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을 들었어
엄마는 요즘 '네 인생에 클래식이 있기를 바래'라는 책을 읽고 있어.
사실 클래식은 나와 코드가 맞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울림을 주는 곡들이 많더라.
신기하지? 예전에는 주로 가사가 있는 곡을 들으면서 감동도 받고 위로도 얻었는데 기악만으로 구성된 클래식이 이처럼 다양한 말을 건넬줄이야.
나이듦이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젊을 때의 에너지와는 다른 차원의 열정(밀도 있는 여유?)이, 중년 이후를 살게해준다는 생각이 드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을 들었어. 베토벤은 피아노 협주곡을 다섯 곡 작곡했는데, 그 중 세번째로 출간된 곡이어서 3번이라고 한대. 피아노 협주곡 중 유일한 단조라고 하는구나.
35분 정도의 긴 연주를 집중해서 들어보기는 정말 처음이다. 다른 것을 하면서 배경음악 정도로 틀어놓은 것이 아니라 오롯이 클래식에 몰입해보려고 마련한 시간인거야. 임윤찬이 연주하는 것으로 들었는데 1악장은 오케스트라의 서주가 아주 길었어. 피아노 연주는 언제 시작되나 싶었지.
1악장과 3악장은 빠르게 연주되는데, 엄마는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일부 악기가 마치 대화를 하듯 주고받는 연주 부분을 주의깊게 들었어. 빠른 박자로 이루어진 곡을 어쩜 그렇게 실수없이 서로 정확히 반응하는지 신기할 정도더라.
이런 부분 때문에 독주보다는 협주에서 느끼는 짜릿함이 있는 거 같어. 기계를 통해 박자를 만지지 않더라도 여러 개의 악기가 강약을 조절하며 자기 파트를 정확히 연주하며 조화를 이룬다는 것이 새삼 경이롭게 느껴지더라. 물론 지휘자가 있지만, 각자 자기 파트를 완벽히 소화하지 않았다면 이런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어렵겠지?
너도 자유시간이 주어지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의 3악장을 들어봐. 휘몰아치는 빠른 리듬에 매료될거 같다. 이 곡을 베토벤이 유서를 쓰던 당시에 작곡한 곡이라는 것을 알고 감상하니, 베토벤의 마음이 더 느껴지는 것 같았어. 그의 절망, 우울, 슬픔, 괴로움, 고통의 순간을 지나 평온을 찾고 마음을 다잡은 후에 예전의 열정을 회복해가는 과정을 이 곡에 담은 거 같기도 하구. 그럴듯 하지? ㅋㅋㅋ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의 1악장과 3악장은 같은 빠르기로 연주되는데 1악장은 '어두운 슬픔'같은 느낌의 빠르기이고 그에 반해 3악장은 '밝은 슬픔'의 빠르기라는 생각이 들었어. '밝은 슬픔'이 역설적 표현이기는 해도 이 곡을 그렇게 말하는 것은 꽤 적절해보여. 너도 엄마와 같은 감정이 느껴질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ㅋㅋ
당분간은 클래식 곡을 들으며 그 느낌을 적어보려고 해. 지금은 클래식 감상이 나의 취향은 아니지만 클래식 감상이 취향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
네 동생도 낭만을 찾아 내년 1학기 교양과목으로 스페인어를 신청했다고 하는데 우리 가족이 요즘, 무용한것에 관심이 많아진거 같네. 너는 꽤나 낭만적이니까 네가 누리고 있는 낭만도 가끔은 톡을 통해서 얘기해줬으면 좋겠다.
2024년 11월 25일
엄마아빠결혼기념일에 낭만을 찾는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