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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ive Dec 24. 2022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보내기

마음, 행복, 사랑, 웃음

Warm greetings on Christmas to my loving family and friends.


추수감사절이 지나고 나면 11월 말부터 미국은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젖어들기 시작한다. 크리스마스가 되기 한 달 전부터 미국의 곳곳에서는 미리부터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며 여러 모임과 행사로 떠들썩해진다. 우리 마을도 예외는 아니었다. 빨간색과 녹색의 장식으로 여기저기가 채워지고 시내에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에도 아름답게 반짝이는 전등불이 켜졌다. 코로나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마치 팬데믹이 완전히 종식되기라도 한 듯 코로나 이전의 분위기로 돌아간 느낌이다.


이제 크리스마스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나와 우리 가족은 추수감사절 이후부터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12월 내내 일찌감치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 중이다.


마음을 담은 우편물 함께


12월 초부터 지난주까지 반가운 우편물을 여러 개 받았다. 그중에서 가장 멀리에서 온 것은 일본에서 보내 준 크리스마스 카드였다. 큰 밥상에 앉아서 초밥을 먹는 미니 산타가 가득한 카드가 정말 귀여웠다. 이 일본 친구와는 체육관의 줌바 댄스 교실에서 처음 만났다. K-pop(특히, 슈퍼주니어)을 좋아하고 진라면을 즐겨 먹으며 한국에도 몇 번 방문한 친구였기에 우리는 만나자마자 금세 친한 사이로 발전을 했다. 아쉽게도 남편의 직장 복귀로 인해 일본으로 몇 달 전 돌아갔지만 우리는 카톡으로 계속 연락을 주고받는다. 일본과 미국은 너무나도 멀지만 마음은 늘 가까이 있는 친구로부터 받은 카드가 참 반가웠다.


미국에 온 이후 ESOL(English for Speakers of Other Languages) 교실에서 영어를 가르쳐 주었던 J 선생님이 보낸 엽서도 받았다. 가르치는 학생들이 무척 많을 텐데 매년 크리스마스 즈음 이렇게 엽서를 챙겨주는 선생님의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며칠 전에는 한국관광공사 미국지사에서 보내 주신 한국 홍보 자료가 한가득 담겨있는 박스도 도착했다. 아는 한국어 선생님이 알려주셔서 지난달에 이메일로 요청을 드렸는데 넉넉하게 많이 보내주셨다. 내년에 한국 수업과 홍보를 할 때 아주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여러 곳에서 내게 보내주신 카드와 엽서, 한국 홍보 책자들 덕분에 더 따뜻한 12월을 보내고 있다.   



행복을 담은 음식 함께


이번 달 들어서 몇 가정으로부터 크리스마스 파티 초대를 받았다. 한국 가정, 베트남 가정, 그리고 미국 가정. 이렇게 세 번의 행복한 만남이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모임은 베트남 가정의 초대였다. 베트남 친구로 부터의 초대는 며칠 전 갑작스럽게 이루어졌다. 몇 달 전, 동네 행사 때 우연히 처음 만났고, 그 이후로 아주 잠깐 한 번 더 본 것이 전부인 친구였다. 문자로 집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려고 하는데 가족 모두 초대하고 싶다고 연락을 해 왔다.


저녁 초대라 했기에 그냥 가도 상관은 없었지만 나는 한국 음식을 준비해 가고 싶었다. 불고기? 잡채? 몇 가지를 떠올리다가 요즘 종종 만들어 먹고 있는 떡갈비와 지난주 만들어 놓았던 장아찌가 좋겠다 싶었다. 간 소고기에 갖은양념과 양파 및 마늘 다진 것을 넣고, 전분 몇 숟갈로 쫀쫀함을 더해 준 뒤 오븐으로 구워내면 뚝딱 떡갈비를 완성할 수 있다. 떡갈비와 장아찌를 들고 베트남 친구네 집에 도착을 하니 미국, 중국을 포함해서 우리까지 모두 4개국, 일곱 가정이 모였다. 베트남 친구는 튀긴 스프링 롤과 새우, 다양한 채소를 푸짐하게 준비했다. 한 친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처음 만난 친구들이었지만 맛있는 음식과 함께 해서 그런지 어색함 없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떡갈비 굽기 전 모습 / 베트남 친구네 밥상 / 항상 인기 만점 인절미 쿠키

