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책방생활

문고 회원에 덜컥 가입하다

by 노을책갈피

어제 옆동에 사는 아는 엄마의 갑작스러운 전화를 받았다.

"커피 한잔 할래요?"

매사에 계획적인 나는 적잖이 당황은 됐지만, 이내 거절할 용기는 또 없어서

"네, 좋아요. 몇 시에 뵐까요?" 라며 묻는다.

"아이들 학원 보내면 몇 시쯤 되나요?"라는 아는 엄마의 물음에 "아, 그럼 둘째 아이 학원 보내고, 2시쯤 뵐까요?" 라며 당장 준비를 서두른다.

방학인 아이들의 점심을 챙기고, 나도 서두르듯 점심을 대충 먹고, 나갈 채비를 한다.


약속한 시간이 되었고, 우리는 동 앞 놀이터에서 만나기로 했다.

이윽고 아는 엄마의 전화가 왔다.

"어디예요? 내려왔나요?"라는 물음에 나는

"아, 저 벌써 내려왔어요. 천천히 내려오세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헉, 벌써요? 금방 차 들고 내려갈게요."

"네? 여기 근처에서 만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아~ 운전하는 차 말고 마시는 차 타서 갈게요."

"아, 네~ 제가 오해를 했네요. 좋죠. 감사합니다."


그러곤 10분 뒤쯤에 꿀을 탄 자몽티를 나에게 건넨다.

사실, 우리 가족은 2021년 12월경 우리는 현재 이곳인 새 아파트에 입주하게 되었다.

나는 사람들에게 쉽게 정을 주지 않는 성격인 데다가, 먼저 다가가는 성격도 못 된다.

그런 까닭에 아파트에 그나마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들이라곤 아는 지인들 3명 정도가 있다.

모두 아이들 엄마다.

3명 지인들 중에서 첫째 아이의 같은 반 친구 엄마라는 이유로 조금 가까워지긴 했지만, 나보다 8살이나 많은 아는 엄마라는 분은 내가 좀처럼 다가가기 쉬운 관계는 아니었다.


그래도 가끔씩 만나며 나누는 대화 자체는 꽤 건전한 주제가 많았다.

이를테면 "아이들 공부는 어떤 식으로 시키세요?"라는 물음에 그 엄마의 대답은 "둘째, 셋째는 아직 학원 보낼 생각이 없어요. 지금 방학인데 도서관 프로그램 같이 다니고, 체육센터에서 운영하는 수영 프로그램 보내고 있어요."라는 대답에 나는 "방학인데 안 힘드세요?"라며 놀랬다.

그 엄마는 이윽고 "힘들어도 뭐, 전업맘인데 내가 데리고 다녀야지." 라며 웃으며 대답하신다.


사실 같은 엄마의 입장으로서 참으로 대단하다고 느꼈다.

아무리 전업맘이라고 해도 아이가 셋인 데다가, 그렇게 지극정성으로 프로그램 시간에 일일이 맞춰 아이들을 직접 픽업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걸 꽤 잘 알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 집 첫째 아이와 지인 엄마의 둘째 아이는 같은 반 친구 사이인데, 그 친구는 공부를 꽤나 잘한다고 우리 집 첫째 아이한테 얘기를 종종 듣곤 했다.

"엄마, 오늘 수학 단원평가 쳤는데, OO가 1등 했어."라는 말에 "우와, OO 대단하네. 너는 잘했어?"라는 물음에 우리 아이는 "나는 실수로 3개나 틀렸어."

그러면 엄마인 나는 "3개밖에 안 틀렸어? 그래도 잘했네. 실수할 수도 있지. 다음번에 더 잘하면 되지. 괜찮아."라며 위로를 전한다.

그러면서 나는 혼자 생각에 잠긴다.

'학원도 안 보낸다는데, 집에서 어떻게 공부를 시키길래 그렇게 잘하는 걸까?' 라며 내 안의 물음표가 계속 생겼다.

그러던 와중에 뜻이 맞는 한 명의 지인과도 자리를 함께 하게 되었고, 그렇게 아줌마 3명이서 아이들의 이야기로 도란도란 나누게 된다. 보통 대화의 주제를 이렇다.

독서골든벨 참여 이야기, 아이들 문제집 공유, 근처 아이들 도서프로그램, 교육프로그램 수강 정보 공유.

'아 그래서 첫째 친구가 공부를 잘할 수밖에 없겠구나. 집에서 혼자 최상위 수학 문제집도 푼다는데 엄마가 교육시키는 것이 가능한가?'라고 생각했다.

그 아는 엄마는 확실히 본인만의 교육 철학으로 아이들 교육에 지극정성인 엄마였던 것이다.

분명히 같은 엄마로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오늘의 만남이 극적으로 성사되었던 것이다.

아파트 단지 내에 위치한 티하우스에서 따뜻한 자몽티를 건네받으며 내가 먼저 대화를 물꼬를 튼다.

"와~ 따뜻한 차까지 준비해 주시고, 너무 잘 마실게요~"라는 말로.

곧이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다음 달에 본인이 탄소중립이라는 주제로 기후위기대응 전문가 양성과정에 참여할 건데, 같이 해보자는 제안을 주셨다.

솔깃한 제안에 "그럼 저도 들어볼까요?"라고 이내 답하였고, 곧바로 어떤 분께 전화를 거신다.

"제 아는 지인이랑 방금 얘기 나눴는데, 혹시 탄소중립 과정 자리가 남았나요?"라는 물음에 "OO 씨가 마지막이었어." 라며 모집 인원이 다 찼다는 말이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다.


아쉬움을 뒤로하면서도 나는 궁금증이 일었다.

