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 없던 1학년 신입생
빨간 입술에 하얀 얼굴. 친구들은 내 외모를 그렇게 표현하곤 했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일곱 살, 머릿속에 생각은 많았지만 그걸 말로 꺼내는 일이 참 어려운 내성적인 아이였다.
아마도 3교대 근무로 늘 바빴던 아빠, 워킹맘이었던 엄마와 지내며 내 이야기를 털어놓지 못한 시간들이 쌓였던 탓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나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아니, 입을 열 필요조차 못 느끼고 지냈다.
분명 숙제를 했지만 공책을 가방에서 꺼내지 못해 담임 선생님께 잠시 기다려 달라고 말할 수도 있었지만, 끝내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날은 억울하게 손바닥을 맞았다.
숙제를 하지 않은 친구들이 손바닥을 맞을 때면 우는 시늉을 하거나 호들갑을 떨었지만, 나는 그럭저럭 참아낼 수 있는 아픔이라며 덤덤하게 넘겼다.
그런 내 모습을 친구들은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점심을 먹고 운동장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친구들이 뛰어노는 소리, 햇살 아래서 번지는 웃음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그때 한 친구가 다가와 “야, 우리랑 술래잡기할래?”라고 물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그저 고개만 저으며 조용히 교실로 들어왔다.
입을 단단히 닫았던 초등학교 1학년 시절.
1년 내내 말없이 침묵만 지켰지만, 단 한 가지, 도저히 참을 수 없던 순간이 있었다.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한 남자아이가 내게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너, 벙어리야?”
그 말에 가슴이 뜨끔했다. 나는 그저 말이 없을 뿐인데, 벙어리라는 말을 함부로 입 밖으로 꺼내다니.
속이 뜨겁게 끓어올랐다.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용기를 내어 말했다.
“나, 벙어리 아니야. 아니라고!!!”
모두가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내가 내뱉은 첫 목소리가 내 귀에도 어색하고 낯설게 들렸다.
용기 있는 그 한 마디가 얼굴이 뻘게진 채로 화가 섞인 목소리였다니... 그래도 후련했다.
그 후로 나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내 마음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말 한마디의 용기가 나를 바꾸기 시작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