사랑을 담은 선물과 함께


수요일 만나며 나의 영어공부를 도와주고 있는 분이 계시다. 올해로 연세가 무려 여든여섯이신 나의 친한 친구. 만날 때마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의 근황도 함께 챙겨주신다. 크리스마스 무렵이면 우리 가족에게 선물을 주시던 분, 올해는 내가 먼저 챙겨야지 하는 마음에 지난주에 근처 마트에서 큼지막한 빨간 포인세티아 화분을 샀다. 엽서에 '메리 크리스마스'도 써서 화분과 함께 차에 실었다. 지난 수요일에 선물을 싣고 찾아뵈러 가는 날, 왠지 마음이 더 즐겁고 가벼웠다. 할머니 댁에 도착해서 딩동! 벨을 누르고 문이 열리자 "Merry Christmas! I brought something for you." 하며 포인세티아를 건네 드렸다.


수요일 만남 때마다 내게 맛있는 음료 한 잔씩 대접해 주시는 할머니. 요즘 주시는 음료는 추울 때 딱 어울리는 핫 코코아다. 달콤한 코코아를 마시며 서로의 이야기를 이어가던 중, 할머니 댁 크리스마스트리 아래에 놓여 있는 쇼핑백 두 개를 내게 가져다주셨다. 하나는 나와 남편 선물, 하나는 똘똘이 선물이었다. 사랑의 마음을 듬뿍 담은 크리스마스 카드도 함께 주셨다. 마치 친할머니처럼 느껴지는 넬 할머니의 사랑에 꾸벅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요즘 주변의 또래 친구들이 많이 아파서 걱정이라는 할머니, 모쪼록 오래오래 건강하시기를.   



웃음을 담은 게임 함께


12월에 가졌던 만남과 모임들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교회 친구들과 함께 한 시간이다. 미국의 소도시는 교회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기독교인이 많고, 많은 행사의 주최 또한 교회에서 이루어진다. 교회를 다니고 싶었던 우리 가족은 어디를 다녀야 하나 몇 번의 선택과 고민이 있었다. 한국 교회는 너무 멀기에 집에서 가까운 미국 교회를 다니기로 하고 미국 친구의 소개를 받아 얼마 전부터 교회 생활을 하고 있다. 교회에는 모임이 참 많다. 어린이 모임도 나이대별로 있고 어른들 모임은 남녀 따로 진행된다. 이번 달 들어서는 크리스마스 축하 가족 행사가 여러 번 이루어졌다.


우리 가족은 며칠 전에 있었던 크리스마스 브런치 모임에 함께 했다. 교회 식당에서 이루어진 작은 이벤트였다. 팬 케이크, 와플, 머핀 등으로 맛있게 식사를 하고 나니 이번 행사 진행자인 미국 친구가 게임을 준비했다면서 펜과 종이를 나누어 주었다. 그동안 받았던 크리스마스 선물을 적어라! 그러고서는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과 그 이유에 대해서 돌아가며 발표를 했다. 이 외에도 종이 한 장으로 세울 수 있는 크리스마스트리 만들기, 한 손에 솜을 들고 눈을 감은 후 다른 사람들의 말만 들으며 산타 할아버지 그림에 정확히 갖다 대기 게임을 하며 다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따뜻한 마음을 주고받으며, 맛있는 음식으로 행복을 나누고, 선물에 사랑을 담고, 게임을 하며 웃음을 더한 올해의 마지막 달. 아직도 문득 낯설 때가 있는 타국에서의 연말이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며 외롭지 않게 보내고 있다. 크리스마스가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드디어 내일모레로 다가왔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사랑과 우정의 마음을 듬뿍 충했으니 나 또한 따뜻하고 훈훈한 마음을 베푸는 연말연시를 만들어 가고 싶다. 가족과 친구에게 진심 어린 한 마디 건넬 수 있고, 따뜻한 손길 내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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