"그 과정은 어디서 듣는 거예요?"라는 나의 물음에 "아, 왜 내가 전에 얘기했었던 것 같은데, 첫째 아이 작년에 독서골든벨 참여한다고 했을 때, 새마을문고에 회원 가입해서 참여할 수 있었어요. 아 맞다. 안 그래도 지금 회원 모집 중이기도 하고, 오늘 새마을문고 월례회가 있는데 이따 저녁에 같이 가볼래요?"라는 제안에 "아, 네. 같이 가봐요~ 궁금하네요. 분위기도"

그러면서 새마을문고에서는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한 독서프로그램과 체험 프로그램은 물론, 회원들에 한해서 신간도서 추천을 받고 있으며, 무려 40%나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솔깃한 정보까지 들었다.

그랬기에 더 새마을문고 회원 가입에 강한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새마을문고 월례회 회의 시간이 다가오고, 그 아는 엄마와 집 앞에서 만나 월례회 진행 장소로 함께 이동하였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동 행정복지센터에서 회의가 이루어졌으며, 새마을문고 회장님과 동장님, 행정주사님 등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아는 엄마와 함께 들어가 회의 장소로 들어가 인사를 드렸다.

언뜻 보니 회원들은 6명 정도가 계셨다.

"새로 오신 분이네. 이름이 뭐예요?" 회장님의 물음에

"아, 저는 OOO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윽고 새마을문고 월례회가 차례차례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도시농업 텃밭 조성사업 신청 안내, 행정복합타운 건립공사 기공식 안내, 104주년 3.1절 나라사랑 태극기 달기 협조, 음악이 있는 벚꽃 나들이 개최 등 우리 동에서 이루어지는 따끈따끈한 소식을 미리 접할 수 있었다.

그렇게 회의 시간이 모두 끝나고, 새마을문고 회장님은 우리 새마을문고에서 근처 작은 도서관과 연계되어 독서모임을 준비하고 있는데 독서모임명, 추천도서 등도 의견을 주라고 하셨다.


그리고 배달강좌라고 우리 새마을문고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으며, 모집 인원이 5명 이상이면 되고, 프로그램 장소를 물색하고 프로그램만 생각해 보면 충분히 가능하다며 평소에 듣고 싶었던 프로그램이 있으면 의견을 달라고 하셨다.

평소에 평생교육 프로그램에 지대한 관심을 두었던 나는 낯선 사람들과 처음 대면한 그 자리에서 무슨 자신감과 용기였는지, 이야기를 꺼낸다.

"아, 이번에 제가 평생학습센터에서 포슬린 페인팅을 배우고 싶었는데, 듣고 싶었던 강의랑 시간이 겹치게 되어 신청을 못 하게 되었어요. 포슬린 페인팅을 추천합니다."

라는 말에 회장님은 "아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는 거지요?"

다른 회원들도 포슬린 페인팅에 관한 개념은 좀 알고 계시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또 다른 의견은 없나요?"라는 말에 또 내가 나서게 됐다.

"생활 영어도 배우고 싶어요."

오늘 처음 가입하는 주제(?)에 너무 떠들어대는 건 아닌지 걱정은 됐지만 내 최고의 관심사이기 때문에 내 의견을 피력할 수밖에 없었다.

이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그런데 나 내성적인 사람 맞는 거지?'라며 스스로를 어색해하며.


곧이어 우리 동에 관한 건의 사항이 있으면 얼마든지 의견을 달라고 하셨다.

아는 엄마는 "우리 아이들이 근처에 놀만한 장소가 없어요. 작은 놀이공간이라도 아이들이 편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라는 말에 회장님은 "그렇죠. 우리 동 특성상 지대가 높은 편이라 아이들이 편하게 자전거를 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실내형 놀이터가 있는 것도 아니에요. 그나마 도서관이나 갈 수 있지.

도서관도 아파트에선 꽤 걸어가야 되고." 라며 의견을 수렴해 주셨다.

"다음 달에 구청 회의가 있는데 그 의견은 제가 한번 말씀드려 볼게요. 혹시 같이 참석할 수 있는 분들은 같이 가셔도 됩니다." 라며 회장님이 덧붙여 말씀하신다.


그렇게 월례회 회의가 모두 끝나고 나는 망설임 없이 회원가입 신청서를 작성하고, 월 회비를 흔쾌히 냈다.

그러면서 새마을문고 회원을 추천해 준 아는 엄마께 연신 고맙다고 했다.

"저 여기 너무 잘 온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싶은 프로그램도 직접 신청할 수도 있고, 아이들 도서 프로그램이나 체험 프로그램도 좋은 혜택도 보고.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 것 같아요. 너무 감사해요."

그 말에 아는 엄마는 "잘 맞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라며 웃으며 화답한다.


사실 난 무엇보다도 새마을문고 회장님의 따뜻함 속에 열린 마인드가 너무나 좋았다.

나이가 좀 있으신 편인데도 각종 자원봉사활동은 물론, 현재 평생학습 활동가로도 활동하고 계신다고 했다.

"우리 아이는 비록 다 컸지만, 자라날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며 진심 가득한 목소리와 기분 좋은 웃음으로.

그동안 회장님께서 베풀어오신 따뜻한 발자취에 내가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앞으로 새마을문고의 한 일원으로서 우리 아이들을 위해, 곧 나를 위해, 무엇보다도 우리 동네의 열린 도서관을 목표로 궁극적인 방향성을 찾기 위해 문고회원들과 함께 한 목소리를 낼 것이다.

"나"라는 존재가 새마을문고의 따뜻한 취지에 함께할 수 있는 회원이 된 것만으로도 이미 행복감이 충만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