024

감성한스푼 담아 보내는 편지

이제 겨우 하루 지났는데

어제 입영식 행사를 마치고 훈련소 안에 있는 예배당에서 손편지를 썼어.

11월 답지 않은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다가 하필 네가 훈련소 가는 날 갑자기 추워져서 5주간의 훈련이 더 힘들지는 않을 지 걱정되더라.

엄마 손도 얼었는지 글씨가 제대로 써지지 않더라구. 정말 예쁘게 쓰고 싶었는데 말이지.


너를 훈련소에 남겨두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펑펑 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담담한 엄마 모습에 네 아빠가 더 당황하더라.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였나봐

고등학교때부터 떨어져 지낸 탓에 이런 상황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인가 생각했어.


그런데 오늘 아침, 네가 너무 보고싶은거야. 블랙체리향, 그게 널 생각나게 했거든.

네 방에 놓아둔 블랙체리향이 코끝을 스치는 순간, 네가 떠올랐던 거지.

엄마는 달콤한 향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널 생각하게 만드는 그 향이 이제는 좋아질 거 같어.


브런치에 너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면서 니가 좋아하는 디즈니 OST 모음곡을 듣고 있어.

노래를 들으면서 니가 얼마나 순수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아들인지 새삼 느끼고 있다.

지난 번 엄마랑 대화한 내용을 글로 쓸 때, 니가 한 말이 생각나더라.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곡은 라따뚜이 메인테마곡인데 그 곡을 들으면서 파리 센강 주변을 유람하고 싶다고.

참 낭만적이야.


아침부터 엄마의 일상은 분주했어. 게으르지 않으려는 불굴의 의지라고 해야할까? 그런데 이상한 건, 엄마의 일상을 사는데, 왜 네 모습이 자꾸 아른거리는 걸까? 빨래를 개면서도 분리수거를 하면서도 청소기를 돌리면서도 말이지. 하지말라고 해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라면서 멋쩍게 웃으며 엄마를 돕는 아들, 그런 아들을 주신 하나님께 엄마는 늘 감사해. 엄마에게 과분한 아들이라는 생각이 들거든.


넌 잘할 수 있을거야. 엄마는 그렇게 믿는다. 수료식때 아들의 모습이 어떻게 달라져있을 지 궁금하네.

너를 위해 주변의 많은 분들이 기도하고 있으니 염려말고.

사랑한다.

                                                                                                 2024년 11월 19일 철부지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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