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

by 삼오십

주차장을 들어서며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하나만,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나만."


코너를 꺾으며 한번 더 중얼댄다.


"안 주셔도 원망은 않겠습니다. 그냥 주시면 좋겠다는 겁니다."


통로부터 협소하기로 이름난 건물 주차장이었다. 주차 자리가 없다면 돌리지도 못하고 그대로 후진을 해서 들어온 입구로 나가야 할 정도로.


지하 1층에 자리가 보인다. 아... 하지만, 중형 SUV인 내 차로는 어림도 없는 경차 전용 자리다. 한번 더 코너를 꺾어본다. 또 자리가 보인다. 후진 주차를 하기 위해 대각선으로 차를 쭉 빼고 나서 룸미러로 확인한 뒤에야 깨달았다. 이것도 경차 전용자리. 포기하고 주차장을 빠져나가야 하나 하다가, 무모한 결정을 내려본다. 그대로 지하 2층으로 내려가 보기로 한 거다.


지하 2층으로 내려가다가 만차인 상황에서 올라오는 차를 만나거나 하면, 지하 1층과는 차원이 다른 난이도를 경험하게 된다. 무려 2개 층을 후진으로 탈출해야 하는 것이다. 애초에 요즘 같은 큰 차들이 많은 시대에 교행이 불가능한 구조로 만들어진 건물이다. 지하 2층은 역시다. 빼곡히 차들이 들어서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차를 돌릴 수 있는 구역이 있다. 물론 내 차로는 앞으로 뒤로를 6번은 반복해야 차를 돌릴 수 있긴 하다. 차를 돌리며 나는 이미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동시에 분주해졌다. 깔끔히 이 건물을 포기하고 다른 곳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는 별다른 기대가 없이 이곳에 들어왔는지도 모른다. 그때였다. 주차장 엘리베이터에서 노부부가 빠져나오는 게 보인다. 자리다! 사람이 '주차공간 1'로 보이는 신기한 현상이 일어났다.


"와, 하나님 감사합니다. 이런 작은 기도도 들어주시네요. 감사합니다."


그들이 타고 나갈 차는 내 차보다 더 큰 대형 SUV였다. 저 차가 너끈히 댈 곳이면 내 차는 더 수월할 거다. 그렇게 내 마음에 평온이 찾아온 순간, 주차장의 사이렌이 번쩍거리기 시작한다. 내게 위기가 생겼음을 알리는 경보였다. 경쟁자의 출현인 것이다. 이윽고 대형차를 옆에 두고 수입 세단과 내가 마주하게 되었다. 비상등을 켜는 걸로 내게 주차의사가 있음을 내비쳤다. 짧은 정적 후 자리의 주인은 가려졌다. 애초에 새로 들어온 차는 주차할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괜히 조바심 가졌다는 생각을 하면서 주차를 마쳤다.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난 일이, 문득 내 신앙의 축소판 같았다. 바라기는 하지만 큰 기대는 없는 기도, 때로 늦는 것 같지만 결국 정확한 타이밍에 도달하는 응답. 최후의 순간까지도 찾아오는 위기와 그 앞에서 믿음 없이 불안해하는 나, 하지만 결국 구하는 것을 얻게 되는 결말.


감사와 함께 찾아오는 부끄러움과 깨달음에 묘한 미소가 지어졌다. 역시 그분은 조용히 마음을 움직이게 하시는 참 작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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