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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가을 Sep 04. 2024

소회

1.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받기 위해 평생을 바둥거리며  매일 매 순간을 나를 미워했다.

이런 나를 용케 알아보고 이용한 당신. 벌을 꼭 받길 바란다.




2. '불안해하지 마, 겨울이는 잘 클 거라고 나는 확신해. 왜냐면 우리가 잘 키우고 있잖아'라고 충만한 자신감으로 이야기하는 남편을 보며 생각했다.  인생은 노력한 만큼 대가가 있지도 않고, 선한 사람들에게도 험한 일들이 생길 수 있으며, 내가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걸 그는 알고서도 하는 말일까



3. 나의 특징이라며 조용히 웃으며 스치듯 말하는 당신, 당신의 오만함을 보고 오늘도 배웁니다. 당신 같은 어른이 되지 않을 거예요.  그러나 당신이 말한 내 모습 중 맞는 게 거의 없다는 건 조금 통쾌합니다.



4. 변화된 대학 입시요강이 발표됐다. 학교 폭력에서 가장 경미한 처분인 1호 서면사과만 받아도 서울대 연대 고대등 주요 대학의 입시에서 치명적인 불이익이 가해진다고 한다.  앞으로의 일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학교폭력 처분을 받았다고 대학을 못 가는 좌절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아이들,  우리 아이를 가해자로 만들어 대학도 못 가게 한 상대방 부모에 대한 원망이 불덩이처럼 커져 생겨나는 더 큰 폭력적인 일들, 내 자식을 지키기 위해 다른 이의 자식을 철저히 까내려야 하는 상황들, 지루하고 집요하게 일어나게 될 법정 다툼들.. 엄청난 부담으로 당연하게 내려야 할 결론을 내지 못하고 머뭇거리게 될 폭력 심의위원회의 위원들

그 어디에도 화해나 사과나 선의와 치유의 단계는 없을 것이다.

싸우고 다투고 상처 주고 상처받고 깨지고 이해하고 다듬어가며 만들어가는 학창 시절의 소중한 인간관계는 사라지고 아이들은 관계를 더 힘들어하다 또 포기하고  온라인 속 세계에만 빠져들어갈 뿐이다.



5.  늦은 저녁 공원벤치에 앉은 그가 행복하다 말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아름다운 풍경과 편안한 공기를 느끼지 못하고 늘 무언가에 쫓기며 살고 있던 그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내 꿈을 이뤘다.



6.  겨울이가 낑낑거리며 운동화끈을 묶고 있는 것을 봤다. 그의 입에서 짜증 섞인 말이 나오기 일보직전이라 내가 가서 대신 묶어주고 싶은걸 꾹 참고 부엌으로 가서 다른 할 일이 없는지 찾아봤다.  그것을 참는 것이 나한텐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겨울이는 짜증을 냈지만 결국 어설프게 묶고 밖으로 나갔다.  끈은 또 풀릴 수도, 그것에 걸려 넘어질 수도 있다. 그래도 나는 참아야 한다. 그가 다시 일어나기를 기다려야 한다.  아이를 기르는 것은 인내의 연속이다.



7. 겨울이가 나에게 말했다. '있잖아, 엄마가 내 말을 듣고 서운할 수도 있는데,  엄마가 죽으면 슬프긴 하겠지만, 나는 엄마를 사랑하는지 잘 모르겠어.'

한시도 나를 떨어져 있지 못하던 아이였다. 물리적으로 가깝게 있지 않으면 전화로라도, 내가 적은 작은 쪽지를 가방에 품고서라도 집 밖을 나가던 아이였다. 이제 그 아이가 드디어 심리적으로 독립을 한다. 그토록 기다렸던 순간이지만 마음 한구석이 비어가는 걸 느낀다.  그 빈 공간을 무엇으로 채울지가 내 남은 삶의 과제이리라.


8.  모든 인간은 입체적이라 어떤 면은 선하고 어떤 면은 악하다. 사람의 선한 면을 잘 보고 싶은 나는 그래도 그들의 선한 면'도'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그것을 입에 올리면  '당신이 잘 몰라서 그렇다.' 라든가, '당신에게만 그러는 거다'라던가 '나한테는 안 그러는 것을 보니 그럼 나를 싫어해서 그러는 거네' 같은 말을 듣게 된다.  입을 닫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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