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좀 편안해요...

<바다소>-차오원쉬엔 소설집

by 녹명



강기슭에 사는 뉴뉴는 빨간 호리병박을 옆구리에 끼고 매일 강에서 헤엄치는 완을 주시합니다. 그의 아버지는 감옥에 있고 어머니와 단둘이 산다는 말에 발길은 쉬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신경이 쓰이고 강가 주위를 맴도는 모습은 이성에 관심을 갖기 시작할 무렵의 소년, 소녀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며 어린 시절 좋아하는 동네 오빠가 학교 가는 시간에 맞춰 우연인 듯 세침 하게 지나가던 제 모습이 생각납니다. 마름 열매를 따던 뉴뉴에게 완은 열매를 한가득 따준 그날 이후 둘은 조금씩 친해지게 됩니다. 강에서 함께 수영을 할 정도로 둘은 친해지게 되며 완의 호리병박이 뉴뉴의 것이 되고 완의 비밀아지트까지 공유하게 된 둘은 많은 시간을 함께합니다. 완의 서툰 행위가 오해를 일으키고 결국 오랜 시간 떨어져 있게 됩니다. 외할머니의 말에 뉴뉴는 자신이 오해한 것인가 싶어 다시 완을 찾지만 이미 마을을 떠났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황혼 속에 뉴뉴는 갈대숲에 걸려있던 빨간 호리병박을 풀어 떠내려 보내는 걸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아이부터 할머니까지 삼대가 보는 베스트셀러 작가라 불리는 중국의 국민작가 차오원쉬엔의 '바다소' 소설집에 들어있는 빨간 호리병박, 바다소, 미꾸라지, 아추 네 편의 단편들은 사춘기 아이들의 우정과 사랑, 빨리 성장하여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 상처와 분노 등 성장기 아이들의 이야기가 길이가 짧은 만큼 강렬하고 응축적으로 한 점의 그림을 보듯,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 특히, 그의 서정적인 문체는 빨간 호리병박을 읽을 때 황순원의 소나기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의 출신지 중국 강소성 염성은 해안선이 길고 습지, 염전지대가 발달한 지역으로 배경을 넘어 그의 작품의 고요함, 쓸쓸함, 절제된 슬픔 등 감정의 근원지이며 나아가 그의 어린이 문학 미학의 토양입니다.


외롭던 그와 항상 함께 있던 완의 빨간 호리병박-살아가게 하는 이유이며 동시에 버리지 못하고 잡고 있는 그 무엇-을 뉴뉴에게 주었을 때 속이 시원했습니다. 나는 그가 이제 조금은 덜 외롭고 조금은 행복해지지 않을까 기대하였습니다. 하지만 서툰 행동과 이상하게 흘러가는 상황 속에 완의 마음은 무너졌습니다. 그들의 '집'을 불살라 버린 완. 외할머니 집에서 급히 돌아온 뉴뉴에게는 갈대밭에 묶여 있는 빨간 호리병박이 반짝이고 처음으로 가본 완의 집은 자물쇠로 단단히 잠겨있습니다.

완은 도대체 뉴뉴에게 왜 그런 무모한 행동을 했을까? 그러지 않았다면 상황이 그렇게까지 가진 않았을 텐데... 또한 뉴뉴는 조금만 더 침착할 순 없었을까?라는 생각에 골몰하다 순간 이유가 없이 그냥 그런 것이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완전하고 불안정한 그래서 자신도 이유를 모르는 그런 순간들... 이 시작되는 시기의 완과 뉴뉴인것 임을... 우리 모두는 그런 시기를 지나 여기까지 온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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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은 뭔가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두 줄기의 눈물이 콧등으로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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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완은 울 수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울음은 ‘나는 느끼고 있다’라는 신호입니다. 인생의 순간마다 그의 정체감은 흔들리지만 꺾이지 않고 하늘의 향해 줄기를 뻗을 것입니다. 더불어 완의 곁에 좋은 어른과 사람들이 함께 걸어주어 키도 마음도 훌쩍 자란 완의 모습이길 바라봅니다. 호리병박을 풀어 떠내려가게 하는 뉴뉴도 한 뼘쯤은 키가 자랐을 것 같습니다.

가난도 상처도 불행도 설명하지 않고 소리치지 않지만 침묵 속에서 충분히 듣게 됩니다. 읽고 난 뒤에 유독 더 선명해지는 이유는 나의 이야기로 다시 쓰여서 인가 봅니다. 황혼 속에 떠내려 보낸 나의 빨간 호리병박에게 미워했지만 그래서 버틸 수 있었고 그래서 이제는 편안하다고 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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