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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혜숙 Jun 11. 2022

공부가 잘 되지 않는 우리 아이(1편)

내 아이는 왜 공부가 안 되는지 파헤쳐 보자 


누구나 공부를 잘하고 싶어 한다. 아이도 공부 잘하는 아이가 되고 싶어 하고, 부모님도 같은 생각이다.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학생도 늘 공부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아니, 공부를 잘하고 싶은 열망이 보통사람보다 더 크다. 하지만 공부하는 법을 몰라 절망하다 스스로 포기하고 만다.


우리 주위에도 공부법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학교에서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기보다 공부를 그냥 시키기 때문에 제대로 된 공부방법을 배울 기회가 없다. 부모님도 공부는 그냥 하면 될 거라는 애매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거 같다. 내 아이가 학원에 다니면, 공부시간을 많이 잡아서 그만큼 하면, 무조건 열심히 하면 가능하다는 오해가 있다. 그래서 아이를 다그친다. 왜 못하냐고 버럭 한다.




아침부터 꾸물댄다고 집에서 혼난 채 나왔다.
학교에 조금 늦게 도착했는데 교문 앞에서 다시 혼났고,
1교시에 미처 챙겨 오지 못한 준비물 때문에 더 크게 혼났다.
2교시에는 문제를 못 풀어서,
3교시에는 떠들다가,
4교시 수업에서는 찍혀서 혼났다.
너무 화가 난다. 점심시간에는 애들과 싸웠다.
오후에도 졸다가 혼나고, 학교 마치고 학원에 갔더니
열심히 하지 않을 거면 오지 말라고 했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엄마가 혼내서 엄마랑 싸우고 잤다.
늦게 들어오신 아빠는 자고 있는 나를 깨워서 엄마에게 대들었다고 혼냈다.
울면서 잠들었다. 억울하고 힘들다. 정신을  못 차리겠다.
너무너무 화가 난다. 혼나지 않는 세상으로 가고 싶다.       
김현수 -공부상처-

공부상처를 가진 아이들이 너무 많다. 위의 김현수박사님의 [공부상처] 책에 나온 예처럼 아이들이 그저 공부하라 공부하라. 왜 못하냐는 다그침에 내몰려 있다. 영어를 가르치는 나는 작년에 이런 경험을 했다. 이상하게 미지는 영어시간만 되면 노골적으로 내게 적대감을 표시했다. 원격수업과 대면 수업을 병행하는터라 턱없이 부족한 수업시간인데, 그 시간 동안 아이를 혼내느라 혹은 실랑이를 하고 싶지 않아, 참고 격려하면서 수업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해하려 애쓰며 보내는 격려에도 아이는 영어 단어시험은 항상 0점에, 수업태도도 좋지 않았다. 어느 날, 더 이상 안 되겠다는 판단에 미지를 방과 후에 사무실로 내려오게 했다.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눈물을 쏟는 아이와 대화를 했다. 반전은 아이가 영어를 싫어할만한 중대한 이유가 있었다. 미지의 아버지는 영어를 잘하게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매일 아이에게 영어단어 10개를 써 주고 외우게 하며 잘하지 못하면 무섭게 혼을 내고 있었다. 매일 이어지는 가정에서의 영어 공부가 아이에게 영어에 대한 적대감을 키워주고 있었다. 영어는 미지를 힘들게 하는 매개체가 되었다. 잘하지 못하면 바로 체벌이 이어지고 늘 공포를 주는데 어떻게 잘할까. 

공부는 감정과 매우 연결되어 있다. 특히 언어는 더 그렇다. 내 판단에 미지는 기본 파닉스를 차근차근 배우고 쉬운 단어부터 익히면 가능성이 있다. 이제껏 영어시간에 시켜보면 외워서 금방 쓰지는 못해도 읽어준 것은 곧잘 따라 했다. 그런데 집에서 매일 밤 미지아버지는 아이의 수준에 맞지 않는, 본인 생각에 이 정도는 알아야지 하는 단어를 무작위로 내어주고 무작정 외우라는 과제를 주고 있었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공부를 해 나가면서 스스로 그 방법을 체득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쭉 실행을 하기 때문에 성공한다. 혹은 공부하는 법을 잘 알려주는 멘토를 만나, 도움을 얻어 실행해가면서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아 차츰 성공 경험을 쌓는다. 


공부를 못하는 아이는 다음의 이유로 공부를 잘하지 못한다. 

첫째, 왜 공부해야 하는지 모른다. 

