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마중> 이태준 글 / 김동성 그림
햇귀가 밝을 무렵 엄마는 아가가 자는 사이 조심조심 준비를 하고 계단을 내려가 골목을 돌아섭니다. 혼자 놀다가 지겨워진 아가는 엄마가 오는 전차 정류장으로 아장아장 걸어갑니다.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 정류장에 ‘낑’ 하고 올라서서 오는 전차마다 차장 아저씨께 우리 엄마 안 오냐고 묻지만 내가 어찌 아냐고 아저씨들은 퉁퉁거립니다. 세 번째 차장 아저씨에게는 아가와 비슷한 시간을 보낸 그 어디쯤의 순간이 있었던 걸까?
‘댕... ' 괘종시계가 10시 30분을 가리킵니다.
베란다에서 각도를 잘 잡으면 골목어귀가 보입니다. 엄마 아빠가 오는지 가슴조리며 목을 한껏 빼봅니다. 15분 정도가 넘어가면 심장은 냅다 뛰어가기 시작합니다. 밤하늘의 별들만이 그런 나를 지켜봅니다. 가끔은 별똥별을 날려주며 다독이지만 너무 짧은 순간이잖아요. 심장이 터질 듯이 어질어질 해질 즈음 한 손엔 낡은 핸드백과 다른 한 손엔 내일 먹을 찬거리를 담은 장바구니를 들고 오시는 엄마 아빠의 모습이 보이면 아! 하고 재빨리 집안으로 들어가 책을 읽거나 티브이를 보며 태연한 척합니다. 세 번째 차장 아저씨는 별님처럼 내려와 아가에게 눈을 맞추고 차가워진 등을 쓸어내려줍니다.
아가는 바람이 불어도 꼼짝 안 하고
전차가 와도 다시는 묻지도 않고
코만 새빨개져서 가만히 서있습니다
소복소복 발등까지 쌓이는 눈을 땅바닥에 툭툭 찰 즈음, 골목어귀마다 숨 쉬듯 차례로 깨어난 가로등 아래 길어진 그림자 둘은 빨간 페인트칠이 드문드문 벗겨진 양철 대문 안으로 사라집니다. 달그락 거리는 그릇소리와 도마질소리가 엄마의 발걸음만큼 속도가 빨라져 가면 아가는 따뜻한 아랫목에서 까무룩 잠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안도감과 함께 슬며시 얹힌 서러움을 안고...
바람이 불어도 묻지 않아도
꼼짝 않고 가만히 서 있을 수 있을 때까지
흔들리다 넘어지다
문득 올려본 별똥별에 감탄하다
일어나서 뛰어갈 때까지
아직은 기다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