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뭉치 베리와의 첫 만남, 그리고 다이내믹한 일상
나는 어려서부터 반려견과 함께 해온 일상에 매우 길들여져 있다. 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자면 때는 중학교 2학년.
말티즈라는 강아지를 애견샵에서 엄마를 통해 처음 입양하여 키우게 되었다.
그 이후에도 같은 품종의 강아지로 애견샵에 버려진 강아지를 극적으로 데리고 와서 2마리를 키우게 되었다.
강아지라는 동물을 대하는 것이 처음이라 우리 가족 모두는 서툴기도 했지만, 그만큼 애정을 많이 쏟기도 하였다.
조건 없는 사랑이란 게 바로 이런 것일까?
어린 마음에 강아지들을 두고 학교를 가면 온종일 강아지 생각에 수업에 집중이 안 될 정도였으니 말이다.
'윌리랑 뽀미는 집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밥은 먹었을까? 집에 가서 강아지들 얼른 보고싶다' 라며
처음 몇 달 동안은 강아지들의 생각과 걱정으로 가득했다.
강아지도 나도 분명 새로운 환경에 적응기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나도 세 달 정도의 적응기간을 거쳐 강아지들을 우리 가족으로 점점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 이후에는 내가 학교에 가더라도 강아지들이 엄마와 함께 안전하게 있을 것이라는 굳건한 신뢰감이 생겼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친정에서 키웠던 2마리의 강아지들은 금슬이 좋기도 하여 새끼를 3번이나 낳아 키웠다.
새끼를 낳는 과정과 어미 강아지가 새끼를 기르는 과정을 보면서 이전과는 다른 격의 사랑과 생명의 소중함을 배웠다.
그런 과정과 시간들 속에서 두 마리의 반려견은 각각 16년, 12년을 살다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게 되었다.
10년이 넘는 오랜 시간동안 가족처럼 지내온 반려견을 떠나보낸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과정이었다.
그래서 다짐했다. '나는 이제 절대 강아지를 키우지 말아야지. 나의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된 후, 결혼하고 내가 자녀를 낳을 때까지 나를 지켜봐 준 소중한 가족이었는데.. 함께한 세월만큼 감당해야 할 시련은 너무나 슬프고 견디기 힘드니까.'
시간이 흘러 내가 결혼을 하고 어느 날.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애견카페를 가족 모두가 함께 가게 되었다.
여러 품종의 강아지들이 주인들과 사랑을 주고받고, 간식을 먹이는 모습을 보고, 첫째와 둘째가 얘기한다.
"엄마, 우리는 언제 강아지 키울 수 있어?"
그 말에 나는 "우리는 못 키워. 집도 좁고, 무엇보다 엄마가 키울 자신이 없어."
옆에서 듣고 있던 남편은 말한다.
"우리 집이 뭐가 좁아, 충분히 집에서 키울 수 있지. 애들이 저렇게 좋아하는데 일단 애견샵에 강아지 보러 가볼까?"
그러자 아이들이 "야호, 신난다!! 보러 가요!"
나는 옆에서 은근 남편의 그러한 반응을 기다린 눈치였나 보다. 내가 속으로는 오히려 더 신났으니 말이다.
애견샵에 있던 여러 품종의 강아지들이 유리창 너머로 보였다.
조그맣고 예쁜 색깔을 하고 있는 새끼 강아지들이 많았다.
먹이통에서 불쌍하게 자고 있는 갈색 말티푸, 세상 에너지가 넘치는 하얀색과 브라운 색깔이 골고루 섞인 시츄, 쌍꺼풀이 짙던 하얀 폼피츠까지.
시종일관 우리에게 선택을 갈구하는 아이들의 몸짓이란 우리를 절로 미소짓게 하였다.
그중에 첫째가 쌍꺼풀이 짙고 눈이 유난히 컸던 하얀 폼피츠에게 유난히 눈길이 갔나보다.
"엄마, 나 얘 데리고 가고 싶어. 너무 예뻐."
그러나 우리 가족의 의견은 분분했다.
나와 첫째는 폼피츠를 픽했지만, 남편과 둘째는 먹이통에서 불쌍하게 자고 있던 갈색 말티푸가 눈에 밟혔던 것이다.
우리 가족은 몇 번의 고민 끝에 첫째의 의견을 따라주기로 했다.
이로써 쌍꺼풀이 짙던 하얀 폼피츠는 우리 가족이 된 것이다.
차로 강아지를 데려오는 길에 나는 아이들에게 묻는다.
"강아지 이름은 뭘로 지을까? 음... 먹는 걸로 이름을 지어주면 강아지가 오래 산다고 그러더라.
너네들이 한번 생각해 봐."
그러자 첫째는 고민하던 끝에 "나 생각났어. 블루베리의 베리는 어떨까?"
