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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ive Nov 20. 2022

가재는 게 편이 맞습니다, 맞고요.

초록은 동색이요, 유유상종이더라.

Birds of a feather flock together.


미국의 소도시 마을에서 산다는 것은 한국 사람이 거의 없고 아시아 사람도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으로 이주를 해서 사는 많은 한국인들 중 상당수는 큰 도시를 선호한다. 한국 마트, 한국 병원, 한식당, 한인 교회 가까워야 생활하기 편리하기 때문이다. 우리 동네에는 가까운 곳에 그 네 가지가 하나도 없으니 영어 지명으로 말만 City일 뿐 아무래도 시골이 확실한 것 같다.


한국에서 40년을 살았기에 지난 5년 간 영어가 많이 늘었다 해도 한국어가 훨씬 쉽고 편한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동안 미국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지만 한국 친구들과 한국말 수다는 절대 없으면 안 될 생활 비타민이라고나 할까. 미국 음식도 (가끔) 맛있지만 한국 음식은 (항상) 더 맛있기에 한국 음식을 매일 안 먹을 수 없다. 한국에서는 지구 반대편, 지금은 머나먼 타국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내 마음속 한 편은 여전히 한국에 대한 것들로 가득하다.  


가재는 게 편


한국 사람이 귀한 마을에 살다 보니 한국에서 온 분을 우연히라도 만나면 그저 반갑고 궁금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든다. 희소할수록 가치는 더 인정받게 되기에 어쩌다 마주친 한국 사람과도 너무 반가워서 바로 통성명을 하고 연락처를 주고받게 된다. 그렇게 맺어진 인연은 문자 연락으로 식사 초대로 이어지면서 일대일 모임에서 가족 전체 모임으로 연결이 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달 초에 마트 주차장에서 처음 만난 한국 분과는 금세 친해져서 지금까지 댁으로 세 번이나 초대를 받았다. 우리 가족에게 여러 가지 한국 음식을 대접해 주셨는데 그중에서 돼지 국밥은 한국 식당에서 먹었던 것보다도 맛있어서 뚝배기를 싹싹 비웠다. 인맥은 첫 만남에서 시작되어 계속 이어지고 발전하고 확대되는 법. 다른 한국 가정과도 함께 어울리게 되면서 요즘 한국의 네 가정이 금요일 저녁에 종종 식사를 같이 한다. 이럴 때 생각나는 말은, 가재는 게 편! 한국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더 보고 싶고 더 정이 간다.

  


초록(草綠)은 동색(同色)


한국 사람도 귀한 존재지만 아시아 인구도 매우 적은 동네에서는 그저 동양인만 보여도 왠지 더 궁금증이 생긴다. 괜히 한 번 더 눈길이 가고 어느 나라 사람일까 말을 걸어 보고 싶다. 두어 달 전 똘똘이네 반에 새로운 중국 여자 아이 한 명이 전학을 왔다. 똘똘이 반에 백인 대다수, 흑인 소수, 동양인 아이는 똘똘이가 유일했기에 중국 아이가 전학을 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참 반가웠다. 중국 아이 엄마와도 우연히 학교에서 얼굴을 보자마자 서로 기다렸다는 듯 인사를 주고받고 연락처도 교환했다.


매일 같이 가고 있는 우리 동네 체육관에서도 동양인을 보는 것은 쉽지 않다. 작년에는 일본 친구 두 명이 줌바 교실에 함께 있어서 좋았다. 그중 한 명과는 서로 절친이라고 소개할 만큼 친해져서 몇 달간 일주일에 한 번씩 한국어-일본어 언어 교환 모임도 가졌고 가끔 식사도 같이 하며 지냈다. 아쉽게도 그 친구는 몇 달 전 일본으로 돌아갔지만 우리는 카톡으로 계속 소식을 주고받는다. 내년에 일본, 한국, 미국 중 한 곳에서 꼭 다시 만나자 했는데 과연 실현될 수 있을는지.


얼마 전 동네에서 열린 가족 행사에서 우연히 베트남에서 온 친구를 알게 되었다. 같은 동양인이기에 눈에 띄었고 같은 테이블에 함께 앉게 되었다. 이름은 뭔지, 어디서 왔는지 시시콜콜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연락처를 교환하고 헤어졌다. 며칠이 지나고 내게 감을 좋아하냐며 문자를 보낸 베트남 친구. 나의 대답은 물론이죠! 그 친구는 집에 감이 많다며 나눠 먹고 싶다고 했다. 그리하여 단감 8개를 선물 받았는데 씨도 없고 아삭아삭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정말 맛있었다고 문자를 했더니 이런 답장이 왔다. No problem at all. I will get you more. 역시 초록은 동색이다!



유유상종(類類相從)


한국 사람, 동양 사람에게 더 관심이 가지만 이 마을의 주류는 당연히 미국 사람이다. 매일 보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이다. 흔하디 흔한 미국 사람들이기에 그저 쉽게 지나치고 가벼운 인사나 스몰 토크 정도만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중에서는 성격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아이 엄마라는 이유로, 한국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서로가 서로에게 호기심을 갖게 되고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마음을 느끼게 되는 경우도 있다.


남편이 직장에서 알게 된 한 백인 친구는 미국 토박이지만 우연히 한국 음식을 접한 이후로 자주 한국 음식을 해 먹는다고 한다. 앞마당에서 깻잎을 키우며 고기를 구워서 쌈을 해서 먹는다고 해서 놀랐다. 남편을 통해 본인 집에서 손수 키운 깻잎을 몇 번 준 적이 있는데 전혀 질기지 않으면서 향긋한 한국 깻잎의 맛이 그대로 느껴져서 두 번 놀랐다. 동네 마트에서는 살 수 없는 깻잎이기에 아껴가면서? 한 장 한 장 참 맛있게! 먹었다.


외국 친구를 사귀고 싶고 영어 공부를 도와주고 싶다는 이유로 알게 된 미국 할머니와는 벌써 몇 년째 매주 한 번씩 만남을 갖고 있다. 우리 둘은 같이 공부하고 대화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 이외에 종종 서로 간식을 주고받는다. 나는 가끔 한국 과자를 나눠 드리고 할머니께서는 머핀이나 쿠키를 구워서 내게 주신다. 생일, 밸런타인데이, 크리스마스 같은 때는 정성껏 포장한 선물을 주시기도 한다.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나도 카드와 한국 기념품으로 마음을 표현한다. 마음과 생각이 비슷한 우리들의 모습에 어울리는 말은 유유상종!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는 말은 미국의 어느 작은 우리 마을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말임이 분명하다. 한국 사람이라는 이유로,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생각과 마음이 통한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 진짜 가족은 아니지만 마치 가족처럼 때론 친척처럼 정을 주고받을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이 가까운 공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삶의 위로가 된다. 가끔은 낯설고 헛헛하게 느껴지는 외국생활이지만 내게 따뜻한 위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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