초등학생이든 중고등 학생이든 "너희는 왜 공부하니?"라고 물으면 대부분 "엄마가 하라고 해서요."라고 답을 한다. 그러니 아이는 공부하고 싶지 않은 것이고, 공부가 잘 되지 않으면 엄마를 원망한다.  공부를 잘하려면 아이 스스로 왜 공부하는지 확실한 이유를 찾아야 가능하다. 


아이들이 왜 게임을 좋아할까? 아이들에게 물으면 게임은 자신의 손에서 모든 것이 결정되고, 단계를 통과하면 충분한 보상이 주어지고, 친구들과 만나서 실컷 이야기하는 즐거움이 있다고 대답한다. 만약 너희들이 하는 게임에 관해 엄마가 매일


"오늘은 아이템 살 정도로 점수 모았어?"

"오늘은 몇 레벨이 올랐어? 그것밖에 안돼? 더 해야지."

"밥 먹기 전에 레벨 올려야 해. 그래야 맛있는 거 줄 거야." 

"엄마가 다 너를 위해 하는 말이야, 그러니 엄마 말 들어."

하고 매일 체크하면 어떨까?"라고 물으니 아이들 표정이 어벙벙하다. 어떤 아이는 얕게 생각하고 너무 좋을 것 같다고 한다. 다시 아이들에게 게임에 대해 수행평가도 보고 기말시험도 보고 하면 어떠냐고 물었다. 


"선생님, 그건 아닌 거 같아요."

"내 맘대로 할 수 있어서 즐거운데, 왜 그걸 시험을 봐요?"

"시험 보면 게임하기 싫은 거 같은데요."


공부가 싫어지는 이유는 누군가 하라고 강요하고, 했는지 확인하기 때문이다. 확신하건대, 만약 게임을 엄마가 더 잘하라고 부추기고 간섭하면 게임이 재미없고 시들해질 것이다. 


둘째,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공부법이나 학습전략을 몰라서 공부를 해야겠다고 책을 펼치기는 했는데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 많은 아이들이 학원에 간다. 학원에 가면 선생님이 친절하게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아이들은 하루 종일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다. 학원에 가면 또 거기서 하는 수업을 듣는다. 공부는 배운 것을 다시 복습하면서 자기 머릿속에 저장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런 시간 없이 계속 인풋만 하게 되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계속 공부에서 실패하고 공부를 못하게 되니 자존감은 낮아져서 자신감도 사라진다. 


어느 중학교에 시험 3주 전 전략을 알려달라는 의뢰를 받고 강의를 하러 갔다. 첫 시간에는 동기부여를 줄 수 있게 강의를 했다. 내 가치는 스스로 만들자며 왜 그래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몰입에 대해 알아보았다. 둘째 시간에는 공부 성향 검사를 통해 자신의 특징을 이해하도록 돕고 공부법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각자 공부 계획을 짜 보게 하였다. 이후에는 모둠별로 계획을 돌아가면서 발표하고, 혼자서 안 하던 공부를 갑자기 실행하기 힘들어할 거라 오톡방을 열어서 거기서 공부계획과 매일 자신이 세운 미션을 인증하도록 했다.

   


강의시간에는 여학생들이 필기해가며 또랑또랑한 눈망울로 날 기쁘게 했지만, 막상 오톡방에는 강의시간 내내 널브러져 있던 남학생들이 먼저 이렇게 움직인다. 해당 학교 교감선생님이 보시고 감동을 받아 직접 전화를 걸어오시기도 했다. 


아이들이 아무것도 안 하고, 아무 생각이 없어 보여도 사실 공부 안 하면서 가장 불안한 게 그들이다. 1교시 강의 시간 내내 자던 태윤이가 쉬는 시간에 내 곁에 와 벌렁 누웠다. 담당 선생님이 민망해서 얼른 달려와 아이 등짝을 두드린다. 


"테윤아, 너는 내내 잠만 자고 강사님 쉬는 시간에 왜 또 여기 와서 벌렁 눕냐? 아이고, 내가 강사님께 미안해서...."


"그냥 두세요. 애들이 저래도 다 귀는 열려있어요. 본인도 알고 싶은 게 있을 거예요. 그러니 여기 신청해서 왔지요."


담당 선생님 말에 꼼작도 않던 태윤이가 돌아 누워 대뜸 물었다.

 

"선생님, 과학 공부가 제일 힘든데 어떻게 해요?"


공부가 잘되지 않는 우리 아이 2편을 다음에 이어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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