그 말을 듣던 우리 가족들은 "우와, 우리 강아지랑 어울리는 이름 같다. 그럼 이제부터 베리라고 부를까?"
그렇게 우리의 새 가족이 된 강아지는 베리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처음에 베리는 새끼 강아지라 울타리를 쳐주고 키울 수밖에 없었다.
배변도 아직 못 가리고, 행동반경이 크면 집 안이라도 주변에 위험한 것들이 꽤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작고 소중한 베리의 행동에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사료를 잘 먹는지부터 물을 잘 마시는지, 잠은 잘 자는지..
우리 가족은 모든 일상을 제쳐두고 베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펴보게 되었다.
그렇게 베리는 우리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잘 자라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잠시 외출하고 온 사이에 베리가 사고를 쳤던 것이다.
바로 테이블 위에 잠시 두었던 만 원짜리와 오천 원짜리 지폐를 다 물어뜯어 놓은 것이었다.
한참 이갈이를 하고 있는 시기라 책 끄트머리며, 벽지며, 아이들의 연필이며 물어뜯는 것이야 그렇다 쳤다.
그런데 돈까지 찢어놓는다고?
화가 난 남편은 베리에게 소리를 지르며 심한 훈육에 이르렀고, 단단히 혼쭐을 냈던 것이다.
새끼였던 어린 베리는 그런 남편의 모습을 처음 보았고, 현관문 앞에서 벌벌 떨고 있었다.
얼마나 무서웠으면 베리는 문 앞에서 오줌까지 지렸을까.
나는 하는 수없이 찢어진 지폐를 정리하여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은행에 가지고 가봤다.
만 원짜리는 다행히 오천 원짜리로 바꿀 수 있었지만, 오천 원짜리는 지폐의 묻어있던 재의 상태가 흔적이 모두 없어져서 결국 바꾸지 못하고 돌아와야만 했다.
그 이후로 베리는 아빠를 무척 무서워하는 강아지가 되었고, 눈치도 빠른 강아지가 되어있었다.
커가면서 사고 치는 날이 점점 줄어들었고, 우리 가족들에게 배를 까며 특유의 애정표현을 갈구하기도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첫째가 학원에서 속상한 일이 있었는지, 울면서 들어왔다.
엄마인 나는 무슨 일이냐며 물어봐도 쉽게 얘기하지 않았다. 하염없이 우는 첫째를 보고, 베리는 당장 첫째에게 달려간다. 그러고는 첫째의 눈물을 베리가 핥아주고 있었다.
베리는 말만 못 할 뿐이지, 아이의 마음을 나보다 더 잘 알아주는 것처럼 첫째 아이를 위로하는 모습이었다.
그러자 감정을 가라앉힌 첫째는 학원에서 있었던 일을 솔직하게 얘기하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었다.
베리는 우리 가족이 하는 말들을 다 알아듣고 이해하는 것일까?
강아지들은 분명 생각과 감정이 있는 동물임에는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가끔 베리 표정을 보면 '지금 산책을 하고 싶은 눈빛이구나'를 주인인 나는 캐치하게 된다.
그런 베리를 보며 "나갈까?"라고 얘기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어쩔 줄을 모르며 제자리에서 동그랗게 몇 바퀴를 돈다.
너무 좋다는 신호인 것이다.
어떨 때는 사료를 먹고도 배가 안 찼는지 사료통을 마구 긁어댄다.
"사료를 먹었는데 양이 모자랐나? 더 줄까?"그러면 어김없이 꼬리를 흔든다. 그러면 나는 보충하여 사료를 더 준다. 그마저도 다 먹고 나면 간식을 바라는 베리의 애처로운 눈빛이 이어진다.
그러면 나는 간식을 주게 되고, 베리는 잽싸게 간식을 입에 물고 가장 애정하는 자리에서 간식을 맜있게 먹는다.
이렇듯, 강아지와 함께하는 일상은 그야말로 다이내믹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나는 제일 먼저 강아지의 대소변을 치우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러곤 밤새 배고팠을 강아지의 사료를 챙긴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후, 햇살 가득 머금은 낮에 목줄을 채우고 배변봉투와 물을 챙겨 산책에 나선다.
바깥의 다양한 냄새를 맡으며 곳곳에 마킹을 하는 것은 강아지들이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자,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1시간 정도의 산책이 모두 끝나면 베리의 발을 간단히 씻기고, 주인인 나와 휴식을 취한다.
그렇게 하루하루 주인과 강아지는 서로 가족처럼 부대끼며, 서로의 감정을 읽어주고, 함께 일상을 공유하는 것이다.
반려견과 함께하는 다이내믹한 일상.
물론 반려견이 없었을 때 잔잔한 나의 일상도 좋았지만, 반려견과 함께하는 일상은 어찌보면 나의 숙명인 것 같기도 하다. 앞으로도 우리 반려견 베리와 함께 행복한 매일을 그려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