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고 있다. 여름비가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뒤라스를 읽던 여름을 기억한다. 눈부신 어느 날, 불탄 책 한 권을 발견한 소년. 교육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고 글을 읽을 줄도 모르면서, 소년은 책을 읽어나가며 인생이란 헛되고 헛될 뿐이라는 삶의 비밀을 깨닫고 어른이 되어버린다. 파괴와 결별을 겪으며 어른이 되기 전 아직 모든 것이 완벽했던 유년 시절의 한순간을 그리는 이야기. 뒤라스의 글을 읽고 번역하던 날들의 여름은 아름답고, 덧없는 계절이었다. 백수린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중에서
<뒤라스>라는 책의 내용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파괴와 결별을 겪으며 어른이 되기 전 아직 모든 것이 완벽했던 유년 시절을 어떻게 그려냈을까?더불어 완벽했던 나의 유년 시절을 떠올려 보았다.
인생이 덧없다는 말은 고등학교 문학 선생님께서 어떤 시의 주제라고 꼽은 적이 있었는데, 사실 고등학생이었던 나에게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성인이 되어서도 한참 동안은 인생의 덧없음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고, 체감하지도 못했다.
어쩌면 이해하려 하지 않았을지도.
덧없다는 단어의 의미를 찾아보니 "보람이나 쓸모가 없어 헛되고 허전하다"라는 의미더라.
그럼에도 우리는 어떻게든 삶 속에서 보람을 찾으려 하고, 허전함을 채우려고 하는 모습에서 인생의 덧없음을 삶의 마지막 한편으로 몰아넣는 노력을 스스로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론은 이 한 문단으로 나의 완벽했던 과거 어린 시절로의 시간 여행을 시켜주었고, 인생의 덧없음의 의미를 사색해 보면서 나만의 결론을 내릴 수 있어서 인상 깊은 문단이었다.
"사는 건 자기 집을 찾는 여정 같아." 언니가 그렇게 말한 건 케이크를 먹던 중이었다. "타인의 말이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나 자신과 평화롭게 있을 수 있는 상태를 찾아가는 여정 말이야. "그 말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미술을 전공한 후 말도 통하지 않는 나라에 수녀가 되겠다고 갔다가 10년 만에 다시 한국에 돌아와 육체노동을 하며 살고 있는 언니도, 글을 쓰고 읽으며 나누는 게 삶의 대부분인 나도, 방식은 다르지만 같은 목적지를 향해 묵묵히 걷는 여행자들처럼 느껴졌다. 백수린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중에서
요즘 들어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라는 고민을 자주 해왔는데, "사는 건 자기 집을 찾는 여정"이라는 문구가 내 마음도 움직였다. 최근까지도 나는 타인의 말이나 시선에 휘둘릴 때가 많았다. 여전히 그런 내 모습이 아예 없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나 자신과 평화롭게 있을 수 있는 상태란 어떤 상태일까? 타인의 말이나 시선에 휘둘리지 않는 평정심일까?
매번 똑같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을 정도의 나만의 독립된 시간을 아주 평안하면서도 지혜롭게 잘 활용하는 것이 평화로운 상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모두가 살아가는 방식은 각기 다르지만, 같은 목적지를 향해 묵묵히 걷는 여행자들처럼 느껴졌다는 작가님의 문단 끝자락에서 오늘도 나만의 이정표로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그렇지만 아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여행자인 내가 "바로 여기"에 존재함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는 의미 있는 문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